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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자산가에 초라한 점심식사

by 김사장 Jan 26. 2025

빨간 우체통

카톡과 이메일이 나오면서 차츰차츰  안 보이던 빨간색 우체통은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골동품이 되었다.

하지만 우편물과 등기를 전달해 주는 우체부는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낸다.

평일 오후 2~3시 사이가 되면 어김없이 매장으로 컵라면을 드시러 오시는 우체부가 있다.

얼마 안 있음 정년퇴임을 앞두시는 나이신데

하루도 빠짐없이 컵라면을 드시러 오신다.

"다른 것 좀 드시지 매일 컵라면만 드세요?"

"다른 건 입맛에 안 맞아요."

"아~네"

그렇게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계산하며 짫게나마 나누는 사이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를 때쯤

그는 내게 자신은 부모님에게 꽤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앞으로도 집안 대대로 내려온 선산을 물려받을 거라고 했다.

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머나 너무 좋으시겠어요, 그럼 점심을 맛있는 걸로 드세요, 그렇게 많은 재산을 쌓아두시기만 하고 뭐 하시려고요?

더구나 정년퇴임도 얼마 안 남으셨다면서요, 연금도 제법 많이 나오실 텐데~"

"다른 거 먹고 싶은 게 있음 먹겠지만 내 입맛에는 이게 제일 맛있어요."

"다른걸 안 드셔보셔서 그래요"

"하하하"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래간만에 빵이 먹고 싶다며

크림이 듬뿍 들어있는 신제품 빵을 들고 오셔서 가격을 물어보시더니 매일 드시던 컵라면 가격에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을 확인하시고 너무 비싸다며 또다시 드시던 컵라면을 계산하셨다.

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억대씩 불어났던

재산에 비해 점심식사는 매번 너무나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산이 30억 가까이 된다는 그가 크림빵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모습은 더 이상 그에 말에 값을 매기기 힘들 정도로

신뢰하지 못하게 됐고 거리까지 두게 되어

다른 물음에도 건성건성 대답하게 되었다.

한여름 온몸이 땀이 흠뻑 젖은 상태에도

뜨거운 컵라면을 드실 땐 진짜 컵라면을 너무 좋아하신다고 생각했지만 크림빵 가격을 확인하고 제자리에 갖다 놨던 모습은 그에 재산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단골손님이 주고 간 캔커피를 그에게 건냈을때 거부감 없이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아까 어디 갔더니 아주머니가 식혜 한잔 줬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오늘은 횡재하는 날인가? 식혜도 받고 커피도 받고."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본인이 정한 지정석으로 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놓곤 캔커피를 따서

한 모금 마신 후 여유로운 식사를 마치고

남은 캔커피를 음미하듯 마신뒤

다른 날보다 가벼워 보이는 모습으로 매장을 나섰다.

그에 재산이 진짜 30억이 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 재산에 1000분에 1만이라도 떼서

건강을 위해서나 적어도 비싼 가격이 아닌 건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드셨으면 한다.

세계최고 갑부 워런버핏이 아침식사로 매번 

콜라와 햄버거를 먹는 것은 누구나 그가

콜라와 햄버거를 너무나 좋아해서라고 생각하지 돈을 아끼기 위해 햄버거 식사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재산이 30억이 넘는다는 말을 갸우뚱하게 했던 크림빵 가격을 확인하고

다시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자신에 입맛에는  가장 잘 맞아서 먹는 거라는 그에 말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이전 20화 그에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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