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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 별미> 광저우편
편집자주 :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마치 서울처럼 온갖 지방의 음식들이 모여있다. 서울과 조금 다른 부분이라면 베이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 소통을 위한 대표처들이 나와 있으며, 이들 정부에서 손님 접대나 행사 주최를 위해 지방 예산을 투입해 만든 다샤(大厦·빌딩) 또는 식당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다샤들은 지역 홍보를 위해 산지에서 특산물 등 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요리하고, 주방장과 종업원 역시 그 지역 사람들을 고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역시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 먹는 전주 음식이 본연의 맛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비해 베이징 댜샤들의 음식은 상당히 현지에 근접한 맛을 낸다.
그래서 나와 먹사형, 그리고 숨은 맛고수들로 구성된 먹부림 챔피언스리그(먹챔스)는 앞으로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돌면서 <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의 별미>(베맛대) 시리즈를 진행하기로 했다.
베맛대 1편 : 구이저우편
베맛대 2편 : 네이멍구편
베맛대 3편 : 광저우편
베맛대 4편 : 신장편
베맛대 5편 : 푸젠편
베맛대 세 번째 목적지는 중국 맛의 고장이라 불리는 광둥(廣東) 요리, 그중에서도 광저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광저우(廣州) 다샤다.
광둥요리는 위에차이(粤菜)라고 부르며, 쓰촨(四川), 후아이양(淮揚), 산둥(山東)과 함께 중국 4대 요리로 불린다.
광둥요리는 또 광저우 요리, 차오산(潮汕) 요리, 둥장(東江) 요리(객가 요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오늘 우리가 찾은 광저우 다샤 2층에 자리한 광저우 스푸(食府)는 광둥요리 중 큰 형님 격인 광저우 요리 전문점이다.
광저우 요리는 세계지리 시간에 많이 배웠던 주강(珠江) 삼각주 지역의 요리를 말한다. 세부적으로는 판위(番禺), 동관(东莞), 순더(顺德), 중산(中山) 등 4개 지역 요리로 또다시 나눌 수 있다.
강과 바다가 근접해 있는 지역답게 해산물과 육류, 곡식 등 재료가 풍부하다.
맛은 담백하고, 신선하고, 부드럽고, 상쾌하고, 향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그 유명한 말이 바로 광둥요리를 두고 나온 말일 정도로, 악어, 뱀, 개구리, 제비집 등등등 온갖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광저우 요리는 풍부한 재료를 담백하게 조리해 낸 것이 특징인데 그렇다 보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찜 요리가 많다.
그래서 양념도 주로 생강, 마늘을 조금 넣고 조리하며, 간장 베이스의 요리들이 많다. 반대로 고추같이 자극적인 양념은 적게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둥요리가 바로 광저우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광저우 요리를 꼽으라면 일단, 딤섬이 있겠다.
딤섬도 찜기를 이용해 조리하는 요리 중에 하나 아닌가.
우리가 아는 중국 요리가 광둥요리, 그중에서 광저우 요리인 이유는 사실 화교 중에 대다수가 광저우 등 광둥 출신이기 때문이다.
세계로 퍼져 나간 화교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외국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중국 요리하면 광둥요리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딤섬 외에도 광저우 요리 중 유명한 요리는 광둥식 바비큐인 차슈를 수 있다.
광둥에서는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거위 고기를 이용해 차슈를 만들며 밥 위에 얹어 덮밥식으로 먹는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 형님이 드시던 밥이 바로 차슈 덮밥이다.
오늘 우리가 먹은 요리는 모두 17가지다.
가짓수가 많긴 하지만, 딤섬이 여러 개 들어가고 디저트도 두 종류를 시켰기 때문에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일단 오늘은 메인 요리로 샤오어(烧鹅·거위 바비큐)를 시키고, 돼지갈비찜, 새우 딤섬, 차슈 만두, 완탕면, 개구리 난소탕, 닭발 조림, 각종 질솥(점토와 고운 모래로 구운 숱) 요리 등을 주문했다.
메인 요리인 샤오어는 정말 맛이 좋았다. 베이징에는 전통 강자인 카오야(베이징덕)가 있지만, 잘 구워진 샤오어만큼은 열 카오야가 부럽지 않게 맛있었다.
바삭한 껍질에 두툼한 거위 살은 간장 양념으로 잡내를 싹 잡아내서 흰쌀밥과 아주 잘 어울렸다.
베이징에서 거위 바비큐를 먹고 단 한 번도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광저우 다샤 식당답게 현지 수준으로 손맛을 제대로 냈다.
다음은 돼지갈비 요리들을 소개해 보겠다.
먼저 진인쏸쩡파이구(金银蒜蒸排骨)는 찜 요리다. 돼지갈비를 찐다고? 노린내가 많이 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주방장의 솜씨가 좋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먹은 돼지갈비찜 요리도 그랬다. 생강과 간장을 이용해 돼지갈비의 잡내를 싹 잡아 전혀 노린내가 나지 않았다.
요리의 이름을 보면 '진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진인은 금과 은이란 뜻으로 색이 노란 고구마와 하얀 토란을 가리킨다.
광둥요리에서 일반적으로 진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바로 고구마와 토란이 들어간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먹은 요리에도 돼지갈비 밑에 고구마와 토란이 깔렸었다.
또 다른 돼지갈비 요리는 무와 함께 진한 양념으로 조려 나온 갈비찜 요리였다.
앞선 갈비 요리가 찜기를 이용했다면 이 요리는 솥에서 조리는 방식으로 조리됐다.
맛은 밥과 어울리는 단짠단짠한 맛으로 무를 이용해 고기 잡내를 잡았고, 고기보다 무가 더 맛이 좋을 정도로 푹 익혀져 나왔다.
생선찜 요리에 들어 있는 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다음으로는 질솥을 이용한 요리들이 수준급이었다.
광둥요리에는 우리로 치면 뚝배기 같은 질솥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이 질솥은 공기가 잘 통하는 것이 특징인데 또 다른 광둥요리 중 하나인 차오산 요리 중 질솥을 이용한 해산물 죽이 매우 유명하다.
아무튼, 질솥을 이용하면 요리의 온도가 오래 유지되고, 뜨끈한 상태에서 요리를 오래 즐길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돼지갈비 무찜 요리와 당면 솥 요리, 질솥 밥을 시켜 먹었다.
돼지갈비 무찜은 앞서 설명했으니 넘어가고, 질솥 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질솥 밥은 광둥요리의 대표 음식이다. 홍콩 요리로 아는 사람도 있는데 홍콩 요리 자체가 광둥요리가 건너가 서양 요리와 결합한 것이니 원류는 광둥요리가 맞다.
질솥 밥에는 광둥식 소시지와 쌀이 들어가며 오랜 시간 질솥에서 끓여서 만들어 향이 강한 소시지 향이 밥 전체에 베이는 게 특징이다.
제대로 하는 집은 50분 정도 시간이 걸리며, 간장에 비벼서 먹고, 바닥에 눌은밥이 생기면 이걸 긁어먹는 재미가 있다.
광둥요리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괴식류 요리가 아닐까.
우리가 오늘 먹은 요리 중 가장 특이한 재료를 이용한 것은 바로 개구리 난소탕이었다.
말 그대로 개구리 난소를 들큰하게 끓인 요리인데 재료를 말해주지 않으면 따뜻한 디저트쯤으로 생각이 들 만큼 맛이 좋다.
특히 역하지도 않고, 나름 보양식이라고 한다.
또 굳이 하나 꼽자면 닭발 간장찜 정도가 있겠다. 닭발은 한국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중국에서는 뼈를 발라내고 내는 것이 아니라 닭발 모양 채로 나오기 때문에 약간 혐오스러울 수 있다.
나는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간장 양념한 닭발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주로 닭발 요리에 봉황의 손톱이란 펑주아(凤爪)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광둥하면 빠질 수 없는 딤섬도 맛봤다.
광둥요리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공이 가장 큰 음식이 바로 딤섬이다. 보통 홍콩에서 딤섬을 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딤섬 역시 광둥의 대표 요리라 할 수 있다.
요새는 딤섬 전문점이 세계 곳곳에 생겨 딤섬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딤섬은 이제 내륙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광둥의 딤섬은 맛이 약 세 배정도 더 맛있다는 점이다.
주식으로는 완탕면을 시켰다.
한국에도 딘타이펑 같은 체인점이 들어서면서 완탕면이 많이 알려졌는데 광저우가 바로 완탕면의 본향이다.
완탕면의 유래가 참 재밌는데 완탕은 사실 훈둔(混沌)의 광둥식 표현이다. 그런데 완탕이란 말이 더 대중적으로 사용되다 보니 내륙에서는 완탕면을 '윈둔멘'(云吞面)이라고 다시 음차해 표기한다.
그러니까 훈둔이 광둥으로 가면서 완탕이 됐고, 이게 다시 내륙으로 오면서 윈툰멘이 된 것이다.
중국 남방의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는 미식 중 하나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남방 중화권 지역을 가본 사람이라면 중국식 디저트의 위대함을 잘 알 것이다.
광저우의 디저트도 이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맛이 아주 훌륭하다.
특히 홍떠우솽피나이(红豆双皮奶)와 양즈간루(杨枝甘露) 같은 요리는 광둥을 대표하는 디저트다.
홍떠우솽피나이는 이름 그대로 팥과 우유가 들어간 디저트로, 재료는 우유, 삶은 팥, 계란 흰자, 설탕이다.
재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양즈간루도 부드러운 디저트류에 속하는 홍콩식 디저트다.
재료는 야자 밀크, 유자, 망고, 사고야자 녹말 등이 들어간다.
먼저 야자 밀크와 우유, 망고 퓌레를 섞어 기본 베이스를 만든 뒤 여기에 사고야자 녹말을 끓는 물에 넣어 젤처럼 만들어 붓는다. 그리고 위에 자몽과 망고, 딸기 등 좋아하는 과일을 얹으면 완성된다.
아. 그리고 상식으로 일러두자면 광둥 지역에 가면 계산이 끝난 테이블에 꽃이 꽂힌 화병을 올려두는 풍습이 있다. 우리도 계산을 한 뒤 종업원이 꽃이 든 화병을 테이블에 올려주었다.
오늘 맛본 음식들은 광저우 요리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나름 대표적인 음식들이라 할 수 있다.
광저우 다샤의 명성에 걸맞게 모든 음식에 손맛이 있었고, 음식의 조리 수준도 높았다.
식사를 하면서 왜 광둥을 미식 천국이라 부르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베맛대 #광둥요리 #광저우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