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챙기기
오후 반차를 냈다. 원래는 학교에 갈 생각으로 낸 반차였지만 어제만큼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바쁜 와중에도 내 정신은 내가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이라 더더욱 그랬다.
선물처럼 주어진 자유 시간에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마음과 머리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지.
가족과의 관계가 무조건 좋아야 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 가족이라고 해서 꼭 관계가
좋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이제 꼼짝없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아빠랑은 즐거운 맘으로 제대로 된 식사 한 번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린 대체 뭘 위해 가족 간의 화목도 지키지 못하며 살았던 걸까, 싶었다가도 우리에게 이별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하다.
좋아하는 친구와의 만남은 늘 예상보다 길어지기 마련인데 어제도 그랬다. 하지만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한 거니까.
오늘은 엄마가 데리러 갈게!
아이에게 한 약속도 지켜야 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이집 앞에서 나를 본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폭삭 안긴다. 엄마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걸까.
저녁엔 동네 친구와 회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동네 친구와 밖에서 술을 마셔본 건 처음이었다. 주택단지로 이사 온 이후 차가 없으면 이동이 편하지 않은 동네에 살다 보니 친구랑도 거의 집에서만 술을 마셨었는데! 밖에서 술을 먹는 것 또한 어찌나 행복하던지!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안주도 맛있었지만 밖에서 먹는 방어회는 정말 최고였다.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감사한 일에 집중하는 나 자신이 보였다.
육아를 도와주는 친구와 가족이 옆에 있다는 사실,
아이가 많이 커서 돌봐주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상황도 잘 받아들인다는 사실,
아빠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 등등.
오늘은 병원에 계신 아빠를 보러 갈 예정이다. 우리의 이별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이별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