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 별미> 네이멍구편
편집자주 :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마치 서울처럼 온갖 지방의 음식들이 모여있다. 서울과 조금 다른 부분이라면 베이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 소통을 위한 대표처들이 나와 있으며, 이들 정부에서 손님 접대나 행사 주최를 위해 지방 예산을 투입해 만든 다샤(大厦·빌딩) 또는 식당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다샤들은 지역 홍보를 위해 산지에서 특산물 등 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요리하고, 주방장과 종업원 역시 그 지역 사람들을 고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역시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 먹는 전주 음식이 본연의 맛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비해 베이징 댜샤들의 음식은 상당히 현지에 근접한 맛을 낸다.
그래서 나와 먹사형, 그리고 숨은 맛고수들로 구성된 먹부림 챔피언스리그(먹챔스)는 앞으로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돌면서 <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의 별미>(베맛대) 시리즈를 진행하기로 했다.
베맛대 1편 : 구이저우편
베맛대 2편 : 네이멍구편
베맛대 3편 : 광저우편
베맛대 4편 : 신장편
베맛대 5편 : 푸젠편
베맛대 두 번째 목적지는 바로 네이멍구(內蒙古) 다샤다.
네이멍구는 넓은 초원과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척박하다고 하면 척박할 수 있고,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면 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몽골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일단 기마술 하나로 세계를 호령했던 민족답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매에~에~ 양.
초원지대의 유목민족인 몽골족들은 말과 양을 많이 키운다. 요즘에는 많이 도시화해 유목민의 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국에 유통되는 양질의 양고기는 네이멍구 초원에서 나온다고 한다.
네이멍구의 성도(省都)는 후허하오터(呼和浩特)인데 오늘 찾은 이 식당의 양고기는 모두 후허하오터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직접 맛을 봐보니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양꼬치나 양갈비, 양다리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도를 자랑했다.
양꼬치나 삶은 양고기를 먹었는데 어떻게 선도를 가늠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답변은 바로 '냄새'다.
사실 이전에도 베이징에 있는 몽골 식당을 여럿 가봤다.
그런데 갈 때마다 조금 힘이 들었던 것은 냄새였다. 워낙 중국음식을 현지인처럼 잘 먹는 나지만, 노린내가 강하게 나는 몽골식 조리방법은 익숙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몽골 식당보다는 강한 양념과 향신료를 써서 잡내를 잡아내는 신장(新疆) 식당을 더 애용했었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 몽골 요리가 맛있냐고 물으면 '몽골 요리가 독특하긴 한데 생각보다 하드코어 하다'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네이멍구 다샤에 오고 나서 이런 나의 말들을 모두 주워 담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먹었던 양고기가 냄새가 강했던 것은 몽골식 조리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바로 고기의 문제였다.
네이멍구 다샤에서 사용하는 양고기는 후허하오터에서 직접 공수해 오고, 연령이 어린양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오늘 메인 요리로 '손으로 뜯는 양갈비'(手把肉羊排)를 시켰는데 갈비뼈의 크기와 육질로 미뤄 이 양고기는 정말 신선한 것이 분명했다.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조리 방식이 소금간만 살짝 한 물에 신선한 양고기를 넣어 삶아 내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레이팅 돼 나오는 요리를 보면 이게 그 값어치가 나가는 음식인가 싶을 정도로 조촐하다.
요리가 나온 뒤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양갈비를 잡고 뜯었는데 이건 완전 신세계였다.
이런 양고기는 한국에서는 언감생심이고, 중국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예전에 유학 시절 네이멍구 출신 식당 종업원 동생이 베이징에서 같이 양꼬치를 먹을 때마다
"이건 양꼬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나중에 고향에 꼭 놀러 오면 진짜 양고기를 대접하겠다."
는 소리를 자주 했었는데 이런 양고기를 어려서부터 먹어왔다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만하다.
이게 어떤 맛이냐면 갈비뼈에 붙은 고기인데도 부슬부슬하니 보드랍고, 뼈와 잇닿은 부위는 쫄깃쫄깃 식감이 좋았다.
그리고 일반 양고기와 다른 점은 먹다 보면 몽골 초원을 뛰어다니던 양이라 그런지 비육양이 아니라 아주 다이어트가 잘 된 몸짱 양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냄새 역시 소금 간만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의 나지 않았다. 함께 간 먹챔스 멤버들도 모두 같은 소리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양 노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맛있을 수 있을까.
그간 갔던 몽골 식당들이 노린내가 강했던 것은 조리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고기 질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제 이해가 가는 것이 배추가 맛이 없다고 김치 담는 방식을 아예 바꿔 버릴 수 없지 않은가.
양고기가 함께 나오는 소스도 독특했다.
세 가지 소스가 나오는데 가장 독특한 것은 부추를 갈아서 소금 간을 한 녹색 소스다. 이 소스에 양고기를 찍어 먹으면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잡내마저 싹 잡히는 것이 아주 신기했다.
그리고 부추는 양고기 못지않게 스태미나에 좋은...크흠크흠 아무튼 그렇다.
음료로 시킨 몽골식 밀크티도 정말 맛있었다.
이 밀크티는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독특하게 약하게 소금 간을 해서 낸다.
소금 간을 하기 때문에 고소함이 더 배가 되고, 느끼함은 반대로 줄어든다.
양고기를 먹으면서 음료로 마셔도 좋을 정도로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아마도 소금간이 돼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치즈 두부 맛탕(奶酪豆腐拔丝)이라는 디저트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양젖을 이용해 만든 모차렐라 치즈(치즈 두부)를 튀긴 뒤 맛탕처럼 조리한 음식인데 이름 그대로 단짠단짠하다.
단, 짠 정도가 과하지 않고 딱 알맞다. 이 식당의 장점 중 하나는 소금 간을 정말 절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으면서 물을 켜거나 음료를 많이 마시지 않게 된다.
사이드로 시켰던 양꼬치와 고기만두, 육전도 하나같이 맛이 좋았다.
양꼬치는 살코기가 일반 양꼬치보다 두툼해서 식감이 좋았다. 고기만두와 육전 역시 일반적인 것들보다 고기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몽골인들의 커다란 덩치의 근원이 육식 위주의 식단에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계를 호령하던 몽골족의 기상은 역시 육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육식으로만 따지면 먹챔스 멤버들도 몽골족 못지않은 것 같다.
실제로 종업원이 이날 주문할 때 우리가 손으로 뜯는 양고기와 양갈비 구이를 같이 시키려 하자 양이 너무 많다고 말렸다.
그러나 1차로 주문한 음식을 다 먹었을 때 우리 배는 겨우 반 정도 찼고, 추가 주문을 하는 우리를 보곤 종업원 총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야말로 몽골족도 인정한 먹챔스의 위대한 위장들이다.
아. 그리고 이 식당은 방을 예약하지 않고, 홀에 앉으면 저녁 공연도 볼 수 있다.
몽골 전통 음악과 춤을 주로 공연하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후미'(khoomei·흐미)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후미는 초원의 소리를 흉내 내 노래하는 독특한 방식의 몽골 전통 민요다.
후미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신기한 가창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후미는 초원과 말에 관해 노래하기 때문에 카우보이의 음악과도 비슷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후미는 몽골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라시아 초원을 따라 러시아 연방의 투바(Tuva), 칼미크(Kalmyk), 바슈키르(Bashkir), 하카스(Khakass), 중국 신장 자치구에도 불려지고 있다.
이 식당은 음식도 맛이 좋고, 공연도 뛰어나서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륙별미 #네이멍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