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사랑밭 기부런 'Bravo Ur Running' 대회에 참가했다. 거리는 10km. 두 번째 대회다.
첫 대회는 상암 월드컵 공원에서, 이번 대회는 안양천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두 번째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불편함 없이 잘 달리려면 여러 가지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냥 달리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점점 까탈스러워진다. 아니 유난스러워지는 걸까?
우선 이동. 나는 대회장에 대회 시작 시간보다 1시간 반~2시간 정도 먼저 도착한다. 내가 참가한 두 대회 모두 장소가 서울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일산. 아무래도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로 이동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회날 많은 참가자들이 차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주차장이 협소하면 자리 잡기 힘들기 때문에 일찍 도착하려고 한다.
이번 안양천체육공원도 신정교 밑에 공용주차장이 있었는데, 워낙 체육공원이라서 아침 7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거의 다 차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나니 차 위에 새똥 무더기는 덤이었다. 겨우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차를 가지고 가면 또 하나 좋은 점은 내 짐을 차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회 주최 측에서 물품 보관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대회 마치고 물품보관소에서 내 물품을 찾으려면 사람도 붐비고 괜히 번거로울 것 같았다. 사실 한 번도 맡겨보진 않았다. 대신 주차한 차 안에 짐을 두면 왠지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일찍 도착했다고 시간이 뜨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회 주최 측에서 시작 1시간 전부터 준비 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 및 안내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장에 도착해서도 출석했다는 등록을 하고 부스를 구경했다. 이번 대회장에서는 무릎 테이핑 부스, 기념 촬영 장소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준비했다. 그래서 두리번두리번 구경 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가볍게 안양천 주변을 천천히 달리며 몸에 열을 올렸다.
사랑밭 기부런 Bravo Ur Running 대회 시작 1시간 전에 이미 대회장에는 참가자들이 모여서 대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화장실. 아무리 집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와도, 생리현상은 항상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래서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서 화장실에 들러 속을 다 비워내야 한다. 이번 대회 때도 1시간 30분 전에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공중 화장실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속을 비워내면 왠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그리고 대회를 앞두고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날이 추워서 그런지, 소변도 자주 마렵다. 그래서 화장실 위치는 잘 알아둬야 한다.
그리고 아침도 가볍게 먹는다. 이번 대회 때는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괜히 많이 먹고 대회에 참가하면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울 것 같았다. 속도 불편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먹고 달리자니, 기운이 없을 것 같고. 역시 만만한 것이 바나나다.
준비운동. 준비운동은 평상시 운동할 때 하던 스트레칭과 가볍게 달리기를 하면서 몸을 푼다. 다리와 골반 움직임이 잘 나오도록 근육을 움직여 둔다. 다만 대회 직전에 너무 과하게 준비 운동을 해서 본 대회 때 지치면 안 된다.
나의 루틴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한 후배는 퇴근하고 저녁에 달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새벽 달리기가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나는 워낙 새벽에 달려 버릇해서 대회날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저녁에 달리던 러너라면 대회 전에 새벽 달리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원래는 새로운 곳을 달리기 전에 코스를 둘러보는 것이 버릇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회를 나가고, 여수, 경주, 삿포로 등 낯선 곳을 달리면서 즉흥적으로 달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라톤 대회는 앞사람을 따라가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별생각 없이 앞선 러너들을 따라, 곳곳에 안내 요원의 안내를 따라 달리면 된다.
러닝복. 내가 참가한 두 대회 모두 다 러닝용 티셔츠를 나눠줬다. 첫 대회 때는 국방색 티셔츠로 왠지 어두워서 평소 입던 파란 기능성 티셔츠를 입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파란색 티셔츠가 나왔는데, 회색 기능성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 대회 때는 함께 참가한 나의 지인들 모두 개인 운동복을 입고 달렸다. 그랬더니 달리면서 참가자들 속에서 같이 참가한 후배들을 알아보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나를 찾기 쉬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달리면서 P과장, K대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회 전에 다 같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모두 각자 개인 운동복을 입고 왔다.
나는 달릴 때 모자 혹은 머리띠를 쓰고 달린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달려도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문제는 그 땀이 눈에 들어가면 눈이 따가워서 제대로 달리는데 방해가 된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흐르는 땀을 신경 쓰는 것도 귀찮다. 모자가 빛을 가리는 역할이 아닌 이마에 땀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도 금방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지만, 모자는 필수다. 다음엔 평소처럼 머리띠를 해볼까 한다.
운동 복장은 반바지, 반팔이었다. 10월 말이 되면서 새벽바람이 쌀쌀해졌다. 긴바지를 입고, 바람막이를 입을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달리면서 몸에 열이 오르면 더울 것 같았다. 그러면 괜히 겉 옷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그 위에 긴바지, 바람막이를 입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근처에서 몸을 풀었다. 몸에서 열이 나자 입고 있던 긴 바지와 바람막이를 벗었다. 역시나 대회 시작하니 햇빛이 쨍쨍한 것이 반바지, 반팔을 입은 것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삿포로 여행 가면서 구입한 고글을 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10km를 달리면 몸이 지친다. 이럴 때일수록 얼굴에 흐르는 땀, 눈부신 햇살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거슬린다. 심지어 대회에서 나눠준 배번표를 가슴밑에 달면 팔 움직임에 거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배번표도 배꼽 쪽에 달았다. 러닝화는 평소에 신고 달렸던 아식스 매직스피드 3! 달리면서 불편함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닝화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비한다. 양말 바닥이 말리지 않았는지, 러닝화 끈은 풀리지 않도록 꽉 조여 맸는지 등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열심히 달리는데 러닝화 끈이 풀려서 멈추는 것처럼 맥 빠지는 일이 없다.
땀 흡수를 위한 모자와 태양빛을 가리기 위한 고글은 필수다.
쓰고 보니 나만 괜히 유난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매주 주말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서 여러 돌발 상황을 겪어봤다. 그래서 돌발상황이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루틴을 찾았고, 대회전에는 더 신경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