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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by 김여생

파스타가 먹고 싶어 우선 물을 올린다.
소금을 낭낭하게 넣은 후 파스타면을 골라본다.
집에서 빠르게 휘리릭 할 수 있는 요리 중에 파스타가 제일이라 집에 3종류의 면을 구비해 두는 편이다.
(그래서 양식파냐고? 노노 나는 진성 한식파다.)
'오늘은 푸실리 너로 정했다!'
한웅큼 집어 넣으려고 하는데 손이 멈칫한다.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가 적정량일까.
한주먹? 두 주먹?
한주먹은 먹고 나면 아쉽고 두 주먹은 좀 많은 감이 있다.
정량을 저울에 재볼까?
에이 그렇게까지는 귀찮아.
그럼 사랑을 더해볼까.
한 주먹 가득하고 나의 사랑 쪼로록 2번 더!
(엄지와 검지,중지를 이용해서 얌시롱하게 조금 잡는 거다. 그렇게 쪼로록 2번!)
사랑이 들어가면 또 배부를 수 있지 암암 그렇고말고.
20살 때는 30대 후반이 되면 이런 것쯤은 저울 없이도 뚝딱할 줄 알았고 근사한 팬시 레스토랑이나 다니며 성공의 맛을 느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20대 때도 30에도 똑같아.
나는 변하지 않는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고민하는 것도 똑같고
구매했다가 며칠 뒤에 세일하는 걸 알게 되면 '어어어 거참 너무하네! 참으로 섭섭햐.' 라지기도 한다.
푸실리가 어느 정도가 정량인지도 매번 헷갈리는 모양만 어른인 인간이다.
예전엔 자책도 많이 하고 자격지심도 가지고 또 하루는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어 이유와 해결책을 글로 적으며 메모장을 불태운 적도 있었다.
결론은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인 거야.
여행 한 달 전에 ktx 끊자고 생각해도 막상 현실은 3일 전에 예약하는 그래도 성공했다고 꺄르르 아싸뵹! 하는 그런 사람인 거지.
그래서 2번의 쪼로록 푸실리가 필요한 거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두 스푼.
헐레 벌레 이랬다저랬다 하는 인간이라도 내가 날 사랑해 주면 그걸로 괜찮아진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을 맛보지 못했어도 세상이 살만해.
근데 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냐고?
우리나라 인심에 하나는 너무 정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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