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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Sep 19. 2024

오늘 하루 나를 위해 한 일, 달리기!

런린이 다이어리 40


"오늘 하루,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 하나만 하자."


나한테는 그것이 달리기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 6~7시간을 제외한 깨어있는 17~18시간 동안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 차리고 씻고 준비하고 출근하는데 대략 1시간~1시간 30분(다행히 회사가 가깝다), 오전 업무시간 4시간, 점심시간 1시간, 오후 업무시간 4시간, 퇴근 1시간만 계산해도 11시간이다. 남은 5시간~6시간 동안 집에 와서 저녁 차려 먹는 시간 그리고 자기 전에 잠시 티브이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그나마 야근이나 회식이 있는 날은 저녁 휴식 시간조차 없다. 술에 취해 집에 와서 씻고 곯아떨어지기 바쁘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하루하루가 허무하게 느껴지곤 한다. 삶의 보람이 없다.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 듯 무한 반복되며 무의미해 보인다.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혹은 나오는 배를 보면서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죄책감이 들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나는 숨 쉬고 움직이며 매 순간 바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데, 정작 그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인생 자체가 공허해진다. 휴식을 빙자해 퇴근 후 혹은 주말 내내 침대 위에 누워서 밀린 드라마나 예능을 보아도 왠지 시간만 허비한 느낌에 허무함이 심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주말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하루가 변했다.

루에 한 시간이라도 나의 건강을 위해 투자했다는 것 자체가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

그 한 시간의 운동이 내 마음에 충족감을 가져다주었다.

그 한 시간의 달리기가 나의 하루를 알차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달리거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늦게 자기보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달린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업무상 약속이 많아 점심 약속이나 저녁 약속이 생기는 일이 다반사다. 또한 점심시간에 회사 피트니스에는 러닝머신 쟁탈전이 치열하다. 자칫 늦으면 러닝머신을 이용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달리지 못한다면 하루종일 찝찝하고 답답한 기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외부 변수가 가장 적은 시간대인 아침 시간대 달리기를 선호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내 생각대로 꾸준히 할 수 있으니 운동 시간 관리에도 좋다.


여름휴가차 떠난 여수에서 아침에 오동도 방파제를 달렸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달리면 왠지 기운이 솟는다.


사실 밤 12시 넘어 잠자리에 들어도 그 시간까지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자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포기해도 되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에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생활 패턴으로 바꿨다.


주말에는 5시 반쯤 눈을 떠 정신을 차리고, 6시면 일산호수공원으로 나선다. 평일에는 아침 6시부터 회사 피트니스가 오픈되기 때문에 오픈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가 운동을 한다. 사설 피트니스와는 달리 회사 피트니스는 관리인이 24시간 상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른 아침 시간에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 운동을 시작한다. 그나마 여름철은 괜찮은데, 한겨울 싸늘하게 냉기가 도는 피트니스에 들어가 홀로 난방을 켜고 반바지와 반팔(구비된 운동복이 반바지와 반팔이다)을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곤욕스럽다. 하지만 좀 뛰다 보면 어느새 몸에서 열이 나고 추위는 잊게 된다. 그렇게 꾸역꾸역 달리고 달렸다.


이제는 여행을 떠나도 아침에 달릴만한 코스를 찾아보고 낯선 도시를 달려 본다. 그렇게 새벽에 여행지를 달리면 그 지역이 더욱 친숙해진다. 올해 여행지에서 달렸던 경주 보문호수, 여수 오동도 방파제길,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대학 교정이 기억에 남는다.


혹자는 나보고 대단하다, 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기적인 운동은 신체뿐만 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 운동을 하면 오늘 하루 적어도 운동한 그 한 시간만큼 나 자신을 위해 유익한 무언가를 했다는 만족감이 든다. 아무리 일이 바쁘고 힘들어도 그 한 시간이 나의 하루를 충만하게 만든다.


특히 아침에 달리면, 처음 적응되기 전에는 운동 후 하루가 피곤하고 힘들다. 하지만 일단 적응이 되면 나를 위한 일로 하루를 시작을 한다는 만족감이 든다. 그렇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다나 문뜩 달리기를 해서 내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평소에는 이 정도 걸었으면 힘들었는데 괜찮거나, 잠을 평소보다 1시간 덜 잤는데 피로감이 덜하던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한결 가벼워지는 운동의 효과를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되면, 운동의 성취감은 배가 된다.


나한테는 운동을 해서 체력이 좋아진 것을 실감하는 여러 순간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첫 번째는 필라테스를 1년 넘게 꾸준히 하고 호수공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다리, 특히 종아리에 부담이 없었다. 운동의 효과를 처음 깨달았다. 그를 계기로 나는 달리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2022년 12월 18일 10km 달리기를 처음 완주한 날이었다. 내 체력이 10km를 쉬지 않고 달릴 정도로 향상되었다.


마지막으로 1년 넘게 달리다가 아킬레스건 염증이 생겼을 때다. 아킬레스건 염증이 생겨서 달리기를 당분간 못하게 되었지만,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트니스에 가서 30분 걷고, 맨몸 스쿼트를 했다. 예전엔 스쿼트 100개 하면 허벅지가 묵직해졌었는데, 10분에 200개를 해도 다리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달리기의 효과였다. 다리 근육에 힘이 붙어 스쿼트 400개도 거뜬했다.


여름휴가차 떠난 여수에서 아침에 오동도 방파제를 달렸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인생샷을 찍기도 한다.

그렇게 달리기를 해서 체력이 좋아지니, 하루 동안 활력과 에너지가 넘친다. 사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힘들다, 피곤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드물다. 아무리 일이 바쁘고 힘들어도 좀처럼 지치는 법이 없다. 체력이 받쳐주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짜증을 덜 내게 된다. 행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아침에 달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개운해진다. 즉, 체력이 좋아지니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운동이 더 재미있어진다. 이것이 달리기의 선순환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새벽에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고 달리러 나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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