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무게

by 은파

하린과 민준이 경찰서로 돌아왔을 때, 사무실은 이미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이 사건의 마무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하린 씨,"

민준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박지훈을 만나봐야 합니다. 그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고, 그의 최종 진술을 들어야만 합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잠시 시간을 주시겠어요? 제가 좀 정리할 게 있습니다."

민준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한 시간 후에 다시 만납시다."

하린은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닫고 의자에 앉자마자 그녀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며칠간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눈을 감고 모든 걸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소연, 강태식, 박지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사람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 각각의 감정, 고통, 그리고 비극이 하린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하린이 말했다.

문이 열리고 윤지우가 들어왔다.

"하린아, 괜찮아?"

지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린은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응, 괜찮아. 그냥···. 모든 게 너무 복잡해."

지우는 하린의 옆에 앉았다.

"네가 겪은 모든 걸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 모든 걸 견뎌내고 진실을 밝혀냈잖아."

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박지훈을 또 만나야만 해. 그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줘야 하잖아."

지우는 하린의 손을 꼭 잡았다.

"넌 할 수 있어. 네 능력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을 거야."

하린은 지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지우야.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그때 하린의 전화가 울렸다.

"네, 이민준 형사님."

"정하린 씨, 준비되면 내려오세요. 박지훈 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하린은 지우를 바라보았다.

"가봐야겠어."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내. 넌 할 수 있어."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에 있는 취조실로 향했다. 취조실 문 앞에 서서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박지훈은 이미 취조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핼쑥해 보였고, 눈에는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지훈 씨."

하린이 부드럽게 말했다.

지훈은 고개를 들어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정하린 씨···. 모든 걸 알아냈다면서요?"

지훈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네, 그렇습니다. 결국 모든 진실을 알아냈어요."

지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제 모든 게 끝난 건가요?"

"아니요,"

하린이 대답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박지훈 씨. 이제 우리는 모든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하린은 천천히 손을 뻗어 지훈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의 물결이 그녀를 덮쳤다.

후회, 분노, 그리고 깊은 슬픔.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작은 희망의 불씨도 보였다.

"박지훈 씨,"

하린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겪은 고통을 이해해요. 소연 씨를 잃은 슬픔,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된 후의 분노···. 모두 이해해요."

지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어떻게 이해할 수 있죠? 당신은 절대 알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요,"

하린이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제가 느낄 수 있어요, 박지훈 씨. 당신의 모든 감정을요."

지훈은 놀란 눈으로 하린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군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그리고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 작은 희망도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죠?"

지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는···. 저는 그저 소연이를 지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저는 그저 복수만 생각했어요."

하린은 지훈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 복수를 내려놓을 때예요. 소연 씨도 그걸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지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은 주머니에서 소연의 편지를 꺼냈다.

"이걸 봐요. 소연 씨가 남긴 마지막 편지예요."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받았다. 그는 천천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읽어 내려갈수록 그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소연아···."

지훈이 흐느꼈다.

하린은 지훈이 편지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소연 씨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박지훈 씨. 그리고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랐어요. 이 복수는···. 소연 씨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터뜨렸다. 하린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으세요,"

하린이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할게요. 하지만 그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해요."

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제 결의가 서려 있었다.

"네,"

그가 말했다.

"이제···. 모든 걸 숨김없이 털어놓을게요. 제가 한 모든 일을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희가 들을게요."

그렇게 박지훈은 자신의 모든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그가 어떻게 피해자들을 찾아냈는지, 어떻게 그들을 살해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린은 지훈의 감정을 계속해서 읽어냈다. 후회, 죄책감, 그리고 해방감. 마치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감정이었다. 하린은 지훈이 말을 모두 마치자, 현우에게서 들은 새로운 진실을 지훈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지훈은 통곡하면서 소연이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자백이 끝나고 민준이 취조실로 들어왔다.

"박지훈 씨, 하나 더 궁금한 사항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알고, 그리고 왜 강태식의 매장지를 찾아갔던 건가요?"

민준이 박지훈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박지훈 씨의 그 분한 마음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려 주셔야만 저희도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민준이 다시 한번 재촉했다.

"나중에 현우에게서 강태식과 관련된 내용을 더 자세히 들었습니다. 너무도 믿을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제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지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민준은 착잡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지훈에게 다가갔다.

지훈은 순순히 수갑을 찼다. 그리고 그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정하린 씨,"

그가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제가 마지막으로 소연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하린은 미소 지었다.

"소연 씨는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박지훈 씨. 이제 합당한 처벌을 받고, 그 후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세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준과 함께 취조실을 나갔다.

하린은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정말로 모든 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이 열리고 민준이 다시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정하린 씨,"

그가 말했다.

"당신의 능력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하린은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형사님. 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노력 덕분이에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모든 증거를 정리하고 검찰에 넘기는 일뿐이네요. 그리고···. 박소연 씨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도요."

하린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네, 그래요. 그게 소연이를 위해, 그리고 모든 피해자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죠."

두 사람은 취조실을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그들 앞에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었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고, 햇살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빛이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소연 씨,'

하린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당신도 편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드디어 진실을 밝혀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당신을 기억할게요.'

하린은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이 사건을 통해 그녀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내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기를···.'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렇게 하린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그녀 앞에는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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