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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an 11. 2021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 때문에 읽은 소설

발터 뫼어스 《한밤의 모험》(문학동네, 2016)

어떤 책을 고르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림입니다. 표지 그림이 근사해서일 수도 있고, 책 안에 숨은 삽화 때문에 책을 고르기도 하죠. 발터 뫼어스라는 낯선 작가가 쓴 이 소설은 표지의 작가 이름 아래 작은 글씨로 적힌 귀스타브 도레라는 이름 덕분에 선택됐습니다. 발터 뫼어스는 몰라도 귀스타브 도레는 아니까요. 삽화 또는 일러스트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위대한 작가이니까요.     


하지만 소설도 전혀 실망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소년 이름은 귀스타브 도레. 작가는 도레의 목판화 작품 21점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작품들이 도레의 각기 다른 여덟 작품집에서 발췌한 것이라는 점. 소설을 위해 제작된 삽화가 아닌데도 소설을 위해 제작된 삽화인 것처럼 이야기를 지은 겁니다. 위대한 예술가였던 귀스타브 도레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삽화를 보는 재미까지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주인공 소년 귀스타브 도레는 ‘죽음’이 내준 어려운 임무를 하나하나 완수해가며 귀중한 삶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루는 이야기는 모든 영웅담의 공통된 구조입니다. 작가는 귀스타브 도레를 영웅과 동일시합니다. 그 작은 영웅이 고난 끝에 얻은 것은 다시 밝은 새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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