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아빠가 살아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럴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아빠 외제차 태워드리기!
아빠는 평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죽기 전에 외제차
한 번은 타봐야 하지 않겠냐?"
하곤 하셨거든, 그럴때 마다 나는
우리 처지에 무슨 외제차냐며, 잔소리했어.
마음속으로는 돈 많이 벌면 사드려야지
생각했지만 그걸 표현하진 않았지...
말이라도 예쁘게 할 껄...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 크게 틀고,
함께 창문 열고 드라이브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순간을 상상하면 울컥해...
그렇게 좋아하는 외제차...
우리 때문에 못 탔을건데...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제일 먼저
외제차 태워드리고 싶다...
그리고 또...
아빠가 좋아하던 브랜드
옷 매달 사주기!
살아계실때는 생일은 되야
아빠한테 돈을 썼던 것 같아.
내 생활비가 빠듯해서였을 수도 있고,
‘무슨 날이 아니잖아’ 하고
넘겨버린 탓도 있었겠지.
그런데 아빠가 떠나고 나니까
가장 후회되는 게 그런 것들이더라.
마음 먹으면 충분히 사줄 수 있었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빠가 좋아하는 옷 한 벌쯤
사다드릴 수 있었는데 말이야.
꼭 생일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옷 입혀 드리고
아빠가 거울 앞에서 만족스러워하는 모습
한 번 더 보고 싶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가장 해드리고 싶었지만
못해서 후회가 남는 건...
엄마, 아빠와의 유럽여행이야.
늘 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다음에 벌면 가지 뭐"라며 미루고 미뤘어.
그때 그냥 적금이라도 깨서 함께 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하루가 이렇게 소중한 줄 모르고,
먼 훗날이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아.
오늘 이렇게 아빠가 생각났던 이유는...
날이 좋아서였여...
부처님 오시기 전 날이라 그런가
절에 사람도 많았고...
그래서 아빠 생각이 더 났었던 것 같아.
오늘같이 날 좋은날 아빠가 있었다면
허브 아일랜드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이야기 나누고 그랬을 건데
이제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모두 꿈처럼 느껴지네.
시간이 지났으니까 이제 울음도 그만해야지
하며 나름대로 꾹꾹 참아왔는데...
그런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더라고.
갑자기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집에와서는 정말 펑펑 울었어.
사람들은 이제
내가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무렇지 않게 아빠 얘기를 꺼내기도 하고,
시간이 좀 지났으니 괜찮냐고 묻기도 해.
내가 조금이라도 슬퍼 보이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하며
위로하기도 하고.
그런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더 아빠 생각이 나고, 또 눈물이 나.
그렇게 슬퍼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슬픔이 정말 시간이 지난다고
괜찮아지는게 아니라
단지 그 슬픔이
조금씩 익숙해질 뿐인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가끔 아빠 생각에 울고,
아빠의 기억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게 좋아.
아빠가 이걸 보면 슬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계속 아빠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어쩌면 참 다행인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살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잊히고,
그게 당연해지는 날도 올 거라고는 하지만
나는 아빠를 잊고 싶지가 않거든...
매일은 아니어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다시 아빠와 함께 숨 쉬고, 걷고, 웃고,
그렇게 또 살아가고 싶은 거 같아.
그러니까 이 마음이 계속된다고 해서
슬픔에만 머무는 건 아닐 거야.
보고 싶다는 이 감정은 내가 아빠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마음이 울컥해지고,
그럴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아빠를 한 번 꼭 안아주는 마음으로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아빠, 나 잘 지내고 있어.
가끔 울긴 해도, 먹고 자고, 웃기도 해.
그리고 아빠한테 해드리지 못한
그 모든 것들을 가슴속에서라도
꼭 안고 살아가고 있어.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오래 지나도
내 마음속 아빠는 여전히 선명해.
내 삶의 많은 장면 속에,
아빠는 늘 나와 함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
계속 아빠를 기억할게.
사랑해요, 아빠. 정말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