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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Oct 31. 2024

두 번째 10km 대회, 아! 아쉽다(1)

런린이 다이어리 46-1

"아! 젠장!"


두 번째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다. 실망스러웠다.


10월 26일 토요일 오전 9시에서 안양체육공원에서 열린 사랑밭 기부런 'Bravo Ur Running' 대회에 참가했다. 규모는 약 1,500명 규모로 안양천체육공원 신정교 하부에서 시작했다. 대회는 10km와 5km 대회가 열렸다. 참가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상 환자 수술, 치료, 생계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는 좋은 취지의 대회였다.


코스는 안양천을 따라 구성됐다. 안양천체육공원 신정교하부에서 출발해서 안양천자전거길을 따라 안양천, 한강수부에서 반환해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신정교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5km를 달리고 돌아오는 코스다. 대회 전에 도착해 안양천을 따라 난 공원을 보니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기 좋은 코스였다. 게다가 곳곳에 축구장 등 각종 운동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Bravo Ur Running 대회의 안양천체육공원 코스(왼쪽)과 안양천체육공원의 모습

한강고수부지와 비교해 안양천이 강 폭은 좁았다. 하지만 강을 따라 난 공원이라는 점에서 비슷했다.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로 불안 요소가 많았다. 5월에 첫 대회를 참가했을 때와 비교해 체중이 4kg이 늘었다. 저녁 술약속도 많았지만 그동안 절제해 온 식탐이 폭발했는지 여름 내내 왠지 더 잘 먹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체중이 야금야금 늘었다.


반면 운동량은 다소 줄었다. 여름철에 더위로 인해 운동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오른발에 족저근막염으로 격하게 달리면 오른 발바닥이 아파서, 달리기 속도를 확 줄였다. 천천히 달리면 그만큼 발에 충격이 덜해서 달리기 후 통증이 없었다. 대신 달리는 시간을 늘렸다.


결정적으로 대회 주간에 말레이시아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일요일에 출발해, 목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한국에 도착해서 정상근무를 한 터였다. 금요일 하루 쉬었다 하지만 역시나 여독이 쌓였을 것 같다.


게다가, 대회 전날 독감 예방 주사까지 맞았다. 하루 쉬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대회 당일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고, 가래가 끼는 것이 평소와 좀 달랐다.


이런저런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래도 5월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대회에서 53분을 기록했었기에, 막연하게 50분 내에 들어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를 같이 참가했던 P과장, K과장 그리고 K대리가 함께 했다. 나중에 대회장 도착해 보니 또 다른 직원들도 만났다. 대회장에서 만나니 사무실에서 만날 때마다 새삼 반가웠다.


나는 주차 때문에 대회 시작 1시간 반전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화장실 볼일을 보고 대회 부스를 구경하며 몸을 풀었다. P과장, K과장, K대리는 8시 넘어 도착해 다 같이 모여 몸을 풀었다. 선수 등록을 하고,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화장실을 들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니, 어느새 대회 시작 10분 전이었다.


10km 대회는 두 팀으로 나눠 출발했는데, 다 같이 첫 번째 출발팀에 합류했다. 함께 힘내자고 파이팅을 했다. P과장은 지난 대회 기록인 45분 단축을, K과장은 첫 10km 달리기 1시간 내 완주를, K대리는 첫 10km 완주를, 다들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비장하고 또 설레는 표정으로 출발선에 섰다. 

대회 직전 출발선 앞에 모여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견뚜기, P과장, K대리, K과장

곧 출발 신호가 울렸다. P과장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내가 뒤따라 나갔다. 나머지 K과장, K대리는 뒤로 처졌다. 눈앞에서 P과장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인파 사이로 빈틈을 찾아 쏙쏙 파고들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무리하게 P과장을 뒤쫓기보다는 내 페이스대로 달렸다. 확실히 전 대회보다는 몸이 무거웠다. 전 대회에서는 가볍게 달린다 싶어 스마트워치를 보니 속도가 12km/h였다. 이번에는 빠른 느낌은 없었다. 속도는 11.4km/h. 확실히 몸이 무겁다.


그래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는 날이 쌀쌀하더니, 어느새 기온이 올라갔다. 아침에 춥더라도 반바지, 반발을 입고 나오길 잘했다.


지난 대회 때는 1km를 알리는 스마트워치 알람이 자주 울린 것 같은데, 이번은 좀처럼 사인이 없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봤다. 1.77km. '하아!' 한숨이 나왔다. 3km는 달린 것 같은데, 실제로는 반 조금 더 달린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대회는 매우 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자 발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초반이라 힘이 있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그래도 앞사람을 추월하는 것 보니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문뜩, 내가 하고 있던 착각에 대해 깨달았다. 내가 기본 값으로 여겼던 내 체력이 사실은 최상의 컨디션을 기본값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대회처럼만 달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여름을 나면서 체중이 늘었고, 달리기 연습 강도가 낮아졌다. 게다가 대회를 앞두고 힘든 일정의 출장까지 다녀왔지만 나는 전혀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단순하게 하루 잘 쉬면 내가 생각한 기본 체력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막상 대회에서 달리면서 실제 컨디션은 내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생각은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달리기 뿐만 아니었다. 어떤 일을 앞두고 평소 컨디션, 평상심을 계획하지만, 막상 돌이켜 생각해 보면 평소 컨디션 자체가 보통은 최상의 컨디션을 가정한 것이었다. 과연 늘 계획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내 상태를 파악해야지 일을 진행함에 있어 무리가 없다는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렇다.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는데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으면서도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러닝머신에서 연습한 대로 호흡을 고르기 위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보폭을 넓혀봤다. 그래봐야 남들 눈에는 티가 안 날 정도였을 것이다. 확실히 러닝머신과 실외 달리기는 달랐다. 러닝머신 위에서 느낄 수 있었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호흡 조절은 무슨. 그냥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사람 등을 보며 달리면 어느새 거리가 좁혀졌다. 그러면 힘을 내서 추월했다. 곧이어 뒤에서 빠른 발소리가 들린다. 곧 다른 러너가 나를 추월해 지나쳐 갔다. 초반에는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2km, 3km 달린 거리가 길어지며 러너들이 분산됐다. 내 앞으로 6~7명만 보였고, 그 앞에도 드문 드문 러너들이 있었다.


가을철인데 유독 햇살이 눈부시고 뜨거웠다. 날이 더워진 건지, 내 몸에서 열이 나는 건지. 몸에 열이 올라오며 땀이 났다.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자를 썼음에도 코끝이 간지러웠다.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구간마다 안전 요원이 서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대체 이들은 몇 m간격으로 서있는 걸까? 나는 대체 얼마만큼 달린 것일까? 안전 요원 옆으로 안내판이 서있었다. 10km 참가자들은 직진이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아! 곧 5km 반환점이구나. 이제 2.5km를 달린 거구나. 왠지 5km 참가자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당당하게 5km 대회 반환점을 지나쳤다. '나는 10km 참가자라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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