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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 별미> 신장(新疆)편
편집자주 :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마치 서울처럼 온갖 지방의 음식들이 모여있다. 서울과 조금 다른 부분이라면 베이징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 소통을 위한 대표처들이 나와 있으며, 이들 정부에서 손님 접대나 행사 주최를 위해 지방 예산을 투입해 만든 다샤(大厦·빌딩) 또는 식당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다샤들은 지역 홍보를 위해 산지에서 특산물 등 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요리하고, 주방장과 종업원 역시 그 지역 사람들을 고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역시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 먹는 전주 음식이 본연의 맛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비해 베이징 댜샤들의 음식은 상당히 현지에 근접한 맛을 낸다.
그래서 나와 먹사형, 그리고 숨은 맛고수들로 구성된 먹부림 챔피언스리그(먹챔스)는 앞으로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돌면서 <베이징에서 맛보는 대륙의 별미>(베맛대) 시리즈를 진행하기로 했다.
베맛대 1편 : 구이저우편
베맛대 2편 : 네이멍구편
베맛대 3편 : 광저우편
베맛대 4편 : 신장편
베맛대 5편 : 푸젠편
오늘 먹챔스 회원들이 방문한 곳은 바로 신장(新疆) 다샤다.
신장은 최근 중국 정부에서 학습소(라 부르고 수용소라 읽는)라는 비인권적인 현지인 교화 정책을 펴서 관심을 많이 받는 지역이다.
중국이 학습소 정책을 운용하는 이유는 신장 지역이 분열 독립 움직임이 커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려는 원심력이 강한 소수민족 자치구 중 하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서한 때 신장에 서역도호부(BC 60년)가 설치됐었던 적이 있고,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1949년 신장은 평화 해방을 이루고, 1955년 10월 1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가 설치됐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실크로드의 중간 길목이 바로 신장이다. 그래서 이곳을 실크로드의 배꼽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낙후했지만, 예전에는 동서양 교역의 중심 길목이었던 탓에 문화적 요소가 여전히 풍부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문화 하면 빠질 수 없는 음식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어쨌든 지금은 분리독립 세력의 왕성한 활동이 잠잠해지면서 중국 정부의 철권통치에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신장에는 아직도 둔전병제가 남아 있다.
말 그대로 중국 인민해방군들이 전시가 아닐 때는 농토를 일구다가 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전투태세를 갖춘다는 소리다.
바로 옆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는 인도와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신장 지역의 독립 움직임을 찍어 누르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행정 구획도 병단으로 나뉘어 있고, 행정 문서에도 'ㅇㅇ병단'이라고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역사야 어찌 됐든 신장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꼭 기억하자.
중국 양고기의 양대 산맥이 바로 네이멍구와 신장이다.
몽골이 순수한 양고기의 풍미를 살려 조리한다면, 신장은 쯔란과 라자오라는 조미료를 비롯해 각종 향신료를 이용해 양고기를 조리한다.
두 지역 모두 양고기 맛은 두말할 것도 없이 끝내준다.
신장 지역의 양고기 요리 중 특색 있는 것은 붉은 버드나무라는 뜻의 '홍류수'(红柳树) 가지에 양고기를 꽂아 굽는 홍류카오양러우(红柳烤肉)다.
이 붉은 버드나무는 가지가 붉은색으로 잎은 녹색인 관목종이다. 홍류 가지에 양고기를 꿰어서 구우면, 약간 소금기가 배고, 무슨 성분이 나와 풍미를 더 한다고 한다.
가지가 굵기 때문에 상당히 큰 덩이로 양고기를 떼서 꿰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양꼬치가 그냥 커피라면 홍류카오러우는 T.O.P다.
나는 개인적으로 몽골식이 더 좋긴 한데 일반인이 대중적으로 좋아하기에는 신장 음식이 좋다.
실제로 유학생들이 처음 현지식에 적응할 때 가장 입맛에 맞아 자주 찾는 곳도 신장 식당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신장의 음식은 서양 음식 특히 유럽 음식과 비슷한 것이 매우 많다.
먼저 신장 음식의 밥 역할을 하는 낭(馕)만 해도 피자랑 모습이 무척 닮았다.
낭은 화덕에서 밀 반죽을 구워 만든다. 화덕을 이용하는 조리 방법 역시 피자랑 매우 유사하다.
낭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들도 종류가 다양한데 간단하게는 낭 위에 고기를 얹는 것이 있고, 낭을 바닥에 깔고 양념이 된 음식을 부어서 내는 낭바오러우(馕包肉) 같은 음식도 있다.
또 신장은 면 요리가 무척 발달해 있다.
이것도 이탈리아 파스타랑 비슷하게 스파게티 같은 면이 있고, 수제비 같은 파르팔레 모양도 있고, 칼국수처럼 생긴 탈리아 텔레스러운 면도 있다. 심지어 마카로니 비슷한 딩딩면도 있다.
필라프랑 비슷한 것도 있는데 이것도 만드는 과정까지 정말 비슷하다.
신장식으로는 러우좌판(肉抓饭)이라고 부르는 요리다.
대략적인 조리 방법은 밥을 볶다가 양고기 육수를 부어서 마저 볶고, 그 위에 육수를 낸 삶은 양고기를 얹어서 낸다.
밥의 질감 자체는 필라프라기보다는 고깃국물을 넣어 지은 전주식 비빔밥 같다.
이런 걸 보면 중국이 뭐든 중국에서 생긴 거라고 우기는 게 약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진짜 비슷한 게 너무 많아.
후식으로는 수제 요거트를 먹었다.
신장에는 양이 있으니 당연히 양젖이 있고, 몽골처럼 특색 요거트도 있다.
요거트만 따지고 보면 신장 요거트가 몽골 요거트보다 훨씬 맛있다.
신장은 일조량이 많아 포도가 달기로 유명한데 수제 요거트에 건포도와 꿀을 끼얹어 주는 것도 순수하게 요거트만 먹는 몽골과 좀 다른 부분이다.
오늘 음식 맛을 굳이 평가하자면, 일단 한국으로 치면 음식의 기본이 되는 쌀밥 같은 낭이 역대 내가 가본 집 중에 가장 맛있었다.
면 요리는 다른 신장 식당들도 워낙 맛있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었고, 양고기를 잡내 없이 깔끔하게 조리해주는 것도 수준급이었다.
기본적인 간이 한국인 입맛에 맞기 때문에 거의 10개 이상의 요리를 4명이어서 30여 분 만에 다 먹었다.
이 식당까지 찾아가는 데 한 시간이 걸렸는데 먹는 데는 30분이 걸려 살짝 당혹스러웠다.
중국 음식이 입맛에 잘 안 맞는 초보 여행자라면, 유럽 음식 같기도 하고 그보다 조금 더 원초적인 맛이 나는 신장 식당에 꼭 들러보길 바란다.
아 그리고 신장이 이슬람교도 지역이긴 한데 특산 맥주(?)도 있으니 애주가분들은 라거 맥주인 우수(乌苏) 맥주와 흑맥주인 신장 맥주도 놓치지 마시길.
#베맛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