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민화 수업을 간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수업이라 빨간 날은 수업도 쉰다.
오랜만에 가니 설레어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짐을 미리미리 싸놓는다.
화통을 살까 고민도 했지만,
우리 반 왕 언니도 화통 없이 둘둘 말아 가져 다니시는데 초보가 장비 욕심만 내는 것 같아 관두었다.
그 대신 언니들이 팁을 주었는데, 키친타월을 다 쓰고 나온 종이심에 순지(민화용 한지)를 둘둘 말면 종이가 구겨지지 않고 보관이 잘된다고 했다.
그렇게 둘둘 말은 종이를 멍석(민화를 그릴 때 밑에 까는 것) 안에 놓고 멍석을 말면 따로 화통이 필요 없단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엔 그 위에 비닐봉지만 씌우면 아무것도 젖지 않는다고도 했다.
역시 살림의 고수들이 옆에 있으면 아주 든든하다.
2주 동안 열심히 연습한 결과물들을 가지고 출발해 본다.
아, 날씨가 정말 따뜻해.
음? 따뜻하다 못해 더운데?
얇은 긴팔 셔츠인데도 호오우 날이 퍽 덥다.
걸어가는데 더움이 훅 올라와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붙였다.
아이스커피가 간절했지만 요즘 커피만 마셨다 하면 잠을 설쳐 참아보기로 한다.
'물 마셔 물!'
텀블러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씩씩하게 걸어가 본다.
에잇 또 걸어가다가 나뭇잎 구경하고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수업 시간 정시에 딱 도착했다.
(마지막에 살짝 뛰었다.)
들어가니 복작복작 다들 오랜만에 만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안녕하세요오오오-'
다들 한 번씩 눈을 맞추며 인사한다.
저번 시간부터 새로 들어온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잡아본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습 많이 하셨냐며 그림 구경을 시작한다.
칭찬해 주기 타임이다.
솔직히 A3 사이즈의 그림이지만 한번 완성하려면 꽃 한 송이와 이파리인데도 꼬박 5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그림 개수가 훅훅 늘 수가 없다.
다들 가족이 있고 살림을 하고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 말인즉슨, 매번 보는 그림이다.
그럼에도 나는 봤던 그림이지만 모르는 척 또 칭찬을 한다.
저번과는 다르게 칭찬을 하려 노력한다.
이성적으로 말하자면,
'왜 자꾸 같은 그림 계속 보여주시지?' 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똑같은 것을 자꾸 보여준다는 것은 칭찬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을 알아서 난 계속 칭찬을 한다.
이번에 그리고 있는 그림도
전에 완성했던 그림도
미처 가져오지 못한 그림도.
(오늘은 차에 있는 그림까지 가져오시기도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라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저렇게 환하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모르는 척 계속하고 싶달까.
열정적으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이건 정말 잘했는데, 이걸 보완하면 참 좋을 것 같다 하며 그림을 차례대로 보여주신다.
그러고는 내가 그린 그림도 보자며 하나하나 세심하게 칭찬해 주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감사한 분들이다.
오늘은 나의 그림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알아주셔서 기분이 두둥실.
또 우르르 오셔서 칭찬을 바구니째로 주고 가신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두 시간이다.
'역시 칭찬은 최고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