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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an 25. 2024

어라? 언제 여기까지 뛰었지?(3)

런린이 다이어리 8-3

좋아하는 길과 함께 달리는 시간대도 달리기의 즐거움을 한껏 증폭시킬 수 있다. 


나는 새벽시간에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며 새벽잠이 없어져서 인지 오전 5시면 눈이 떠진다. 그래서 6시~7시에 주로 뛰러 나간다. 


새벽 러닝의 매력은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늦은 아침이나 오후에 호수공원에 가면 주말에 산책 나온 인파가 많다. 그래서 인파를 헤치거나 피하면서 뛰어야 한다. 하지만 새벽엔 다르다. 일단 사람이 적다. 그러다 보니 어떤 구간은 나 혼자 1km를 뛰기도 한다. 오롯이 내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나와 함께 할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사람들이 늘어도, 그 시간에 호수공원을 나온 사람들은 다들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산책하는 사람들은 산책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자전거 도로 위에서 달린다. 또한 호수공원 자전거 도로는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통행자를 위한 길이 나뉘어 있어, 흐름이 원활하다. 반시계 방향 길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들만 있다. 즉,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아 쾌적하게 뛸 수 있다. 말 그대로 방해받지 않고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호수공원 러닝을 마치고 쿨다운 러닝으로 집에 올 때,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 차가 없다. 그래서 차 없는 거리를 달려보기도 한다. 새벽 거리의 풍경은 낮에는 인파와 차로 북적북적하던 거리가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평소에는 달릴 수 없었던 도로 위를 홀로 달릴 때, 그 일탈의 해방감이란. 


새벽 러닝의 또 다른 매력은 겨울철 새벽의 몽환적인 분위기다. 겨울은 여름과 달리 일출 시간이 오전 7시~8시 사이라, 내가 달리는 시간대에는 어두운 밤과 같다. 가로등 조명이 길을 비추는 호수공원 길을 달리면, 평소와는 다른 몽환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애수교 근처에 이르면 가로등 외에도 나무들 밑에서 조명이 비치는 구간이 있다. 그리고 그 조명이 붉은색, 푸른색 등 색깔이 변해, 마치 마법의 숲을 달리는 기분이다. 조명의 색이 붉은색이면, 불타는 숲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고, 보랏빛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의 숲길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다만,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어두운 밤에도 계속 빛을 받고 있어서 나무들의 생체 리듬에 영향은 없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든다. 최근(2023년 12월)에는 애수교에도 전체적으로 조명을 설치해, 어두울 때 애수교가 형형색색 빛이 난다.


여름 새벽은 겨울과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여름 새벽에는 에너지가 넘친다. 여름에는 같은 6시~7시라도 일출 시간이 빠르다 보니 날이 밝은 상태에서 달린다. 이미 산책이나 달리기,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도 제법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 말고도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에 왠지 더 힘을 내게 된다. 


그리고 새벽 러닝을 하는 사람, 또는 달리기 동호회 사람들을 보면 왠지 기운을 받는다. 운동이 루틴이 되면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주말 6시~7시 사이에 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낯익은 러너들이 생긴다. 나랑 비슷한 시간대가 루틴인 러너들이다. 서로 인사는 안 하더라도 왠지 마주치면 반갑고 '오늘도 누군가와 같이 달리는 러닝 메이트가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러닝 동호회들도 반갑다. 러닝 동호회가 부러울 때가, 삼삼오오 그룹 지어 달리다가 마주치면 서로 힘차게 응원해 주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덩달아 힘이 난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파이팅!'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달리며 서로 격려해 주고 응원을 받고 싶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길,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달리다 보면, 문뜩 깨닫게 된다.

"어라? 언제 여기까지  뛰었지?"



새벽 달리기를 하면 차가 없는 거리를 달릴 기회가 생긴다.  텅 빈 거리를 달릴 때, 일탈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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