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곱게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찜해두었던 카페를 방문해 보기 위해.
몇 달 전 카페 입구를 보고 '여기 느낌 있다.' 가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길을 나서본다.
집에서 메뉴를 미리 보며 리뷰를 살짝 들여다보니 핸드드립이 기가 막히다는 얘기가 있다.
'아, 또 핸드드립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설레부러.'
출발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인을 줄이고 있는 요즘, 가끔 마시는 핸드드립은 거의 천상의 맛이다.
겉모습부터 힙한 감성 두 방울을 떨어뜨린 카페는 안쪽에 테이블이 4개 정도인 아담한 구조였다.
솔직히 겉에서 보기엔 좌석이 없는 가게처럼 보여 가기 망설인 것도 있다.
(난 매장에 앉아 둘러보며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일요일 오전 10시.
원래 일요일엔 다들 늦잠 주무시는 거 아니에요?
카페에 왜이리 사람이 많지.
포장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난 핸드드립을 시키고 앉아본다.
원두는 다섯 가지인데 브라질을 골랐다.
브라질 원두는 부드럽고 쓴 맛과 산미가 적어 주로 블렌딩할 때 많이 사용되는 원두이다.
핸드드립이 나왔다.
100ml 정도 들어갈까 싶은 작은 커피잔이 함께 나온다.
(커피잔도 귀여워.)
오 향이 좋은데, 커피잔에 따라 얼른 한입 마셔본다.
산미는 적당하고 군고구마와 땅콩향이 깊게 치고 올라온다.
견과류 향과 캐러멜 향이 나는 게 좋은 원두를 가지고 잘 내린 숙련된 솜씨의 핸드드립 맛이다.
이게 핸드드립의 묘미지.
뭐 무슨 향이 나고 맛이 나던 먹는 사람이 맛있으면 장땡이긴 한데, 나의 취향은 핸드드립이다.
어떤 원두를 사용하는지 종이와 함께 주시는데 꽤나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가게다.
브라질 원두는 NY(숫자)라는 등급 사용하는데,
300g을 기준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생두가 얼마나 들어있느냐로 기준이 나뉜다.
(NY2=제일 높은 등급, 무작위 원두 300g당 결점두 6개 이하.)
고로 숫자가 떨어질수록 질이 안 좋은 생두가 많다는 것인데, 여긴 NY3등급의 원두를 사용한다고 한다.
조그마한 카페에서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데, 핸드드립도 가격이 5000원이다.
(브랜드카페 아메리카노가 4천원 후반 대인 걸 생각하면 굉장히 가성비가 좋은 카페인 것 같다.)
가끔 촉이 좋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적중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아주 내 취향의 카페를 찾았다.
집에서 걸으면 3분 거리, 이런 곳이 가까이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왜 이제 왔지라는 아쉬움보다는 귀찮아하지 않고 이제라도 방문한것에 감사하며 안도한다.
새로운 곳에 갈때는 항상 외출복에 단정히 꾸미고 방문하는데, 3분거리지만 외출하는 기분과 함께 혼자만의 고유한 시간을 소중히 하는 느낌도 들어서 좋다.
근데 이 집은 정말 바쁘네.
글을 하나 쓰는 동안 아주 세련된 바리스타 언니는 쉬지 않고 계속 커피를 추출한다.
(커피를 내릴 때 보이는 생활근육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멋있다. 역시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이,성별을 떠나 다 멋지다.)
커피 한 모금을 하며 혼자 속삭인다.
'오늘도 성공이야.'
원두가 다섯 가지나 된다니, 4번의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 다른 맛이 궁금해지며 설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나선다.
'아주 끝내주는 선택이여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