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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May 15. 2024

나무

생명이 피고 지는 삶


반려견 '하루'와 늘 걷던 산책로가 있다. 아파트 뒤편으로 가로수가 늘어선 산책길. 그 길을 거닐 때마다 내 몸의 두 배 이상의 몸집을 지닌 키가 큰 나무를 우러러본다. 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생의 본질을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나무는 어쩌면 그 자체로 본질일 것이다'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무는 생명이 피고 지는 삶을 반복한다.


  봄에는 꽃이 선연하게 피고, 여름에는 이파리가 무성하게 흔들리고, 가을에는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고개를 떨구며,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로 이내 그 모습이 쓸쓸한 나무. 나무는 계절의 순환으로 생명의 불을 켜고 끄는 일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에서 땅속으로 뿌리를 깊숙이 내린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나무는 그 뿌리가 단단해져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守護神)으로 거듭난다.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윤회한다. 악착같이 생을 이어가려고 분투하는 나무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나무는 내가 현재하는 위치에서 '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잃지 말라는 일념으로 살라고 말한다. 사실 이것이 생애 주기에 걸친 난제인데 말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를 넘어서 나무처럼 변화무쌍한 시간의 순환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우리는 우리만의 견고한 삶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나무는 어린 소년에게 나뭇가지로 그네가 되어 주고 성장한 소년에게 사과로 돈벌이 수단이 되어 준다. 시간이 지나서 나무는 어른이 된 소년에게 자기 가지를 베게 하여 집을 마련해 준다. 더 나이가 든 소년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자신의 몸통을 내놓으며 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밑동만 남은 나무는 노인이 된 소년에게 그루터기가 되어 쉴 곳을 제공한다.


  나무는 인간에게 생명을 다하면서까지 제목 그대로 아낌없이 무언가를 준다. 이 같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무에서 적선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공부한다. 나무를 올려다보는 것에서 시작된 나무를 향한 사유는 풍파에 맞서 본질을 잃지 않고 뿌리가 깊고 단단한 사람, 그리고 물질, 능력, 재능, 마음과 같이 어떤 것이든 내가 가진 모든 걸 누군가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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