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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걱정하지마!

by 지은

아빠, 잘 지내고 계시죠?

이렇게 말을 꺼내는 순간,

마음속에 울컥 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저는 그날 이후로

마음 한구석이 멈춰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을 떠나보낸 이후,

제 일상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음은 자주 그 자리에 머무르곤 해요.


아직도 집 현관문이 열릴 것 같고,

“지은아~” 하고 부르실 것 같은

그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거든요.

TV 앞에 앉아 “아빠 과자 좀 사다줘라!” 하고

묻던 모습,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앉아서

작은 웃음 머금던 얼굴...

아직도 너무 또렷해서

마음이 멈추는 날이 많아요.


정말 이상하죠.

당신이 세상에 없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은

오히려 아주 일상적인 장면에서 찾아와요.

얼마 전엔 다이소에서 콧털 정리기를 보고

괜히 발걸음을 멈췄었었죠.

아빠가 입원하시기 전,

그거 하나 사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땐 ‘퇴원하시면 사드려야지’ 생각만 하고,

말은 못 드렸는데...

“알았어요” 그 한 마디라도 해드릴걸…

그 생각이 며칠이나 제 마음을 붙잡았어요.


아빠, 엄마는 잘 지내시려 애쓰고 계세요.

이제 오후에 알바도 다니시고

종종 아빠가 꿈에 나온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기도 하세요.

얼마전 열린 야시장에서는

아빠가 없으니까 같이 술 마셔줄 사람도

없다고 씁쓸해 하셨는데...

엄마도 저처럼 그런 순간들에서

아빠가 안 계신 현실을 실감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빠를 기억하려고 참 많은 글을 썼어요.

하나하나 아빠의 모습,

목소리, 말투까지 떠올리면서

글로 정리하고 또 정리했어요.

이제는 그 연재도 끝이 나요.

처음엔 아빠를 위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결국 제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었어요.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더 이상 당신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면

정말 잊혀질까봐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라도 계속 쓰고 싶었고,

글을 통해서라도 아빠를 제 곁에 두고 싶었어요.


요즘 같은 날씨엔 유난히 그리움이 짙어져요.

날이 좋을수록, 바람이 선선할수록

아빠가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허브 아일랜드에서 꽃구경도 하고,

좋아하시는 노래 틀어놓고 드라이브도 하고,

그런 하루를 꼭 만들어드렸어야 했는데...


무엇보다 제일 가슴에 남는 건,

엄마 아빠와 함께 유럽여행을 못 간 거예요.

적금이라도 깨서 다녀왔으면 어땠을까,

사진 속 환한 배경에

아빠 웃는 얼굴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그게 아직도 한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꼭 가려구요!

아빠한테 못 한 만큼 엄마한테 잘 할게요.


가끔 주변사람들이

이제 괜찮지 않냐고 묻기도 해요.

때론 그런 질문이

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하고

아빠가 생각나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싫지 않아요.

이렇게라도 아빠를 떠올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혼자 울고 웃고 하면서 지내는 게

어쩌면 제 방식의 사랑일 테니까요.


아빠,

오늘은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써요.

글을 마치며 드는 마음은 하나예요.


우린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없이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웃고, 울고, 또 버텨내는 중이에요.

당신이 그토록 아끼던 우리 가족,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잘 살아갈게요.


보고 싶어요.

정말 많이요.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으로 말해볼게요.


잘 가요, 김짱구씨.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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