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41
지금까지 내가 썼던 '런린이 다이어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 '일산호수공원'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장소다. 그래서 난 일산호수공원이 참 좋고, 정겹다.
일산호수공원. 생각해 보면 지난 2년반 동안 250번 넘게 달린 곳이다. 거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쉬는 날을 달렸으니, 1년 51주로 계산하면 250번이 좀 넘게 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매력이 충만한 곳이다. 그런 곳에 대해 왜 지금까지 글을 쓸 생각을 안 했을까? 사실 쓸 거리가 너무 많아서 좀 아꼈다.
일산호수공원. 일산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일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그리고 일산 주민들도 산책, 운동, 소풍으로 애용하는 장소기도 하다.
일산호수공원은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서쪽으로 오다가 장항 IC로 빠져 일산 초입부에 위치해 있다. 일산호수공원은 일산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웨스턴돔, 라페스타가 인접해 있다. 정발산역에서 1번 출구로 나오면 웨스턴돔 지구와 라페스타 지구 사이에 일산문화공원을 따라 걸어가다가 일산노루목언덕을 넘으면 일산호수공원이다. 느긋하게 걸으면 약 10분 정도 걸린다. 호수 반대편인 장항 IC 방면 쪽은 고양장항지구반도유보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공사 중이다.
일산호수공원 전체면적은 1,034천 제곱미터, 공원 내 자전거 도로 기준으로 보면 한 바퀴에 4.71km다. 예전에 호수공원을 처음 왔을 때, 호수를 관통하는 길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일산문화공원에서 연결되는 한울광장을 출발점으로 해서 오른쪽으로 2.5km 가면 달맞이섬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그리고 좀 더 가서 3km를 좀 지나면 나무다리 애수교가 있어, 한 바퀴를 다 돌지 않아도 중간에 건너는 길이 있다. 앞으로도 한울광장 호수를 바라보는 지점을 출발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호수공원을 크게 도는 길은 자전거도로가 있고 바로 안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말이 자전거 도로지만 자전거와 러너들처럼 속도감 있는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2개 파트로 나뉘어서 우측 보행으로 진행되어, 오고 가는 인파가 엇갈리는 일이 드물다.
2년 넘게 달리면서 호수공원의 장점을 찾았다. 바로 내 기호에 따라 다양한 루트를 꾸밀 수 있다는 것.
가장 무난한 루트는 한울광장에서 우측으로 달리는 길이다. 방향으로 보면 웨스턴돔에서 라페스타로 가는 방향이다. 이 길은 코로나 시국에 호수공원 관리소에서도 이용자들에게 우측으로만 이동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 코그다. 이 길은 평지로 되어 있다가 3km를 지나 호수교를 지나면 언덕길이 나온다. 그 이후 작은 언덕길 낙수교 지나는 길, 다시 호수교를 지나 꽃전시관 쪽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3km를 달리고 난 뒤에 나오는 언덕길이라 길이에 상관없이 오르는 자체로도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체력이 붙어서 인지 지친 몸을 추슬러 오히려 더 힘을 내는 구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 코스는 첫 번째 코스의 반대 방향인 좌측으로 달리는 것이다. 4.71km 거리는 동일한데 방향이 바뀐 것만으로도 새로운 코스가 된다. 내가 지나치는 풍경도 새롭고 코스도 낯설어진다. 그리고 첫 번째 코스에서의 언덕길이 내리막길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길은 평지를 달리게 되어 달리기가 한결 수월하다.
세 번째 코스는 메타세쿼이어길을 활용하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은 호수 건너 장항 IC 방면에 난 숲길이다. 1.8km 구간에서 3km 구간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양 옆에 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바닥은 호수공원의 다른 길과는 달리 흙길로 되어 있어, 발의 착지감이 한결 부드럽다. 자전거 도로가 지겨우면 메타세쿼이어길을 달리면 된다. 이 길 또한 왕복이 다른 느낌이다.
네 번째 코스는 폭포 광장을 거쳐 호수교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꽃전시관 쪽으로 가던지, 호수가를 따라 한울 광장으로 가던지 선택할 수 있다. 호수길을 따라가다 보면 장미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달리기도 한다.
올해 들어 매주 1회는 10km를 달리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첫 번째 바퀴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두 번째 바퀴는 메타세쿼이어길을 따라 다른 코스를 달려 변화를 주고 있다. 나는 첫 번째 코스가 좀 더 빠르게 달리기 편하고, 두 번째 코스가 느려도 길게 달리기 편하다. 그 이유는 모른다. 다만 기분이 그래서 토요일에는 첫 번째 코스 한 바퀴, 일요일에는 두 번째 코스 두 바퀴를 달리곤 한다. 올여름에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무더위로 주 1회 10km 달리기를 반강제적으로 중단했지만, 날이 선선해져 다시 시작했다.
이처럼 하나의 공원 안에 여러 가지 길이 나 있어, 내 입맛에 따라 코스를 짜서 달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특히 삼성 갤럭시헬스는 달리고 나면 내가 달린 경로가 나오는데, 호수공원 다양한 코스를 달린 것이 표시된다. 마치 내가 달린 흔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
호수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사계절에 따라 매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매주 달리다 보면 자연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겨울에는 앙상해진 나무들로 달리는 길이 적막하다. 하지만 눈이 오면 호수공원이 눈의 공원으로 변한다. 특히 찬 공기에 호수 표면이 얼고, 그 위에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광경은 마치 설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봄이 찾아오면 호수공원에 벚꽃이 가득하다. 자전거 도로,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나무에 벚꽃이 가득 피어 온통 벚꽃길이다. 특히 새벽 인적이 드문 시간에 홀로 벚꽃길을 달리면 황제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푸른 잎이 호수공원을 메우며 생동감이 느껴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나무들이 가지에 파란 나뭇잎으로 가득 차 초록 천장을 만들어 낸다. 푸른 숲 길에 들어서면 코끝으로 청량한 숲의 내음이 느껴진다. 헐떡거리는 폐에 한 줌의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면, 심장이 더욱 힘차게 뛰는 것 같다.
가을이면 초록빛 길은 붉은빛으로 변한다. 붉은, 노란색 낙엽에 달리는 운치가 있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내가 지나는 이 길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궁금해진다. 어서 빨리 변화를 볼 수 있었으면, 그 변화를 느끼기 위해 나는 또 호수공원을 달린다.
그리고 호수공원의 장점은 화장실이 많다. 호수공원 들어서는 입구 중 하나인 작은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벽송 화장실, 주제화장실, 매점 화장실, 장미화장실, 회화화장실, 두루미화장실, 호반화장실, 악어화장실, 폭포화장실까지 10개 화장실이 있다. 다만 대부분의 화장실이 한울광장 쪽에 위치해 있고, 호수 건너 장항 IC 방면에는 호반화장실과 악어화장실이 있다.
나 역시 달리다가 배에 급하게 신호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호수공원을 달리면 왠지 안심이 된다. 곳곳에 화장실이 있어서,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에 달리다가 열기가 너무 강하다 싶으면 근처 화장실에 들려 세수를 해서 열기를 식히기도 좋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주말 새벽인데도 화장실이 참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토요일에 호수공원을 찾은 인파로 일요일 새벽에 곳곳에 쓰레기기 있을 법한데, 달리면서 좀처럼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없었다. 게다가 호수공원 내 취식이 금지되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가 없다. 매주 주말 호수공원을 달리면서, 호수공원을 깨끗하게 유지해 이용자들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리하는 호수공원 관리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매주 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또 하나의 재미는 호수공원에서 하는 행사를 알 수 있다. 아침에 호수공원에 가면 무언가 시설을 설치하고 있거나, 부스가 서고 있으면 조만간 호수공원에서 행사를 한다는 사인이다. 4월 내내 호수공원에 시설이 세워지고 산책로에 벽이 세워지더니, 4월 말부터 5월 12일까지 꽃박람회가 열렸다. 그 외에도 한울광장에 다양한 행사가 종종 열려, 낮 시간에 구경삼아 오기 다시 좋다. 오는 10월 1일~13일까지 고양 가을꽃축제가 열린다.
그리고 봄이 되면 매주 일요일 새벽 꽃전시관 주차장에 주말 장터가 열린다. 여기서 야채 등 다양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데, 한번 구경해야지 하면서 아직까지 구경을 못 했다. 사실은 달리기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서 매번 지나치기만 했다. 올해 안에 한번 구경해 보는 것이 목표다.
또한 놀이터, 장미원, 자연학습원, 노래하는 분수대, 맨발 마당, 농구 코트, 선인장 전시관, 민속그네, 폭포 광장, 야외 공연장, 호수 내 분수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다.
주말 아침이면 폭포광장, 한울광장 인근 호수길, 자연학습센터에서 여러 종류의 달리기 동호회가 모여,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자전거 도로는 삼삼오오, 혹은 나처럼 홀로 달리는 러너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문뜩 드는 생각이 호수공원 인접한 상가에 러너스클럽 같은 러닝화 전문 가게가 있으면 장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산호수공원은 일산의 보물이자 나에게는 일산 달리기의 성지로 꼽고 싶다. 실제로 고양시에서 만든 14개 산책로인 고양누리길 14개 산책로 중 제6코스 평화누리길, 제7코스 호수누리길, 제8코스 경의누리길이 호수공원에서 시작한다. 명칭은 산책로지만 달리기도 좋은 코스다. 실제로 얼마 전 제8코스 경의누리길을 달리기도 했다.
제7코스인 호수누리길은 호수공원에 라페스타-일산문화공원-웨스턴돔에 이르는 도심 길이 추가된 코스인데, 개인적으로는 호수공원을 도는 것이 훨씬 좋다. 그리고 호수교를 지나 언덕길을 따라가다 보면 호수공원 호수의 수원인 청평지가 있는 샘터 광장으로 갈 수 있다.
다양한 코스를 만들 수 있는, 사계절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아무리 달려도 달려도 질리지 않는 곳이 일산호수공원이다.
"I ♡ 일산호수공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