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 이곳은 도시가 곧 미로 그 자체이다
모로코의 마지막 여행지. '지도는 있지만 길은 없는 곳'
모로코를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로코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사하라 사막'이라는 곳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은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배경에서 사진을 찍어도 똑같은 모래밭일뿐. 따로 화장실도 없었다. 모래밭이 곧 화장실이었다. 그렇게 다소 지루했던 사하라 사막을 벗어난 후 무작정 도착한 곳이 바로 페스였다. 버스로 꼬박 10시간 넘게 이동해서 도착한 곳. 그저 다음 여행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가게 된 이곳에서 모로코가 숨겨둔 진짜 보물을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오래된 '중세 도시' 그리고 악취의 정체
페스는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중세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풍경만큼이나 강렬했던 냄새였다. 냄새보다는 악취에 가까운 향기. 그곳은 현대화의 도움 없이 사람의 손과 기술로만 가죽을 만들어 내는 '쇼와라 테너리(Chouara Tannery)'였다.
쇼와라 테너리의 진짜 매력은 '골목'
페스의 골목은 여행의 일부였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골목을 쉼 없이 걷는 것이 곧 여행이었다. 매번 같은 입구와 출구로 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매일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헤맴 조차 여행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 곳.
가끔씩 골목에서 퍼지는 가죽 냄새, 대항해시대 제국주의 열강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진한 향신료의 향기. 그리고 이곳이 무슬림 국가임을 알려주는 모스크의 아잔 소리까지.
내 오감을 쉼 없이 깨어나게 만들어 주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