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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질까 조바심에 발 동동

사월의 하얀 벚꽃보다 오월의 초록 나무가 더 좋아진 이유

by 김씰리




아마도 벚꽃은 한국인들이 가장 기다리고 환영하는 꽃일 것이다.

벚꽃의 개화시기에 맞추어 전국 곳곳에서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 묻어있는 찬비가 와르르 쏟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벚꽃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벚꽃잎이 너무 빨리 떨어지면 어떡하냐구! 난 반드시 올해의 벚꽃 앞 인생샷을 건져야 한다규!!!



올해는 일정 때문에 아주 우연찮게, 아주 운 좋게 윤중로의 벚꽃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나무의 행렬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 다다음날쯤 본가에 간 날에는 종일 비가 내렸다. 동네 길을 따라 핀 벚꽃나무들은 이미 비를 때려맞고 어둡게 훅 주눅든 상태였다. 젖은 벚꽃잎이 이젠 예쁘지 않은 모양으로 아스팔트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벚꽃은 아슬아슬한 조바심을 유발한다.

올해 처음으로 문득, 그 조바심에 질리는 것을 느꼈다.


봄에 태어난 아이여서 늘 삼월을 가장 좋아했지만, 해가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은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초록.jpg


사방이 싱싱한 초록빛으로 물든 오월의 풍경은 시력보호에도 좋다. 마음이 몹시 싱그러워진다.

꽃이 진 뒤 생생하게 피어난 초록 나뭇잎은 강렬한 생명력을 뽐낸다.

장대비가 쏟아져도 흠뻑 촉촉해질 뿐 끄떡없이 다시 초록광선을 뿜는다.


오월에는 꼭 카페 테라스 자리나 동네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하고 초록 나무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곤 한다.

평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제 계절의 여왕이 하루에 한 걸음씩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다.

나는 올해 오월의 초록나무 행렬을 바라보며 읽을 책들을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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