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추락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는 것에 대한 단상>
'너도 나도 우린 모두 추락할 수 있다'
온라인 세상이든 오프라인 세상에든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 할 때는 자기 주변으로 사람이 몰릴 때다.
음... 그러니까 '인기를 좀 끌 때'라고 해두자.
이런 때는 사람이 업되게 돼 있는데 이런 시기에 정중동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공을 보여주는 좋은 바로미터가 된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인데 어찌 그게 쉽겠나.
캡틴 마블에도 잘 나오지만, 감정적이니 사람이고 사람이니 감정적인 것이다.
그런 파장의 불안정성이 감동을 주고, 좌절을 낳고, 영웅을 만들고, 실수를 저지르게도 하는데 이런 불안정함이 인간세상과 AI세상을 가르는 기준이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자신보다 남에게 큰 잣대를 들이대는 데 익숙할지도 모른다. 세상 잘나 보이고, 영웅의 가면을 쓴 사람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잊는 것이다.
반대로 그런 호사를 누리던 사람도 위로 올라갈수록, 그러니까 인기를 얻을수록 그에 따른 엄청난 부담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잊는다.
인기를 누릴 때는 기분이 좋고, 세상 다 가진 것 같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 역시 강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 것이다.
그러다가 현실의 냉혹함을 알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저 '억울'할 뿐이다.
나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봐 왔다.
그래서 남을 쉽게 비난하지도, 쉽게 책망하지도 않는다. 또 아무리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도 크게 보려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다 같은 사람이니까.
다만, 하늘 높이 날던 존재가 뜨거운 태양에 자신의 날개를 잃고 떨어질 때는 손을 내밀어 잡아줄 줄은 안다.
왜냐면 줬다 뺏는 게 무섭고 끝도 없이 추락할 때는 세상 외로운 게 사람이니까.
예전에 내가 잘 따르던 서장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김 기자, 내가 교도소 자주 가는 거 알아?"
"왜요? 거기 법무부 소속인데 서장님이 뭐하러 가세요?"
"그냥 한 번씩 가. 가서 비리로 잡혀 들어간 선배 양반들 면회해"
"아이고, 큰일 하실 분이 그런데 들락거리면 못 써요. 가지 말아요"
"아니. 세상살이가 그런 게 아니네. 얼마나 외롭겠나. 쥐고 있다 뺏기면 그런 법이네"
"그래도 죗값 받는 건데. 굳이 그래야 해요?"
"물론 그렇지. 그래도 우린 같은 경찰이었지 않나"
이 대화를 하고 나서 나는 크게 여운을 느꼈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대가 없이 하는 순수한 선의 아니겠나. 날개를 잃고 추락해 가는 사람에게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높으신 양반이 찾아갔을까. 그저 선의와 동정만이 동기였을 거다.
현재 이 서장님은 경무관을 달고, 치안감을 바라보고 있다.
본인의 능력과 줄 서기 감각이 출중해서도 그렇겠지만, 저렇게 마음 씀씀이가 좋았던 것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자주 보지 않지만, 예전에 하루키 책을 많이 읽을 때 그와 관련된 글에서 봤던 글귀 한 토막이 생각난다.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의 에세이집 <쿨하고 와일드 한 백일몽>에 나온 구절이다.
"유명인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자기를 둘러싼 호의와 악의의 총량을 양방향으로, 그것도 비약적으로 확대시키는 일이다. 어떤 때에는 무의미하게 매도당하고, 어떤 때에는 무의미하게 치켜세워진다"
인기라는 것은 내 분수 이상으로 사람들의 호의를 엄청나게 받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엄청난 분노의 대상으로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에 참 동감한다.
기자들은 대중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 수습 때부터 안테나를 조금씩 조금씩 높여가며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는 훈련을 많이 한다.
우리야 그 경계와 허무를 잘 알지만, 이제 막 SNS에서 글로 인기를 얻었던 사람들은 찰나의 실수로 일순간에 몰락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하늘 높이 날던 사람들이 끝도 없는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어쨌든 자신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니 업보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그의 글에 한 번이라도 '좋아요'을 눌렀다면, 추락하는 곳에 날개가 있다는 것을 그 사람에게 느끼게 해주는 작은 선의를 보여도 좋다.
그의 글이 틀렸어도, 오류 투성이어도, 행동이 실망스러웠더라도, 우린 다 미혹한 존재니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하기 부담된다면 사적으로라도 '토닥토닥'이란 메시지 한 줄 보내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 아니겠나.
미혹한 우리들 서로 할퀴지 말고 다독이며 살아가자.
#단상 #날개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