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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Nov 05. 2024

두 번의 결혼식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결혼식 대작전

결혼을 앞둔 국제 커플이 고민하는 것은 아마도 결혼식을 어디서, 언제, 그리고 몇 번 치를지일 것이다. 라이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후 상견례 전까지 결혼식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라이언은 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자는 입장이었고, 나는 결혼식을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었고 결혼식에서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상황이 상상만 해도 부끄러웠다. 서로의 이견을 조율할 방법을 찾던 중 양가 부모님께 결혼식에 관한 조언을 듣기로 결정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라이언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가 프러포즈를 받은 후부터 여러 예식장을 방문하셨고, 전통 혼례를 진행하는 예식장과 계약을 맺기로 하셨다고 했다. 결혼식을 향한 당신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라이언에게 부모님의 뜻을 전달했고, 결국 상견례 날 양국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합의가 되었다.


  양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결혼식 문화 차이를 실감했다. 한국에서는 웨딩업체에서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라는 패키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신부가 세부적으로 직접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신랑 신부마다 준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웨딩업체 덕분에 웨딩 사진 촬영, 전통 혼례복 준비,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 예식장 대관, 하객들에게 제공할 음식까지 모두 빠르게 진행되었다. 웨딩업체가 모든 절차와 일정을 관리해 주었기에 그 순서에 맞춰 따라가기만 하면 되어 결혼 준비가 거의 부담스럽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몸만 움직이고 정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는 결혼 준비 과정이 하나하나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할 만큼 복잡했다. 남편이 "다시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싶지 않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그 난이도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처럼 ‘스드메’ 패키지가 흔치 않다. 예식장, 웨딩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음식까지 모든 항목을 각각 다른 업체에 직접 연락해 가격을 비교하고 일정을 맞춰야 한다. 물론 일부 고급 호텔에서 예식장과 음식, 숙박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패키지가 있긴 하지만, 그 비용은 한국의 고급 호텔 결혼식 못지않게 비싸다. 심지어 예식장을 빌려주는 곳에서도 케이터링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음식까지 신랑 신부가 찾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1년이 걸린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중식당은 호텔과 웨딩 장소를 제공해주는 업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선택지다. 중식당에서는 음식 코스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최소 테이블 수만 채우면 예식장과 음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의 특성상 주류 라이센스가 없는 중식당이라면 주류는 별도로 주류 업체와 계약을 맺어 준비해야 한다. 그 외 결혼식에 필요한 것들은 직접 해결해야 한다. 라이언과 나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모두 전통 혼례를 치르기로 했기 때문에 예식장은 중식당으로 정했다. 한국에서 이미 웨딩 촬영을 했기에 메이크업과 전통 혼례복을 함께 준비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해당 중식당은 주류 라이센스가 없어서 식당에서 소개한 주류 업체와 별도로 계약을 진행했다. 결혼식 전문 사회자와 사진사 또한 지인의 소개로 고용했다. 그렇게 양국에서 하나둘씩 결혼식을 준비했다.


  양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는 결혼식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에스코트와 숙소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날이 다가왔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진행되는 만큼 시댁 식구들과 라이언의 친구 커플을 직접 인천공항에서 안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려견 하루를 잃은 슬픔으로 시름시름 앓다 이석증에 걸려 인천공항으로 마중 나가지 못했다. 대신 남편에게 자세한 경로를 전달하여 그의 일행이 무사히 나의 본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숙소는 남편을 포함한 7명이 모두 지낼 곳이 필요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을 찾는 데 애를 먹었지만, 공유 숙소 서비스에서 모두에게 알맞은 숙박시설을 발견해 예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결혼식을 올리는 당일까지 시댁 식구들과 라이언의 친구 커플을 에스코트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을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니!


  말레이시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리 쪽에서는 부모님만 오셔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신혼집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부모님이 지낼 곳은 오래전 해결되었고, 부모님과 동행할 때마다 라이언이 나와 함께했다. 티 세레머니(Tea ceremony)와 같이 말레이 차이니즈의 전통 혼례 방식을 100% 따르지 않고 결혼식을 간소화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결혼식 당일엔 내 베스트프렌드가 중간에서 부모님의 통역을 도와서 신경 거리 하나가 줄었다. 어찌저찌 말레이시아에서도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며 마침내 마음 놓고 그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당탕탕 상견례에 이어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결혼식 대작전이 막을 내렸다.


  국제 커플이다 보니 준비가 두 배로 들었던 결혼식. 두 나라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두 번의 결혼식은 우리 두 사람의 앞날을 두 배 이상으로 축복해주신 하객들에게 깊이 감사했던 특별한 이벤트로 남았다.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는 결혼식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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