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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Nov 30. 2020

홈레코딩, 유튜브로 배웠어요.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 유튜브와 건설업의 변화

올해 추석은 유난히 편했던 명절이었다. 본디 명절이란 인사도 다니고 이동도 잦아서 몸도 마음도 분주하게 마련인데,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시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에서 명절에 이동 없이 내내 집에서만 있었다. 뭔가 행사를 만들거나 놀러 가지 않아서 정말 집에서만 있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되는 기간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유튜브를 봤다. 재미로 보는 채널도 있고 드라마 클립이나 영화 리뷰 영상도 눈에 뜨이는 대로 보기도 했지만 단연 관심사는 홈레코딩이었다. 홈레코딩에 대한 강좌도 많고 각종 팁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채널이 많았다. 홈레코딩으로 음원을 내고 싶은 나에게 먼저 경험한 이들의 조언과 노하우를 배우기도 쉬웠다.


유튜브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채널을 끊임없이 노출시켜 사용자의 시간을 잡으려고 한다. 유튜브에겐 사용자의 시간이 곧 매출이요 수익이다. 내가 배우려는 주제가 명확하면 유튜브처럼 좋은 미디어도 없다. 내 관심사를 끊임없이 제공하려고 하는 유튜브 덕분에 나는 지속적으로 필요한 컨텐츠를 공급받게 된다.


덕분에 엄청 공부할 수 있었다. 레코딩에 관련된 채널을 꽤 많이 본 것 같다. 미디로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지, 쉽게 할 수 있는 각종 팁들, 보컬 녹음은 어떻게 하며, 어떻게 각종 노이즈를 없애고 좋은 톤을 만들어내는지, 드럼의 킥에 깊이와 댐핑감을 주는 방법을 배웠다. 각종 이펙터를 쓰면서 좀 더 효과를 내기 위한 노하우와, 음향의 파형 그래프에 따라 묻히기 쉬운 소리를 어떻게 살리는지도 알게 되었다. 교회에 있는 악기를 미디처럼 쓸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맥북 로직 프로 X의 내장 플러그인 중에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좋은 플러그인들이 많다는 것, 무료지만 강력한 효과를 내는 플러그인도 알게 되었고, 마치 바이닐 레코드판처럼 빈티지한 효과를 내는 플러그인도 있었다. 마스터링 플러그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송폼을 만들기 위해 마커를 쓰는 방법도 배웠다.

유튜브 Loudbell Stuido 채널


홈레코딩의 선배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노래를 구입해서 음원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었고, 로직 프로 X만으로 음악을 만들어서 음원을 출시한 뮤지션도 있었다. 투잡을 뛰면서 기차 안에서 미디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음원을 출시할 때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얼마의 예산이 드는지 등 실제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었다.

유튜브 FANXY 채널


유튜브는 경험을 공유하기 좋은 플랫폼이다. 노하우를 설명하거나 디테일한 방법을 따라 할 수 있게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하기에 최적화되어있다. 많은 이들의 경험을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어서 배우고자 하는 분야에서 쉽게 초보 레벨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그 단계에서 더 나아가려면 좀 더 많은 공부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 부분은 아무래도 생업의 단계여서 유튜브 공유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오픈할 수 있는 것은 아마추어 레벨에서 고민하거나 막히는 부분에 대한 것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깊이가 깊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 채널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튜브로 수익을 내려면 계속해서 컨텐츠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혹은 다른 수익원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만들던지.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경험 산업인 건설과 맥이 통할 법도 하지만, 건설업은 유튜브와는 그리 친하지는 않다. 산업 자체가 워낙 보수적인 분야인 데다 영상과는 익숙하지 않은 산업군이기도 하다. 대부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내가 속한 회사도 업무와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 그리고 건설업은 조직 내에서도 업무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조직으로 일하는 특성이 강하다. 경험이라는 것이 매우 파편화되어 존재한다.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건설업에는 여러 법이 적용된다. 특히 안전이나 품질, 환경과 관련하여 미흡한 점이 영상으로 노출되는 경우 그 자체로 법적 처벌 리스크가 있다. 현장을 아무리 잘 정리하고 사고 없이 관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분도 있을진대, 영상으로 고스란히 노출된다면 난감하겠지. 영상에 대해 보수적인 것도 분명 합리적으로 납득 가는 부분이다.


재밌는 것은 클라이언트는 영상 보고를 원한다는 것이다. 4-5년 전 담당했던 말레이시아 현장의 도급 계약조건에 Monthly Video Report가 명시되어 있었다. 매달 영상으로 공사현황을 보고하라는 것이다. 예산을 책정해서 업체를 선정해 매월 영상으로 공정 및 현황을 보고했다. 아무래도 낯선 건설 용어들로 가득한 보고서를 받기보단 눈으로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되니 선호할 수밖에.


지금 현장에서도 발주처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영상으로 공사현황을 보고한다. 계약조건에는 없지만. 당시 우리는 수주가 절실했었다. 토공사를 먼저 수주하여 진행하면서, 건축 본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모으고 있었다. 나 역시 본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리라, 의욕이 충만하던 때라 발주처에게 어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 보고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어설프게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보고를 했는데 나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영상이 벌써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물론 수주는 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약간의 기여는 있지 않았을까.


발주처 보고용 영상 중 한 컷


요즘은 악기를 배우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관심 있는 악기는 유튜브로 배울 수 있으니 예전에 정형화된 책과 음원으로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홈레코딩도 많은 사람들이 하면 좋겠다. 장비도 나누고, 노하우도 공유해가며 재미나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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