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입원하기 전에
정말 맛있게 드셨던 꽈배기가 있었어.
그걸 먹으면서 "야, 이거 무척 맛있다"를
연신 말하며 꼭 나한테도
하나씩 권하시던 모습이 선명해.
병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내 일 끝나는 시간 맞춰서
꽈배기 좀 사오라고 부탁할 정도였지.
꼭 "돈 줄게!"라고 하시던 그 말.
그 만 원이 나한테 부담될까봐
걱정하셨던 거겠지.
그 마음이 오늘따라 너무 그립다.
입원하고 나서는,
그렇게 좋아하던 먹을 것도 하나 못 드시고,
"원 없이 물 한 번 먹고싶다." 했다는 걸..
엄마가 얘기해줬었을 때, 마음이 아파서
“아빠 퇴원하면 꽈배기 꼭 사드려야지.”
했는데...
결국 내가 사드리고 싶었던 그 꽈배기는
아빠의 제사상 위에 올랐어.
지금도 그 꽈배기 가게 앞을 지나면
마음이 울컥해...
아빠가 돌아가시기 3일 전쯤이었을 거야.
난생처음 아빠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어.
피 뽑는 주머니를 찬 채
운동 중인 아빠 사진.
말 없이 그 사진 한 장만 보내셨지.
집에 빨리 오고 싶어서
빨리 퇴원하고 싶어서
의사 선생님이 운동 많이 해야
퇴원한다는 말에 평소 걷는것도
싫어하던 아빠가 그렇게 운동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아빠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답장을 보냈어
"아빠, 그래도 잘 걸어다니시네요.
다행이에요."
그게 우리가 나눈 마지막 메시지였어.
장례식 내내, 그 메시지는 내 눈물 버튼이었고,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봐...
아직 아빠한테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제발 꿈에라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을때쯤, 49제 기간이었을거야.
그때 아빠가 꿈에 처음 나왔어.
행복이랑 침대에 누워 TV 보시던 모습.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주저앉았지.
"아빠, 나 꿈에서
아빠 죽는 꿈 꿨는데,
진짜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엉엉 울면서 말했더니,
아빠는 평소처럼 걸걸하게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하고 툭 내뱉으셨어,
꿈에서 깨고나니 사실은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게 진짜 현실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지고
꿈에서라도 아빠한테 못 한 이야기
했었어야 했는데...
눈물만 흘렸던 것 같아.
아빠가 한 번은 다시 오겠지... 오겠지...
49제가 지나고 나서도
다른 가족들 꿈엔 잘만 나오면서,
내 꿈엔 나오지 않으셔서 괜히 서운했어.
그러다 어느 날, 드디어 다시 아빠가 나왔어.
평소 입던 잠옷 바지 차림에,
술 한잔 걸치시고 거실 한가운데 서 계셨어.
나는 식탁에 앉아 마늘을 까고 있었는데,
이번엔 알겠더라. "아, 이건 꿈이구나."
그 순간,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였어.
나는 거실로 걸어가 아빠를 안아줬어.
그리고 말했어.
"아빠, 사랑해요."
그러자 아빠는 식탁으로 와서
앉으시더니 담배를 피우시더라.
나는 그 옆에 앉아
아빠 팔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아빠,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걱정하지 말고 잘 가요."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
하고 식탁에 엎드려 주무셨어.
나는 혹시 담배가 위험할까봐
"아빠, 담배!" 하며 빼려는 순간
꿈에서 깼어.
내 손엔 여전히 남아있는
아빠 팔의 촉감…펑펑 울었어
꿈에서라도 그 말을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빠가 정말 잘 떠나신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거든.
오늘 날짜를 보니까,
아빠를 보낸 지 119일째더라.
아직도 아빠가 없다는 게 실감이 안 나.
그냥 잠시 여행 간 것처럼 느껴져.
그러다 문득 아빠 생각이 나면
가슴이 미어지면서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은 마음이
괜찮아졌어...
아빠가 술만 먹으면 찾아갔던 할머니...
그리고 아플 때 그 우황청심원하나
못사다줬다고 미안해했던 증조할머니...
오늘 내가 대신 우황청심원 사다드리고
아빠 옆에 모셨어...
아빠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아빠 겁많고 외로움 많이 타는데
절에 혼자 있는 거, 신경 쓰였는데
나도 이제 조금은 한시름 놨다.
약속하나 할게.
내년엔 아빠 동생, 경범이 삼춘도
꼭 아빠 옆으로 모실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렇게 아빠위해 뭔가를 할 때마다...
살아계실 때, 잘할 껄...
계속 후회되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라도 아빠 챙기면서
이겨낼게!
아빠, 나 키워줘서 고마워.
그리고 정말 정말 보고 싶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