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 little kitty Apr 03. 2024

눈썹 없는 모나리자

우리를 활기차게 만드는 곳, 갑상선

안녕하세요? 이번 주부터 <그림으로 펼쳐보는 소아청소년과>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2월에 뉴욕에 여행가서 Moma나 Met 미술관에 다녀온 후부터, 서양 명화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의 전공분야와 연결지어 연재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통해 살펴보는 갑상선 질환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1503,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는 미술에 관심없는 분들도 익히 아시는 세계 최대 인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예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나리자 보다는 모나리자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았습니다. 아는 그림이어서 반갑기는 했어도 정신없는 분위기에 신비로움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들어 모나리자 그림을 유심히 보니, 표정부터 배경까지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차분함과 신비로움느껴집니다.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습니다. 그녀의 눈썹이 없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이 있기는 합니다. 당시 여성들이 눈썹을 뽑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게 흩뿌리듯 그린 스푸마토 기법 때문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8년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과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피부색 등을 분석한 결과, 모나리자의 주인공이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1)

갑상선 호르몬은 요오드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합니다. 요오드는 미역과 같은 해조류, 소고기, 유제품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은 해산물이나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요오드가 부족한 음식을 섭취했니다. 특히 모나리자는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후 갑상선염을 앓고 있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출산 후 미역국을 너무 많이 먹어 요오드 과잉이 문제되기도 하는데 말이지요.


또 어떤 전문가들은 르네상스 이탈리아 시대의 그림에 나오는 여성들은 목 부분이 부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갑상선 질환을 앓았을 확률이 높다고 추정합니다. 2)




목이 다소 부어 있는 여성들의 그림, The Indian Journal of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갑상선은 목의 앞쪽에 존재하는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대사를 관장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에 의해 조절됩니다.

Thryoid gland, 갑상선의 구조 -https://my.clevelandclinic.org/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걸리게 되면 눈이 건조해지고 눈 주변이 붓게 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의 경우 반대로 눈이 튀어나와 보이는 안구 돌출이 나타납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눈썹은 가장자리부터 빠지게 됩니다. 손이 약간 부을 수 있습니다. 표정은 차분하며 기분이 가라앉아 보입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모나리자의 모습은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과 달리 소아의 갑상선 질환은 신생아 시기의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주요 질환입니다. 그 밖에는 청소년기 이후에 주로 발견되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있습니다. 갑상선 암은 성인에서는 있지만 소아의 경우는 드뭅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전반적인 대사와 교감 신경계에 작용하므로, 갑상선 기능 이상은 신체 이상뿐 아니라 기분과 행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소아의 갑상선 기능항진의 경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행동 장애나 정서적 문제로 오인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는 신체 증상을 명확히 인지하고 표현하기보다 막연한 불안, 가슴 두근거림을 주로 호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이나 정신과적 문제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3)


최근 저의 지인이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의 가슴 두근거림으로 문의를 해 왔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때때로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부모가 측정해 보면 분당 100-120회 정도로 1-2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하였습니다. 10-15세 소아의 정상 심박수는 85회/분 정도로, 휴식 상태임을 고려하면 빠른 것이 맞습니다. 아이는 가슴두근거림과 함께 불안을 느꼈고, 심리적인 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학교 위클래스 상담실까지 스스로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과연 큰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를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표현이 명확했고, 측정한 맥박수치도 정상범위에서 벗어났으며 밤에 자다가 갑자기 한두 시간을 힘들어하는 양상이 그냥 정서적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심장 관련 검사 및 전반적 혈액 검사를 권유했습니다. 얼마 후 연락이 왔는데, 아이는 갑상선 기능항진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진찰하지는 않았지만 부모의 말을 생각해 보니 앞뒤가 맞았습니다. 아이는 심장이 빨리 뛴다는 사실에 불안했던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던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모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갑상선 질환의 진단은 혈액 채취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탈모증세로 온 아동의 경우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대개는 발모벽(머리카락을 뽑는 습관적 행동)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 검사로 갑상선 기능을 확인합니다.


신생아의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대개 태아 때 갑상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거나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 원인인데, 무증상이거나 황달, 변비, 근긴장 저하, 쳐짐 등이 나타납니다. 만약 2주 이내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신경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을 위해 필수 대사성 선별 검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원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발 뒤꿈치에서 혈액을 조금 뽑아 갑상선 호르몬 또는 자극 호르몬이 포함된 4가지 물질의 농도를 검사합니다. 여기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다시 정밀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 등을 통해 형성부전을 확인하고, 갑상선 기능저하로 진단이 되면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합니다. 갑상선 기능항진은 성인과 동일하게 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합니다. 대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며, 약을 충분한 기간동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3)

신생아 대사이상 선별검사, https://www.verywellhealth.com/



우리는 "힘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런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의지만으로 힘이 난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 몸은 그보다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나비처럼 생긴 작은 피부 밑 기관에서 우리 몸이 에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여러분의 갑상선은 안녕하신가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신생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체내 대사와 자율 신경계, 일상의 활력에 관여하는 갑상선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참고문헌


1. Mandeep R. Mehra & Hilary R. Campbell. 2018. The Mona Lisa Decrypted: Allure of an Imperfect Reality. Mayo Clin Proc 93 (9): 1325-1327.


2. Antonio V. Serpetti. Gioergio De Toma, Alessandro De Cesare.Thyroid Swellings in the art of the Italian Renaissance. Am J Surg 2015 Sep;210(3):591-6.


3. Young-Lim Shin, MD. Pediatric thyroid disorders.J Korean Med Assoc 2018 October; 61(10):607-61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