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부재의 계절 — 다른 비행기, 다른 하늘 (1)
파리 샤를드골 공항의 유리 천장은 저녁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고 있었다.
거대한 곡선의 철골 사이로 빛이 흐르고, 그 빛이 다시 유리 바닥에 부딪혀 두 사람의 얼굴을 비췄다. 마치 하늘이 잠시 멈춰 그들의 마지막 대화를 듣고 있는 듯했다.
프롤은 투명한 벽 너머로 움직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다가, 반사된 유리 속의 자신과 그녀를 동시에 보았다.
그 유리 속엔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었다.
하나는 지금 떠나려는 이 순간의 현실, 또 하나는 이미 떠나버린 듯한 기억의 잔상.
“이상하지?”
그가 낮게 말했다.
“우리 지금 같이 있는데, 벌써 그리워.”
에필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금이 간 수정처럼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부재’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미래형의 슬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별을 미리 느끼는 감각이었다.
혼자서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동안,
에필은 3025년의 호출을 받고 갑작스럽게 미래를 다녀와 샤를드골 공항에서 만났다.
이것도 스치는 건가?
두 사람은 같은 여행을 했지만, 돌아가는 비행기가 달랐다.
프롤은 서울행, 에필은 부산행.
두 시간선이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하는 징후였다.
비행기 한 대의 기류 차이가 운명의 진폭을 바꾸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아주 미세한 각도로 분리되고 있었다.
“우리 같은 하늘 아래서 다른 별을 보겠네.”
프롤이 말하자, 에필이 부드럽게 답했다.
“그래도 같은 공기 속에 있잖아요.”
그녀의 말은 온화했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이별의 감각이 스며 있었다.
사람은 공기를 함께 마실 수 있어도, 시간을 공유하긴 어렵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