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살인. 5 (효라빠 장편소설)
'부장님! 저 투약 신청한 약이 안 나왔습니다. 집에서 벌금 납부할 수 있도록 연락 좀 해주세요. 위층에서 계속 쿵쿵 거려 짜증 나 못살겠습니다. 옆방이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시켜주세요. 제 영치금 확인 좀 해주십시오. 옆 사람이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 이방에 못 있겠습니다. 배가 너무 아파요 의료과 보내주세요. 화장실이 막혔는데 시설보수 수용자 불러서 뚫어주세요. 아침밥 먹다가 국에서 돌이 나와 이빨이 깨졌습니다. 벌금형 노역 살고 있는데 만기 날짜 좀 알 수 있을까요? 오늘 운동은 몇 시에 시작합니까? 갇혀 있으니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면담 좀 해주세요.'
사동 담당실 인터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좁은 방안의 수용자들은 화장실 막힌 거부터 약 문제, 자기 옆사람이 싫은 것까지 모두 담당 근무자인 주형에게 해결해 달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이 많았지만 주형은 대부분 신속하게 처리해 주려고 노력했다. 선배들은 그런 식의 업무 처리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70~80명이나 되는 수용자를 관리하는데 애들 입에 밥 떠어 넣어주듯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담당근무자가 수용자를 관리,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요구 사항만 처리하는 벨보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주형은 선배들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 맞다고 여기 지도 않았다. 그들의 애로사항을 처리해 주는 게 자신이 교도관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수용자들도 주형의 스타일을 아는지 다른 담당들이 처리해주지 않는 것까지 주형에게 부탁했다. 그 점을 노려 자신의 편의에 이용하려는 수용자도 있었다.
여전히 인터폰 알람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교도소 미지정(출역하지 않는) 사동은 시골 장터같이 번잡스럽고 어수선했다.
"부장님! 신입 왔습니다."
"네"
팀 사무실 서무가 사동으로 찾아와 수번과 이름이 적힌 쪽지를 주형에게 내밀었다. 종이를 펼쳐 든 주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를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쪽지에는 [1004번 최태식, 징벌 : 금치 30일, 3 동하 16실 입실]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입 오자마자 자신의 요구사항을 위해 다리 아킬레스건을 끊는 자해를 했던 1004번 최태식이 주형의 사동에 있는 징벌방으로 다시 온다는 말이었다.
쪽지에 적힌 이름 보다도 '1004번'이라는 숫자가 눈에 더 들어왔다. 주형의 입에선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최태식은 치료를 위해 외부병원으로 후송됐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도 직원들을 귀찮게 하고 간호사들까지 힘들게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보통의 수용자들은 병원에 입원하면 교도소보다 편하기 때문에 조용히 지내다 돌아오는데 최태식은 그렇지 않았다. 그걸 아는 인간이라면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몇 분 지나자 사동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수용자가 있었다. 최태식이었다. 빡빡 밀어버린 머리와 미간에 깊게 페인 주름, 날카로운 눈빛이 여전히 주형을 긴장시켰다.
"1004번 최태식 씨. 징벌 처분으로 금치 30일 받은 거 알고 있죠? 금치는 기본적 처우가 제한됩니다. 징벌방에 있는 동안은 tv 시청과 접견 등을 할 수 없으니 참고하세요. 본인의 물품도 징벌방 안으로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칫솔 등 세면도구도 식사시간에 종이 밥상, 연질 식기 등과 함께 지급해 줄 겁니다. 시간은 대략 1시간이니 그때 식사하고 씻으면 됩니다. 최태식 씨는 자해 전력이 있으니 방으로 나오거나 들어갈 때도 신체검사를 할 겁니다. 그 점 참고하세요"
"징역 한두 번 산 것도 아니니 말 안 해도 압니다."
최태식이 주형의 말을 자르며 인상을 썼다.
"그럼 방으로 들어가세요"
최태식이 휠체어를 밀고 사동 복도를 지나갔다. 16번 방은 복도의 제일 끝에 있는 방이었다. 교도소에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흔치 않은지 방안에 있는 수용자들이 쇠창살 사이로 최태식을 쳐다봤다. 그들도 최태식을 무척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징벌방 앞에 도착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반 거실에 있는 tv도 없었다. 보통은 기본적인 생활용품과 수용자들의 짐이 있기 때문에 교도소지만 방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났지만 징벌방은 그렇지 않았다. 방과 좁은 화장실을 구분하는 미닫이 문 하나가 전부였다. 문의 창도 혹시나 있을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유리창이 아닌 아크릴 창문이었다. 방은 성인 2명이 누우면 꽉 찰 만큼 좁았다. 벽은 보호벽으로 되어 있었다. 시멘트 벽에 스펀지로 된 보호 패널이 붙어 있었다.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자해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보호벽에는 다양한 낙서가 되어있었다.
'나가면 죽여버리겠다. 집에 가고 싶다. 미쳐 버릴 거 같으니 여기서 빼내 주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김 주임 이 개새끼는 내가 죽여 버린다. 2003년 11월 22일 전중우가 여기 있었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입에 담기 상스러운 욕부터 애국가까지 세상의 모든 낙서는 다 쓰여 있었다.
반대쪽에는 예수의 그림과 옆으로는 옷을 입지 않은 전라의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었다. 반성문 쓰라고 넣어준 볼펜으로 그렸을 예수와 여자의 모습은 예술가가 그린 것처럼 정교했다. 벌려진 다리 사이의 성기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방안에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주형은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수와 전라의 여체. 누가 이걸 그렸을까? 무슨 생각으로 그렸을까? 하나의 그림은 예수라는 신이고 하나의 그림은 벌거벗은 여자였다. 죄수가 교도소 안의 교도소인 독방에 그린 그림이 밖의 전시회에 결렸다면 최대의 걸작이 될 만큼 잘 그려져 있었다.
여자의 자궁에서 나온 인간과 그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신. 그리고 교도소의 독방. 최태식도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악마가 되었지만 그도 순수한 아이였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전라의 여체 옆에 그려진 신은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을 용서할 수 있을까? 신이니까 아마 용서했을 것이다. 그 용서로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고 해도 포용할 수 있을까? 주형은 인간인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고민이 됐다. 죄짓고 들어와 반성하지도 않고 자해까지 하는 그를 신처럼 용서하고 받아 들어야 할지 아니면 괴물로 인정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주형은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따뜻하게 대하려 했지만 최태식 같은 수용자를 볼 때면 자신의 신념이 흔들렸다. 교도소 징벌방 스펀지 벽에 그려진 낙서에 주형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세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인터폰 누르면 됩니다."
"흠..."
최태식이 말없이 천천히 몸을 옮겼다. 자해한 다리가 아직은 혼자 움직이기 힘들어 사동 도우미의 부축을 받았다.
징벌방이라 방 문도 일반 방보다 두 배나 두꺼웠다. 주형이 묵직한 철문을 닫자 '철컥'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주형은 두꺼운 철문이 다시는 열리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주형의 진정한 미지정 사동 근무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동 근무는 수용자 인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한 사동에 100명이 있어도 문제 수용자가 없으면 근무할만했고, 단 한 명이 수용되어 있어도 그 사람이 문제 수용자라면 힘든 근무지였다. 최태식의 등장으로 앞으로 힘든 근무지가 될 게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내일은 시설보수 수용자 불러 벽의 낙서부터 지워야겠구나' 주형은 힘없이 중얼거리며 담당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태식은 좁은 방의 벽에 기대어 앉았다. 사방이 벽이다. 쇠창살 쳐진 화장실 쪽 작은 창문만이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었다.
그는 30일 동안 그곳에서 지내야 한다. 어쩌면 더 길어질 수 도있다. 다른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태식은 시메트 벽으로 둘러 쌓인 이곳이 숨 막혔지만 그러려니 했다. 수형 생활하면서 징벌방에 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정도는 버텨야 자신이 독종으로 불리고 직원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걸 몸소 채득 했다. 잘린 아킬레스건에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인상을 썼다. 차가운 인상의 얼굴이 더 차갑게 보였다. 고통이 밀려오자 최태식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교도관 새끼들 그래 두고 보자. 이제 시작이다. 이 최태식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겠다. 니들이 내가 요구하는 데로 해주지 않으면 얼마나 피곤 한지 한번 봐 보자'
그리곤 옆으로 쪼그려 누웠다. 벽에 많은 낙서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예수와 벌거벗은 여자의 나체도 있었다. 최태식의 눈에 예수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나체만 보였다. 잊고 있었던 성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발목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성기가 꿈틀거렸다. 머릿속으로 그림 속 여자가 자신의 옆에 누워 있다고 상상했다. 통증이 가라 안는듯했다. 여자를 거칠게 다뤘다. 더 흥분이 됐다. 꿈틀거리던 성기가 빳빳해졌다. 유흥업소에서 돈을 지불하고 샀던 여자들부터 담벼락을 넘어 겁탈했던 여자들까지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렸다. 자신의 욕정을 불태우기 위해 집어삼켰던 상황들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돈을 주고 하는 섹스보다 강제로 했던 섹스에 최태식은 더 쾌감을 느꼈다. 여자가 자신의 소유물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몸만 뺐으면 자기 것이 된 것 같았다. 그런 욕정이 불타올라 담을 넘었고 조용히 들어가 강제로 여자들의 옷을 벗겼고, 소리 지르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괴물의 앞발 같은 그의 손 사이로 밑에 깔려있는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소리는 최태식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더 큰 소리를 듣기 위해 더 강하게 겁탈했다. 두려움에 눈을 뜨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연약한 여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최태식의 뇌는 흥분했고 심장은 폭발하듯 뛰었다. 성기의 혈액은 더 빠르게 흘렀다. 악마의 피가 미친 듯이 흐르면 자신은 더 강한 남자로 태어나는 것 같았다.
최태식의 더러운 육신 밑에서 강간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게 더 나을 피해자들은 비명만 지를 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발버둥 쳐봐야 성인 남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악한 악마의 혀가 귓불을 핥고 거친 숨소리가 그녀들의 의식을 깨트렸다. 악마의 입에서 나오는 비릿한 신음소리에 그녀들의 육신과 정신까지 더럽혀졌다.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더럽디 더러운 물체의 꿈틀거림이 느껴질 때 더욱 비참해졌다. 묶여있는 손의 손톱들이 오므려져 자신의 살을 파고 들어가도 그녀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악마의 거친 몸부림에서 나오는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라면 최태식의 행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혀를 빼내 헐떡거리는 미친개처럼 거친 숨을 일으키고 몸속의 더러운 액체를 뿜어 버리면 끝이 났다. 그리고 입을 막은 손이 풀리면 그녀들의 처절한 흐느낌은 더 크게 들려왔다. 가녀리고 연약한 육체와 정신은 더럽혀졌고 최태식은 자신만의 쾌감을 느끼며 악마가 사람을 잡아먹는 더러운 의식은 막을 내렸다. 그 상황은 끝이 났지만 악마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영원한 병자가 되어 살아갔다. 인간의 고통은 시간의 흐름과 같이 치유되지만 그녀들의 고통은 흐릿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악마에게 잡아 먹혀 버린 여자들의 정신이 더욱 피폐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
바닥에 누워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최태식은 또다시 미친개가 되어 숨을 헐떡거렸다. 그의 더러운 모습을 예수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예수와 여자가 아니라 그 방에는 예수와 더러운 악마만 남았다.
예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최태식은 여자의 그림만 쳐다보며 자신의 발기된 성기를 만지며 희열을 느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본인이 겁탈했던 여자들을 떠올렸다. 경찰에 걸린 게 한 명이었지만 피해자들이 신고 안 한 경우도 있어서 몇 건의 사건이 더 있었다. 그 상황을 떠올리며 빳빳해진 성기를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호흡이 거칠어지며 최태식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나더니 더러운 분비물이 마루 바닥에 쏟아졌다. 태풍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듯 최태식의 머릿속 상상들도 분출물과 함께 쓸려갔다. 다 끝난 표정으로 눈을 떠 벽을 보자 그제야 나체의 여자 옆 예수가 보였다. 최태식이 피식 웃었다. 머릿속에서 더러운 상상 하며 또 다른 마음속 범죄를 저질렀지만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 표정이었다. 예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그가 상상하는 것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용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최태식의 더러운 상상과 모습도 그럴 수 있을까.
'지랄~ 저 예수 그림은 누가 그려 논거야. 괜히 깨잖아' 최태식이 혼잣말 했다. 가래침을 마루 바닥에 뱉었다. 쏟아낸 더러운 분비물과 섞여 비릿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빨리 나가 여자 따먹고 싶네, 사회로 나가려면 아직도 징하게 많이 남았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나.'
최태식은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교도소 밖으로 나가 범죄 저지를 궁리만 하고 있었다.
'저 부장 새끼를 어떻게 괴롭히지. 생긴 거 보니깐 순하게 생겨서 좆밥이겠는데. 건 수 하나만 잡히면 가만히 안 놔둔다.'
최태식은 바닥에 누워 주형을 괴롭힐 계획을 짰다.
'으~' 자해한 발목에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괴로운 소리가 나왔다. 직접 붕대를 풀었다. 수술한 곳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퇴원할 때 의사가 하루에 한 번씩 드레싱 하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말과 함께 자기를 돌봐줬던 간호사도 떠올랐다. 주사 놓거나 드레싱 하러 올 때 나는 은은한 샴푸향이 그리워졌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여자 냄새인지 몰랐다. 안에 들어와 있는 게 더욱 짜증스러웠다.
'씨발년 가슴도 크고 맛있게 생겼었는데. 흐흐흐' 혼잣말하며 더러운 웃음을 지었다.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 게 범죄 저질러서 온 게 아니라 누명을 쓰고 들어와 있는 것처럼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벽에 붙어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16방 인터폰 눌렀어요?]
스피커에서 긴장된듯한 주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장님. 드레싱 해야 하니. 의무과 연락해 주세요. 급하니까 빨리요.]
최태식은 존대를 하고 있지만 목소리 톤은 지금 바로 치료해주지 않으면 사고 칠 테니 알아서 하라는 듯 강압적으로 들렸다.
[의료과에 연락해 가능한지 확인해 볼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부장님!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바로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수용자가 아픈데 치료도 안 해주는 건 인권침해 아니 냐구요?]
최태식이 버튼 옆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소리 질렀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알았으니 기다리세요. 치료 안 해준다는 게 아니잖아요. 의료과도 진료 일정이 있으니 확인해봐야 할거 아니에요]
[지금 통증이 있고 상처에서 고름까지 나오니 해달라고 하는 거지. 그냥 해달라고 하겠어요? 씨발~ 짜증 나게. 바로 해주지 않으면 인권침해로 경찰에 고소하고, 인권위원회에 진정 넣을 거니까 알아서 하쑈!]
최태식이 자기가 교도소에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며 큰소리 쳤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담당 교도관을 겁박하는 듯한 태도였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주형은 안하무인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의료과에 전화를 걸었다. 의료과도 최태식이 어떤 문제수인지 알고 있기에 드레싱을 바로 해 준다고 했다. 동행 근무자 보낼 테니 최태식을 의료과로 보내라는 대답이었다.
최태식이 방에서 나와 휠체어를 타고 담당실 앞까지 왔다.
"부장님! 내가 뭐라고 했어요? 의료과에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의료과에서 내 상태를 아니까 바로 이렇게 조치하는 거 아닙니까!"
주형을 타이르는 듯 말했다. 그리곤 사동 도우미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의료과로 향했다.
담당실의 주형은 멍하니 쇠창살만 쳐다보고 있었다. 화가 났다. 뭘 잘못했기에 저런 인간쓰레기에게 이런 소리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최태식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건 진료를 요구하는 그의 말이 규정에 맞기 때문이었다.
아픈 수용자를 치료해주지 않았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면 인권위 조사관이 와 주형을 조사할 것이다. 몸상태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조용히 끝날 수도 있지만 만약 치료 시기가 늦춰져 건강 상태가 나빠졌거나 사망이라도 하게 되다면 제때 조치하지 않은 담당 근무자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생겼다. 인권위원회 직원들은 수용자는 교도소에서 정당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으로만 보지 그가 살인자인지 강간범인지, 문제 수용자 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담당 근무자들은 그 수용자가 어떤 행태를 하며 수용생활 하는지 알고 있기에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료과에서 드레싱 해준다고 바로 데리고 오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최태식은 교활한 수용자이기에 약간의 빈틈만 보여도 인권위원회 진정이나 검찰에 고소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되면 담당 직원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조사받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흔히 하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 말이 딱 맞았다.
주형은 그런 상황을 볼 때마다 사회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교도소에 들어옴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로 변해 버리는 게 어이없었다.
최태식이 의료과에 가고 잠시 의자에 앉아있는데 팀 사무실의 서무가 담당실 문을 열더니 또 쪽지를 건넸다.
[1818번 이대현, 징벌 : 금치 30일, 3 동하 16실 입실]이라고 적혀있었다. 김성균 주임을 죽이기 위해 살인 교사를 했던 이대현을 검찰에 송치한 것과 별도로 30일의 금치 처분이 떨어졌다. 주형은 두 명의 문제수를 한꺼번에 관리하게 된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상태 안 좋은 돌아이를 한 명 더 받아서 어쩝니까. 팀장님이 다른 방으로 넣으려 했는데 징벌방이 다 차서 이대현이 갈 곳이 없었답니다. 부장님이 고생 좀 해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던데요."
팀 서무를 맞고 있는 후배가 쪽지를 건네며 팀장님이 전하는 말이라며 위로했다.
"어쩌겠어 할 수 없지. 최태식이야 치료가 끝나면 다시 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대현까지 오니 좀 당황스럽긴 하네. 휴~"
주형이 마음속의 말을 꺼냈다. 최태식은 자기 몸에 자해하며 내가 이런 수용자다 내세우는 스타일이라면 이대현은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소란과 난동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전 교도소에서 수감 중일 때 직원 폭행 건도 있어서 최태식보다 오히려 이대현이 다루기 겁 나는 수용자였다.
"부장님 저는 다른 일이 있어 가봐야겠습니다. 이대현은 조사가 끝나면 기동순찰팀 대원들이 데리고 온다고 합니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나 trs(무전) 하세요. 바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기동순찰팀 대원들도 부장님 사동은 순찰을 더 돈다고 하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마워. 일 있으면 연락할게"
후배가 안타까운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몇 분 지나자 입구가 소란스러웠다. 기동순찰팀 대원을 양 옆으로 대동하고 나타난 이대현의 모습이 보였다. 비대한 체구에 팔자로 건들건들 걷는 모습이 딱 봐도 건방져 보였다.
'야~ 이 새끼들아 사람 지나가는 거 처음 봐? 씨발 새끼들 꽉 모가지를 따버릴라.'
복도를 걸어오면서 방 안에서 쳐다보는 다른 수용자들에게 욕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온몸이 문신이고 멧돼지 같이 큰 덩치,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에 방안에 있던 수용자들이 기가 눌려 아무도 말대꾸 못 하고 시선을 돌렸다.
"1818번 이대현. 조용히 하세요! 여기는 당신하고 싶은데로 말하고 소란 피우는 곳이 아닙니다."
기동순찰팀 대원인 준석이 지시했다.
"아따~ 주임님. 씨발 새끼들이 사람이 지나가는데 동네 개새끼 쳐다보듯 꼬라 보는데 내버려 둡니까? 예?"
준석의 지시에 말대꾸하며 쳐다봤다.
"분명히 말하는데 한 번만 더 소리 지르거나 소란을 피우면 보호장비 착용할 겁니다. 경고했습니다."
준석도 이대현을 쳐다보며 소리 질렀다. 그리곤 허리에 차고 있는 수갑에 손을 올렸다. 그제야 이대현이 꼬리를 내렸다.
'씨발~ 별것도 아닌 거로 짖어대네'
준석에게 들릴 듯 말 듯 했다.
"방금 욕했어요?"
준석이 이대현의 입에서 욕이 나오자 따져 물었다.
"뭘 주임님한테 욕을 해요. 짜증 나서 혼잣말 한 거지."
"분명히 말하는데 직원 앞에서 그런 식으로 욕 하면 그것도 직원 모욕 한 거로 처벌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마지막 경고했습니다."
이대현의 건방진 태도에 준석이 흥분했다.
"예~ 예~ 알았습니다. 안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이대현이 마지막까지 시비조로 답했다.
"부장님 16실 징벌방에 수용될 사람입니다."
준석이 주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연락받았습니다."
주형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1818번 이대현 씨 이쪽으로 오세요"
"......"
이대현이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주형의 뒤를 따르더니, 방 앞에서 갑자기 소리 질렀다.
"아니. 저 혼자 생활하는 거 아닙니까?"
방 입구에 있는 최태식의 수용자 지찰(문패처럼 방 앞에 수번과 이름이 적혀있는 표)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두 명이 생활하니까 그렇게 알고 잘 지내세요."
"이 방에 못 들어갑니다. 다른 데로 보내주세요."
"안됩니다. 교도소에서 거실 지정은 배방 팀에서 처리해 준 대로 하는 겁니다. 더군다나 징벌받고 있은 사람인데 그런 소리가 나와요?"
이대현이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동행했던 준석이 말했다.
"와~ 돌겠네. 방 좁은 것도 짜증 나는 데. 여기서 어떻게 둘이 생활하란 말이야. 그것도 30일씩이나."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 할 수 없습니다."
"씨발~ 열받네. 못 들어갑니다."
이대현이 방 앞에서 버티고 섰다.
"좋게 말할 때 들어가세요. 안 그러면 강제로 입실시킵니다."
준석이 이대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대현도 준석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이대현 씨 일단 들어갑시다. 여기 기동순찰팀 대원들도 상부 지시가 있어 그런 거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들어가서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세요. 그럼 처리해 줄게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주형이 부드럽게 말하며 이대현을 달랬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일단 입실시키는 게 중요해 보였다.
"그럼 들어는 가겠습니다. 여기 수용자 어디 갔는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 이 방으로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그랬다가는 제가 못 참을 수도 있습니다."
이대현이 준석의 눈치를 보며 방으로 들어갔다.
기동순찰(crpt) 팀 대원들은 일반 직원과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특전사복 비슷하게 생긴 검은색 기동복을 입고 있었고 일명 워커라고 불리는 군화를 신고 있었다. 복장부터가 교도관보다는 특수부대원처럼 보였고 그들이 무술 유단자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수용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대현도 대원들과 시비가 붙어 대원들에 의해 제압당해 봐야 본인이 손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닫히고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깨졌다.
'으아~~~ 쿵! 쿵! 쿵!'
이대현이 징벌방으로 들어가고 기동순찰대원들이 철수하자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대현이 분을 못 이겨 소리 지르고 주먹으로 벽을 치는 소리였다.
'아~ 씨발 답답해 죽겠네. 야!'
담당실의 주형에게 까지 들렸다. 소란을 피우면 다른 방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에게 방해가 되고 기물 파손 등의 우려가 있어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인터폰을 눌러 호출했다.
"이대현 씨 소리 지르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소란으로 다른 사람의 수용생활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진정하세요"
"알았으니까~ 신경 끄세요."
이대현이 짧게 답하며 인터폰을 껐다. 일단 조용해 지자 주형도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정리됐다 싶으니 의료과 동행 담당 근무자가 상처부위 드레싱을 끝낸 최태식을 데리고 왔다.
"부장님. 최태식 수용자 진료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근무자가 짧게 말하고 돌아갔다.
"최태식 씨, 본인 방에 다른 수용자가 들어왔으니 함께 생활하세요."
"네? 그렇게는 못 합니다. 혼자 있는 방으로 보내주세요. 다리도 불편한데 어떻게 같이 생활합니까."
"징벌방이 꽉 차서 할 수 없습니다."
"젠장~ 일단 알았습니다."
최태식이 생각보다 순순히 방으로 들어갔다. 주형은 최태식도 안 들어간다고 버티면 어쩌나 긴장했는데 들어간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주형이 방 문을 열었다. 뒷짐 지고 서서 쇠창살 쳐진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이대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뭡니까?"
"이대현 씨와 같이 생활할 수용자입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하니까. 끝내 말을 씹는구먼..."
"여기는 교도소지 모텔이 아닙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니 그렇게 아세요"
"부장님 말대로 잘 생활할지 어떨지 저는 장담 못합니다."
이대현이 짧게 답했다.
'뭐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병신 새끼네' 혼잣말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태식이 이대현의 빈정거리는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졌다.
그걸 보고 있는 주형은 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답답해졌다. 오래 생활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최태식이 방으로 들어가고 주형은 담당실로 돌아왔다.
준석은 팀 사무실로 복귀했다. 성균은 병가를 끝내고 출근했다. 방검복 덕분에 많이 다치지 않아 오래 쉬지는 않았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이대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됐다. 적지 않은 시간 교도관 생활 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적은 처음이라 많이 놀랬다. 그만큼 이대현에게 갚아주고 싶었다. 위에서는 검찰에 송치해 추가 건을 띄우자고 했다. 그 말은 교도소 안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성균은 그 뜻을 이해하면서도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이대현을 생각하면 주먹이 근질근질했다. 추가형도 추가형이지만 자기만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준석아"
"네. 주임님"
"이대현 그 자식 상태가 어떻던?"
성균이 이대현을 징벌방에 입실시키고 팀 사무실로 돌아온 준석에게 물었다. 일말의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여전히 싹수없습니다. 자기가 다른 수용자와 왜 한 방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엄청 짜증 내던데요"
"그 새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하긴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지. 그 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수용자가 최태식이라며?"
"네. 최태식과 이대현이 같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잘됐네. 두 미친놈이 한 방에 있다. 야~ 그림 좋은데. 내가 봤을 때 오늘 안으로 둘 중 하나는 튕겨 나온다. 누가 내공이 센지 흥미진진한데. 먼저 방 옮겨달라는 놈이 지는 거야. 하하"
성균이 둘이 같이 생활하다는 게 어이없으면서도 서로 싸우며 열받을 걸 생각하니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준석이 네가 봤을 때는 누가 이기겠냐?"
"아무래도 힘센 이대현이 이기지 않을까요? 조폭이기도 하니까."
"나는 최태식에게 한 표 건다. 징역은 힘으로 사는 곳이 아니거든 단순한 이대현이 최태식의 내공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 그런 말 있잖아.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라고. 징역도 마찬가지야. 힘보다는 내공 쎈놈이 살아남지. 하하"
"주임님 말씀대로 될지. 아니면 힘센 놈이 이길지 궁금한데요."
준석도 성균의 말에 관심이 갔다.
"주임님. 이대현 그냥 놔두실 거예요?"
"그냥 놔두다니?"
"주임님을 죽이려 했는데 추가형만 띄우는 건 너무 약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그 새끼 튀면 내가 밟아버리려고 벼루고 있다. 위에서는 절차대로 진행하자며 손대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높으신 분들 뜻이고 나는 그렇지 않아. 감히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맞습니다. 그런 놈은 가만히 두면 안되죠.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죠."
"이대현이 소란 피우면 수갑하고 벨트 보호대 채울 때 인정사정없이 채워. 알았어?"
"네. 주임님"
소란과 난동 부리는 수용자들에게는 보호장비라고 해서 수갑, 벨트 보호대, 포승, 보호침대, 보호의자 등을 사용했다. 사적인 복수용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소란으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팀장의 지시에 의해 사용했다. 착용한 수용자들은 묶여있는 상태로 몇 시간씩 있다 보면 고통스러워 다음부터는 소란을 피우지 않는 효과도 있었다.
"이봐~ 이쪽은 내 구역이니 넘어오지 마시지, 나는 옆에서 시끄럽게 하는 거 딱 질색이니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면 좋겠고......"
이대현이 기선 제압하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거참 말 싸가지 없이 하네. 내가 이 방에 먼저 들어왔고 나이도 훨씬 많이 먹었는데 말 좀 좋게 하면 안 될까?"
50대인 최태식이 30대 중반처럼 보이는 이대현을 나이로 누르려고 했다.
"요즘 징역은 나이로 형님, 동생 하나. 당신 뭘로 들어왔어? 내가 누군 줄 알아?"
"네가 누군지 어떻게 아냐?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하고 생긴 게 돼지 같은 게 어디 조폭 양아치냐?"
"뭐야! 조폭 양아치라고? 이런 개자식이 있나. 이래 봐도 전국구 조직인데 양아치라고?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죽고 싶어?"
"전국구 조직이라, 그럼 사람은 죽여봤겠네? 몇 명이나 죽여봤어?"
"왜? 그건 알아서 뭐 하게?"
최태식이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 죽여 봤냐고 묻자 이대현이 갑자기 당황했다. 그의 눈빛이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 죽이기 위해 손으로 목을 조일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 양손에 심장 진동과 피가 흐르는 게 느껴지지 그리곤 더 힘을 주면 동공이 서서히 풀리며 기절을 해. 처음엔 바로 죽지 않아. 심장은 펄떡 거리며 뛰고 있지. 왜냐하면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잠시 기절한 상태니까. 거기서 바로 손을 떼면 안 돼. 뛰고 있는 심장에 의해 혈액이 다시 공급되고 의식이 돌아와 버리기 때문이지. 그 순간 몇 분을 더 힘주고 있어야 해. 벌떡 거리는 심장이 멈출 때까지 말이야. 어때 오늘 밤 한 번 당해 보고 싶어? 아니면 더 큰 고통이 있지. 손가락으로 눈알을 빼버리는 거야. 몇 년 전 이곳에서 내가 한 적이 있지. 생각보다 쉬워 눈 속으로 손가락 하나만 들어가도 눈알이 튀어나와 버리거든. 네 오른쪽 눈으로 왼쪽 눈알이 얼마나 큰지 구경해 보면 무척 재밌을 거야. 그걸 안 당하려면 좋은 방법이 있지. 그건 네가 나를 먼저 죽이는 거야. 나보다 힘도 좋고 덩치고 훨씬 크니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 나는 어차피 징역에서 생을 마감할 거라 오늘 죽어도 좋고 몇 년 더 살아도 좋아. 하지만 너는 어떨까? 무슨 죄짓고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교도소 징벌방 안에서 다른 수용자를 죽였다면 살아서 교도소 밖으로 나가기는 힘들겠지. 안타깝네 나가서 즐길 인생이 많을 것 같은데. 알아서 해. 오늘 밤 나 죽이고 평생을 쇠창살 쳐진 시멘트 벽 안에 갇혀 살던가, 아니면 눈알 뽑혀서 반대쪽 눈으로 네 눈알 구경을 하던가 마지막으로 여기서 죽어 나가 던가. 널 위해 힌트 하나 준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당장 네가 이 방에서 사라지는 거겠지."
최태식이 잘린 아킬레스건의 발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의 말이 틀려 보이지 않았다. 이 방 안에서 잠을 잤다간 눈알이 뽑히거나 죽어나갈 것 같았다. 그렇다고 먼저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보통 수용자들은 이대현이 전국구 조직 폭력배라고 말하며 덩치로 겁을 주면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최태식은 그렇지 않았다.
"씨발. 좆같은 소리 하고 있네. 좁은 방에 둘이 있는 것 자체가 짜증 나서 안 그래도 전방시켜 달라고 할 거였어."
대현이 마지막 자존심은 살리려는 듯 큰소리치며 인터폰으로 주형을 불렀다.
"부장님. 저 열받아서 이방에 못 있겠으니 다른 방으로 옮겨 주세요."
"그렇게는 안된다고 아까 말했잖아요. 여기는 교도소라고요."
"그런 모르겠고. 이 인간을 딴 데로 옮기든가 저를 다른 방으로 보내던가 해주세요. 안 그러면 저 사고 칩니다."
"참고 지내보세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진짜 그렇게 나오시렵니까. 그럼 저 돌아버립니다. 쾅! 쾅! 쾅!"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문 차는 거예요?"
"네. 문 찹니다. 쾅! 쾅!"
대현이 인터폰으로 주형과 대화하면서 계속 발로 문을 찼다. 두꺼운 철문이 들썩거리며 사동 전체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게 말할 때 그만하세요. 더 하면 기동순찰팀 부를 겁니다."
"부르든가 말든가. 쿵! 쿵! 쿵!"
인터폰을 끄더니 이번에는 방과 화장실을 막고 있는 아크릴 문을 발로 찼다. 웬만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아크릴 창이 육중한 그의 체중이 실리자 '빠지직~'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자 주형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같은 방의 최태식도 있기 빨리 조치해야 했다. 주형은 trs로 무전을 날렸다.
[통제실! 3 동하 16실에서 수용자가 기물을 파손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기동순찰팀 출동 바랍니다.]
'야! 출동이다. 3 동하 출동!'
trs는 보안과 전체 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사무실에 대기 중인 기동순찰팀 대원들의 trs에서도 울렸다. 성균이 대원들에게 출동 지시 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기는 통제실입니다. 현재 3 동하 16실에서 수용자가 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동순찰팀과 근처에 있는 직원들은 3 동하 16실로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균이 급하게 뛰어가고 있는데 통제실에서 출동을 알리는 무전이 그의 귀에 한번 더 들려왔다. 더 빨리 달리라는 말처럼 들렸다.
성균과 대원들이 사동 도착할 때까지 대현은 문을 차며 소란을 피웠다. 손에는 문에서 떨어진 아크릴 조각이 들려 있었다.
최태식은 한쪽 구석에 앉아 비꼬는 듯 웃음을 머금으며 대현의 소란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밌는 액션 영화를 관람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무식한 새끼 너는 내 상대가 안돼 인마. 징역은 힘으로 사는 게 아니다. 이 양아치 새끼야'
징역 내공이 이대현보다 한 수 위였다.
"이대현! 좋게 말할 때 손에 들고 있는 거 버리고 진정해."
성균이 난동 부리는 대현을 보고 외쳤다.
"씨발~ 누군가 했더니. 김성균 주임 이군.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 이번엔 진짜로 보내 줄 테니까"
이대현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크릴 조각을 휘둘렀다.
"마지막 경고다 좋게 말할 때 버려라"
"좆같은 소리 하지 마. 처음부터 내가 요구한 데로 들어줬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다 니들 때문이야. 들어만 와봐 내가 가만히 있나. 모가지를 따버릴 테니까. 씨발 새끼들"
이대현이 더 흥분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용과 잉어 문신이 커다란 덩치와 함께 공포감을 자아냈다.
기동순찰팀은 진압 대원이 방패를 밀고 들어가면 성균이 뒤따라 들어가 수갑을 채워 마무리하기로 했다. 수시로 훈련했기에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했다.
제압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대원들이 다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손에 들려있는 날카로운 아크릴 조각과 거대한 망치 같은 주먹이 신경 쓰였다. 최대한 신속하게 들어가 제압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들어가! 제압해!"
팀장의 제압 명령이 떨어졌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대원들이 팀장의 지시에 따라 방패로 밀고 들어갔다. 성균은 삼단봉을 쥐고 뒤따랐다. 소란을 피우던 이대현이 들어오는 방패를 발로 찼다. 100kg 넘는 체구 때문에 방패가 밀리고 충격으로 준석의 중심이 무너지며 옆으로 쓰러졌다. 이대현이 손에 들고 있던 아크릴 조각을 넘어진 준석에게 휘둘렀다. 준석의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뒤에 있던 성균이 삼단봉으로 이대현의 손을 내려쳤다. 손에서 아크릴 조각이 떨어졌다. 다른 대원이 방패로 이대현을 넘어트렸다. 넘어져서도 주먹을 휘두르고 계속 소리 지르며 저항했다. 성균은 이대현을 복수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고, 아끼는 후배인 준석의 피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친 듯이 흥분했다.
"소란으로 인해 강제력을 행사한다. 좋게 말할 때 진정해!"
성균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이대현을 제압하며 소리쳤다.
"시발 놈들아, 니들이 뭔데. 다 죽여버릴 거야."
이대현이 흥분한 채로 끊임없이 욕을 했다.
성균이 넘어져 있는 이대현을 제압하기 위해 발로 온몸을 밟았다. '퍽! 퍽! 퍽!'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이대현은 그런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으로 대원들의 몸과 다리를 때렸다. 성균도 참지 않고 계속 이대현을 밟았다. 이대현의 주먹 움직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대원들을 때리려고 뻗었던 팔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위를 성균은 계속 밟았다. 이대현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고 얼굴엔 빨간 멍과 상처가 생겼다. 그걸 보자 성균은 더 흥분했고 자신의 몸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개 같은 새끼. 너같이 쓰레기 새끼들은 다 죽여 버려야 해' 입에선 욕과 함께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성균이 이대현의 배 위로 올라타 주먹으로 가슴팍을 때렸다.
"으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됐어. 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어"
성균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이대현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한 번만 봐주십쇼. 살려주세요"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나 보지"
"그런 게 아닙니다.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오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같은 놈들 하루 이틀 보냐. 이 순간만 모면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 하는 것을 모를 줄 알아? 이 인간쓰레기야!"
이대현의 잘못했다는 말을 성균은 무시했다. 변명하면 할수록 더 심하게 제압했다. 주먹을 미친 듯이 휘두르는 성균은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주임님, 수갑 채웠습니다.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성균이 너무 흥분한 것을 보고 잘못하면 큰일이 나겠다 싶어 다른 대원이 제지했다.
이대현은 양팔이 뒤로 꺾인 채 수갑을 차고 바둥거리고 있었다. 성균은 후배의 목소리와 수갑이 채워진 이대현을 보자 정신이 들었다. 제압하면서 자신의 폭력성에 순간 정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그럴 땐 상대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밟으면 밟을수록 더 흥분되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소란 피우는 수용자를 제압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에 빠져 버렸다.
전쟁에서 처음에는 적군이 사람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아닌 죽여할 대상이 되고, 생명이 아닌 단순한 물체가 되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이 이성을 삼켜버리는 잔혹한 현상을 성균도 직접 격고 있었다.
구석에는 최태식이 웅크리고 앉아 진압하는 상황을 쳐다보고 있었다. 성균은 흥분한 나머지 최태식의 존재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새끼 보호실로 데리고 가!"
성균이 수갑이 채워진 채 바둥거리는 이대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교도소에는 보호실이라는 곳이 있다. 소란과 자해하는 수용자를 관리하는 별도의 방이다. 보호실은 징벌방 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된다. 2평 남짓한 방에 좌식 변기가 하나 있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소리 지르고, 벽 차고, 난동 부리더라도 외부에 들리지 않게 끔 방음 시설이 되어 있고 다른 사동과도 분리되어 있다. 방에는 cctv가 설치되어 팀 사무실과 통제실에서 모니터로 감시하고 있다.
이대현은 보호실로 끌려갔다. 그의 입에서는 연신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란 피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기고만장하던 기세도 푹 꺾였다. 양 팔이 기동순찰 대원의 팔에 끼어 걸어가는 게 아니라 들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균이 방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모자를 주워 썼다. 구석에 최태식이 앉아있었다.
"같은 꼴 당하기 싫으면 생활 똑바로 했으면 좋겠군. 다음 타자는 당신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 겁먹으라고 하는 말인가요? 주임님!"
"이방에 이제 1004번 밖에 없다면 그렇지 않을까요?"
성균이 최태식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하하. 고맙습니다. 제 신병까지 신경 써주시고. 저는 저런 무식한 놈처럼 막 들이대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막 들이대지 않는다. 그럼 또 자해하시게? 내가 봤을 땐 그게 그거 같은데."
"그건 주임님 생각이고. 겪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래. 지켜봅시다. 어떻게 할 건지. 한 가지 말해주겠는데. 여기는 교도소야. 당신같이 죄지은 인간들이 죗값 치르는 곳이라는 거만 알았으면 좋겠군. 안 그러면 내가 참지 못할 테니까."
"......"
성균이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존댓말인 듯 반말인 듯 말했다. 최태식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성균은 징벌방의 문을 닫고 나왔다.
최태식은 혼자 남아 부서진 아크릴 조각들을 치웠다.
'내가 조직 양아치 새끼처럼 무식해 보이냐? 그럼 나를 잘못 본거지. 두고 보면 알 거야. 내가 어떤 놈인지.'
혼잣말하며 작고 날카로워 보이는 아크릴 조각 하나를 바지 속에 넣었다.
그리곤 인터폰으로 방 청소해야 하니 빗자루를 달라고 했다.
팀 사무실로 돌아온 성균은 얼굴에 상처 입은 후배 준석이 걱정됐다. 외부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사무실에 없었다. 전화해 보니 귀 밑으로 몇 바늘 꿰맸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할 정도로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했다. 얼굴을 다쳤는데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의문이었다. 준석의 목소리는 잠겨있었고 성균의 마음도 잠겨 들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퇴근 시간이 되었다. 피곤함 때문인지 집에 돌아온 성균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공허했고 비어있는 집안도 공허했다. 이대현을 제압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기는 사람 아무도 없는 빈집에 돌아오면 그런 기억들도 자신과 함께 같이 돌아왔다. 소란을 제압하기 위한 강제력 행사였지만 자신도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이성적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럴 땐 잘못했다고 비는 수용자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죽여야 할 괴물로 보였다. 옆의 동료들이 말려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상황이 끝나고 난 후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후회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간혹 자신의 몸 안에 괴물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불안하기도 했고 그런 자신이 무서울 때도 있었다.
자신을 따라 들어와 옆에 앉아 있는 기억을 지우려고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몸이 피곤해질수록 정신은 또렷해졌다. 머릿속에서 자야 된다고 하면 할수록 잠은 더 달아났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먹는 수면제를 꺼내기 위해 방의 불을 켰다. 눈이 부셨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주변이 밝아지자 잠들지 못해 몽롱해 있던 의식은 더 또렸해 졌다. 서랍 속의 수면제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물을 마시러 가는 것도 귀찮아 씹어 삼켰버렸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띠링~ 띠링~ 띠리링~~~~ 띠링~ 띠링~ 띠리링~~~~~'
핸드폰이 울렸다. 약 효과 때문인지 어느 순간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많이 잔 것 같진 않았다. 성균은 잠결에 핸드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더듬었다.
'알람이 벌써 울리나~' 잠이 덜 깬 눈으로 알람을 끄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매일 아침 울리는 알람인 줄 알았는데 액정에 보안과 사무실 번호가 찍혀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이 시간에 보안과에서 연락 올 일이 없는데 당황스러웠다.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았다.
[네. 교위 김성균입니다.]
[주임님. 야근부 서무입니다.]
[이 시간에 왜 전화하셨어요?]
[그게...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저... 이대현이 죽었습니다.]
[뭐라고요?]
[아침 기상 점검 하는데 이대현이 숨을 쉬지 않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젠장!]
성균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약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대현의 사망 소식 때문인지 다리가 휘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