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사랑받고 있단다

너를 만난 지 9주 차

by 맘고래

아가야,

긴 시간 기다린 마음만큼 정말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단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넘치는 마음을 받고 있고, 그분들은 이미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


배는 엄마만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조금 더 부어올랐고, 여전히 낮잠은 꼭 챙겨야 해. 입덧약을 먹어서 울렁거림이 줄어들고,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래서 엄마는 자주 변덕쟁이가 된단다. 갑자기 화덕피자가 먹고 싶어서 한 시간이 걸려 유명한 화덕피자집에 갔는데 나온 피자를 한 조각만 먹고 더 이상 손을 못 댄 적도 있어.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식당에 갔는데 몇 입 먹고 아빠를 다 준 적도 있단다. 한 번은 며칠 동안 경양식 돈가스를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어. 아빠는 고심하며 맛집을 찾았고 우리는 긴 줄 따라 기다린 끝에 드디어 돈가스를 마주했는데, 엄마는 한 입 먹고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지.


“이건 내가 원하는 경양식 돈가스가 아니야.”


아빠는 그런 변덕에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엄마가 남긴 것까지 다 먹다가 배가 볼록해졌어. 아빠도 곧 태명이 필요하겠다며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


명절이라 오랜만에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까지도 만날 수 있었어.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만 만나지만 어색하지 않고 정겨운 사람들을 가족이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을 하고 몇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아가의 존재를 기뻐하고 축하해 주시는 분들과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기분이 들었어.


아가야, 엄마와 아빠에게 가족의 의미는 특별하단다. 엄마와 아빠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행복한 시기에 소중한 가족들을 잃는 경험을 했거든. 아빠의 외할머니께서는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어. 엄마는 시외할머님을 한 번도 뵙지 못하고 마음으로 보내드렸지. 결혼식이 끝나고 두 달 후에는 엄마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 아직 못 해드린 게 많은데 너무 급하게 보내드려야 했어. 갑작스레 입원하신 후, 전염병에 관한 병원 지침 때문에 면회도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말이야.


엄마에겐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 있어. 결혼날짜를 잡고 엄마의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아빠와 본가에 왔었어. 점심을 먹고 가족들은 둘러앉아 외할머니의 감독 아래 화투게임을 했단다. 오후 세네시쯤 되었을까, 창문으로 노란빛의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여러 개의 포크가 놓인 과일접시가 한편에서 부지런히 비워지고 있던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빵 웃던 순간이 있었어. 감독을 하기 위해 테이블 옆에 선 외할머니가, 의자에 앉아있던 아빠의 앉은키보다 작으셨거든. 한 명도 빠짐없이 웃고 있던 그 순간, 엄마는 이런 기원을 했단다.


“지금이 딱 완벽하게 행복하다. 이런 순간이 부디 또 왔으면.”


슬프게도 그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았어.


아가야, 엄마와 아빠는 가족들과 보내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렇게 깨달았단다. 아빠의 외할머니와 엄마의 외할머니께서 우리 아가의 존재를 아셨다면 정말 행복해하셨을 거야. 그리고 아가가 태어난 후에는 세상에 다신 없을 크기의 사랑을 주셨을 테지. 그 상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렇게 믿고 있어. 하늘나라에 계신 외증조할머니들께서 우리 아가를 지켜보고 이미 사랑하고 계실 거라고 말이야.


집 한 켠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어. 냉장고에도, 선반에도, 화장대 위에도. 모두가 아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보내주신 마음들이야. 엄마는 아가 덕분에 좋아하는 과일들을 마음껏 먹고 있어. 감사한 일들이 많아 엄마에겐 행복한 나날인데, 이 모든 건 아가 덕분이야. 아가야, 고마워.


요즘 엄마는 자주 아가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상상해. 엄마는 아가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귀 기울일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받은 이 넘치는 마음들을, 세상에 돌려주고 나눠주며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는 늘 너에게 세상에 다신 없을 크기의 무한한 마음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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