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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추가금의 계절이지요

효년과 효녀사이

by 김타닥

분명 같은 날짠데. 내가 뭘 잘못 봤나.

4월 말 언저리에 예상되어 있던 가족여행이 5월로 미뤄지게 되었다. 예약을 바꾸려고 보니 분명 월요일-화요일 일정으로 같은 요일에 달만 5월로 바뀐 건데, 1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영수증에 추가되어 있었다. 카드값이 몸무게처럼 훌쩍 토실해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뭐 어쩌겠는가.


바야흐로 추가금의 계절이다. 5월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뭔가 도리를 다하는데 필요한 금액이 야금야금, 아니 물컥물컥 많아지는 계절이랄까. 연말연초와는 다르게 스승의 날이니 어버이날이니 무슨무슨 날과 함께 빨간 날이 꽃피듯 달력에 물들고 그에 따라 자연히 사람들 지갑도 스르르 열려서 그런 것이리라. 좀 봐줘라, 나 어버이날도 챙겨야 하는데, 숙소까지 이러면 어쩌잔 거야.


가까우면 싸우게 되고 멀어지면 애틋해지는 사이가 가족이라고 했던가. 엄마와 주로 친구같이 지내는 편이었지만, 도축업자가 그러하듯, 내 심장과 여린 살의 위치를 속속들이 알고 내게 칼날을 푹 푹 찍어 넣는 발언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속으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가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거리를 두게 된 나였다. 가족과 이미 멀어진 지 좀 된 경력직 선배님(?)들은 이왕 그렇게 된 거 도리라고 생각해 챙기기 급급했던 이런저런 것들을 조금은 놓아줘도 좋다고 충고했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내가 도달치 못했다. 불효자식이라고, 나중에 후회하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얼마큼 해야 효녀고 얼마큼 해야 효년일까. 내 손으로 돈을 벌고 나서부터는 철마다 선물을 챙기고,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아플 때는 함께 병원을 오가고 자질구레한 일거리를 처리한다. 과거로 돌아간다고한들 그것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언제까지고 내가 모자라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 하나 잘살면 그게 효도라는데, 그 말이 사실 명절 때 빈손으로 와도 좋다는 말 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내가 잘못된 걸까.


더 이상 어린이도 아니고, 누군가의 스승도 부모도 아닌 나는 새삼 5월 달력을 켜놓고 동그마니 무슨 날, 무슨 날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추가금을 내고 꽃과 선물을 고르면서, 가장 화려한 날씨의 이번 달이 조금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PS.

브로콜리 너마저의 잔인한 사월을 좋아한다. 오월도 그 못지않게 잔인한데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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