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케 잘 먹는 건데!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어떤 감정이나 슬픔도 거부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쁨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지금,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울고 싶으면 울고, 웃음이 나오면 즐거워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 일을 끝내면서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 내 일상은 아빠의 죽음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나의 내면에서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유의미한 허무함이 찾아왔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5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짧게만 느껴질 인생,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공허하지만 딱 그만큼의 여유도 생겼다. 원래도 얼마를 살든 지금과 현재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지금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하지 말자는 주의였는데 생각만큼 실천이 쉽진 않았었다. 이제야 완벽하게 이 생각을 몸소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무지막지하게 먹어대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다. 언니랑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 왜 이렇게 폭식하는 거냐며, 이렇게 먹는데도 몸무게가 늘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애도에도 에너지가 필요한 걸까?“
“아마도.....”
“지금 시기에 이렇게 잘 먹는 건 감사할 일이야“
“식음전폐보다 낫잖아?“
“맞아....”
슬플 때 우는 것처럼 배가 고플 때도 맘껏 먹는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도 하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가족들에게 잘해야지 결심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