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무엇일까요? 초상화를 넘어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1452–1519)의 ‘모나리자’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1503,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는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초상화 속 귀족 여성들처럼 화려한 옷을 입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나리자의 뒤로 보이는 세상은 일반 초상화의 배경과는 다른 환상의공간 같습니다. 신비로운 배경을 보고 다시 모나리자를 보면 인물이 처음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저는 학생 시절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관람했는데, 작품보다는 모나리자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나리자는 가로 53cm, 세로 77cm로 생각보다 작고 강화유리로 덮여 있는 데다가, 모나리자를 보려는 관객들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예 경비원의 통제 하에 5초 정도 관람하면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토록 인기 있는 루브르 최고의 작품이 한 때는 박물관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강화유리로 덮여 있는 모나리자, 모나리자를 보려면 관광객의 뒤통수부터 보아야 한다.
1911년 8월 22일,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그림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것은 21일이었지만 박물관 측은 다음 날에야 그림이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놀랍게도 화가 피카소와 시인 아폴리네르였습니다. 아폴리네르에게는 피에레라는 조수가 있었는데, 피에레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조각상을 훔쳐와 피카소에게 출처를 숨긴 채 일부를 팔고, 나머지는 아폴리네르의 집에 숨겨둔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에레는 외국으로 도망쳤지만 아폴리네르는 모나리자 도난 사건까지 혐의를 뒤집어쓰고 5일간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습니다.
단서를 찾지 못한 루브르는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1913년 12월, 드디어 모나리자를 훔친 진범이 잡혔습니다. 범인은 ‘빈센초 페루자(Vincenzo Peruggia)’라는 이탈리아 청년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을 관리하는 기술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자리, 1911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훔친 이유로는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첫째, 페루자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화가의 작품인 모나리자를 훔쳐갔기 때문에 본국으로 가져오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1650년 프랑스로 갈 때 직접 가져갔고 다 빈치 사후에 왕실에서 사 들인 것입니다. 나폴레옹이 약탈해 간 작품도 루브르에 있기는 하지만 모나리자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페루자는 그림을 훔치고 2년 동안 파리의 아파트에 넣어 두었으니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주장은 페루자의 배후에 발피에르노라는 사람이 있는데, 복제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고 모나리자 도난을 계획하고 사주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복제품 판매가 목적이었기에 원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페루자는 모나리자 원본을 파리의 아파트에 보관하고, 발피에르노로부터 모나리자를 훔친 대가로 받은 돈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2년 후에야 그는 모나리자 원본을 가지고 이탈리아에 가서 미술품 거래상에게 팔려고 하다가 체포된 것이지요. 이 가설은 모나리자가 돌아오고 한참 후 칼 데커라는 기자가 쓴 기사의 내용으로, 그럴 듯 하지만 제대로 사실 검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어찌 됐든 온갖 수난을 겪고 다시 루브르로 돌아온 모나리자는 예전보다 훨씬 유명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처럼, 모나리자 그림에서도 사라진 신체 부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눈썹’입니다.
그녀의 눈썹이 없는 이유는 당시 여성들이 눈썹을 뽑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다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스푸마토란 ‘연기처럼 사라지다’라는 뜻으로, 사물의 경계를 명확하게 그리지 않고 명암의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모나리자의 눈과 입꼬리도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보면 잘 안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비로소 은근한 미소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한다면,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는 이유는 갑상샘 기능저하증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갑상샘은 목의 앞쪽에 존재하는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갑상샘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눈 주변이 붓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눈썹은 가장자리부터 빠지게 됩니다. 손과 얼굴이 붓고, 표정은 차분하며 가라앉아 보입니다. 많이 먹지 않아도 체중이 증가합니다. 그림 속 모나리자는 손이 약간 부어있고 눈썹이 없으며 차분하고 가라앉아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어, 갑상샘 기능저하증과 비슷합니다. 모델이 된 리자 부인은 출산한 직후였기에 주로 갑상샘 기능저하로 나타나는 산후 갑상샘염을 앓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갑상샘의 이상소견은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체사리(Giuseppe Cesari,1568-1640)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세페 체사리는 이탈리아의 매너리즘 화가로, 로마 성당의 천장이나 벽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기법을 중시하는 매너리즘 화가답게 그는 균형 잡힌 구도와 인물의 안정적 배치 등으로 교황 클레멘트 8세의 신임을 얻었습니다.그의 작업실에서는 빛과 어둠을 강조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한 바로크 화가 카라바지오가 한때 견습생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주세페 체사리,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베는 유디트, 1605-10, 캘리포니아 버클리 미술관
유디트는 구약성경 외전인 유디트 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과부입니다.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점령하자, 그녀는 홀로페르네스에게 거짓으로 투항하고 적진으로 들어갑니다. 홀로페르네스는 그녀의 미모에 끌려 함께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 홀로페르네스가 쓰러진 틈을 타서 유디트는 하녀와 함께 그의 목을 벤 후 잘린 머리를 가지고 나옵니다. 장수의 목이 베인 것을 본 군대는 오합지졸이 되고,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미인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유디트는 우리나라의 논개와도 비슷합니다. 아름다운 여성이 강인함과 지혜로 조국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인기 있는 주제였기에, 화가들은 유디트를 많이 그렸습니다. 젠틸레스키처럼 단호하고 강하게 유디트의 모습을 그린 화가도 있고, 카라바지오처럼 참수장면에서 유디트의 주저하는 모습을 그린 화가도 있습니다. 체사리의 그림 속 유디트는 칼로 목을 베는 장면이 아니라 이미 참수한 머리를 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유디트의 강인함보다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녀의 목 앞부분이 볼록하게 부어 있습니다. 이는 갑상샘종(goiter)의 특징적 소견으로, 갑상샘이 부풀어 올라 커진 상태입니다. 갑상샘종은 대부분 통증이나 증상이 없으며, 갑상샘 호르몬의 원재료인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에 생길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 때부터 요오드가 부족한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알프스 산맥과 인접한 남부 지역에서는 선천성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산지대나 내륙,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의 토양에서 나는 음식에는 요오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요오드는 갑상샘 호르몬의 재료로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요즘 같으면 해조류나 고기, 유제품 등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타국에서 수입하면 될 텐데, 당시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16세기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운동으로 문화는 발달했지만, 먹거리의 유통은 발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오드 결핍으로 갑상샘종을 보이는 여성들이 꽤 있었습니다. 여성은 임신하면 갑상샘 호르몬이 더 필요하므로 남성보다 요오드 결핍에 취약하고, 갑상샘종이 더 잘 생깁니다.
유디트는 오른손에는 피 묻은 칼을, 왼손에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지만 방금 사람을 죽인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하얀 피부와 날렵한 콧날, 아련한 눈빛, 물방울 모양의 귀걸이와 살짝 흘러내린 뒷머리, 소매가 내려가 드러난 어깨, 여기에 갑상샘종으로 도드라진 목의 곡선이 더해지며 묘한 매력을 고조시킵니다. 체사리가 유디트처럼 상징적인 여성에게 갑상샘종을 그려 넣은 것으로 보아, 16세기 이탈리아 사람들은 갑상샘종을 보이는 여성의 목을 아름답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디트의 도드라진 갑상샘종과는 다르게 정상 갑상샘은 아주 작은 기관입니다. 무게는 25 그램, 크기는 3 ×5cm 정도 됩니다. 이렇게 작은 기관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고 에너지를 내게 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모나리자도 우리 마음속의 이미지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것처럼 말이지요. 또 갑상샘 호르몬은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에 작용하여 기분과 정서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때로는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를 우울증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갑상샘은 막강한 힘의 원천이자,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루브르 박물관에는 약 89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모나리자를 먼저 봅니다. 그만큼 대중에게 친숙하고, 유명한 그림이라는 뜻이겠지요. 비록 모나리자가 도난사건으로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서양 명화와 대중문화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나리자는 이제 외부로 대여되지 않지만, 비욘세나 레이디 가가 같은 대중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대중문화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작지만 큰 일을 하고, 서로 상반되는 영역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면에서 갑상샘과 닮은 점이 있네요.
2018년 비욘세와 Jay Z가 루브르 박물관을 대관하여 찍은 뮤직비디오, 이후로 젊은 층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전시실에 있는 <가나의 혼인잔치>에는 다 빈치를 후원했고, 다 빈치의 유족으로부터 모나리자를 사 들인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가 그려져 있습니다. 프랑수아 1세도 모나리자의 열성 팬이었던 모양입니다. 관객들이 다녀가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는 모나리자를 1열에서 혼자 관람할 수 있겠지요. 불 꺼진 미술관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쉬고 있을 모나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프랑수아 1세를 상상해 봅니다. 언젠가는 저도 이 신비로운 그림을 고요 속에 마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