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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y 07. 2019

어버이날은 왜 어린이날 사흘 뒤에 있을까?

#어버이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 서서>


    '어버이날은 왜 어린이날 사흘 뒤에 있을까'


    자식도 있고,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하는 30대 중후반이 되면서 가정의 달 5월이 명절만큼이나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우리 집은 여기에 양가 행사도 간간이 겹쳐서 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자식 된 도리, 부모 된 책임감에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어느새 달력은 6월로 넘어가 있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버이날은 왜 어린이날 사흘 뒤에 있을까.

    아마도 두 종류 사랑 사이에 절대 우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국한되는 이야기겠지만, 만약 어버이날이 어린이날보다 사흘 앞서 있다면 사실 많은 사람은 어린이날을 준비하느라 지금보다 훨씬 대충 어버이날을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에이~ 그래도 다 그렇진 않지.라고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다는 아니더라도 대다수는 그럴 것이다.

    심지어 '어버이'라고 불리는 우리 엄마, 아빠도 손주들 챙기느라 그렇게 자신들을 위한 날을 흘려보낼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날은 휴일이지만,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지 않나.

    미혼일 때나 신혼에 애들이 없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이런 '불합리'한 사랑의 경중이 이제는 이해가 간다.

    자식을 낳고 키워 보니 정말로 내리사랑이 있는 거다.

    물론 자신의 의붓딸을 성추행하고 또 그런 남편과 함께 딸을 죽이는 천인공노할 부모들도 있지만, 특수한 케이스를 걷어내 보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정말 위대하리만큼 크고 아름다운 것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고 상정한다면 그와 가장 유사한 것이 부모의 자식사랑 아닐까.

    진짜 못돼 먹은 악인들도 자식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을 종종 보면 이에 대해선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왜 믿음의 조상으로 불렸겠나. 신에 대한 사랑으로 그 끔찍이 아끼는 자식마저 제물로 내놨기 때문 아닌가.

    나는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도 항상 정신없이 바쁜 어린이날이 지나고 어버이날을 앞두면 가끔 지치고 힘들을 '아. 대충 넘어가고 싶다'라는 못된 생각이 스멀스멀 단전에서부터 올라온다.

    '엄마니까. 아빠니까. 대충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뇌를 가득 채우다가 '에이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 훅하고 떠올라 약간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한참 전부터 고르고 골라 정하는 어린이날 선물과 달리 어버이날 선물은 6일이 돼서야 올핸 뭘 한다.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내리사랑의 굴레는 생각보다 강력한 것 같다.

    자식들이 어린이 티를 벗은 집의 형제, 자매들이 돈을 모아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애들 수발에 정신없을 때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새끼들도 결국 이렇겠지 생각하면 품앗이하는 셈이구나 하며 애써 죄책감을 지워보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죄송한 마음이야 가실 길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자식한테 쏟는 정성의 반의반만 해도 조선 반도 최고 효자 소리 듣겠네' 하는 데까지 닿으면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올해도 멀리 사는 자식들 때문에 밥 한 끼 대접도 못 받고, 카네이션 하나 가슴에 달지 못한 채 용돈이나 받아야 하는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하니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애들 좀 클 때까지 두 분 다 건강하시면 어디 가족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은데 잘 될는지 모르겠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 한다고 항시 바쁜 척하는 아들이 전화라도 한 통 넣으면 황송해 목소리가 밝아지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신록의 5월이 무색하게 씁쓸한 마음 짙게 드리운다.

    먼저 부모님을 하늘로 떠나보낸 인생 선배들이 '계실 때 잘해라'라는 소리를 많이들 하지만, 귓가에 내려와 앉지 않는 것은 미련한 인간의 본성이겠지.

    올해 어버이날에는 다들 부모님 댁에 귀뚜라미 하나 아니, 요새는 나비엔인가. 귀뚜라미든 나비엔이든 몸친구(바디프렌즈)든 정성스러운 감사 편지든 그마저도 안 되면 10분 전화통화든 정성이 담긴 선물을 이틀 전부터 골똘히 생각해 준비해 보자.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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