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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가장 좋아했던 화면 속 그 사람...

마동석...

by 지은

우리 아빠는...

평소에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어.

자식들한테 “사랑한다”,"고생했다"

이런 말은 상상도 못 했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도 거의 없었지.

정말 무뚝뚝한 아빠였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 볼 때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걸 좋아하셨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온 가족이 극장에도 종종갔고,

집에서 결제한 영화를

거실에 다같이 모여 보기도 했지.


내가 안보겠다고하면

굳이 방에 있는 나까지

불러서 꼭 앉혀놓고 보셨어.


그 무뚝뚝한 아빠가

“지은아, 재미있는 영화 없냐?”

“요즘 개봉한 영화 뭐 있냐?”

이런 걸 종종 물어보셔서

내가 예매해주면

가기 싫다는 엄마를 졸라서

꼭 보러 가시곤 했지.


다녀오면 그 심플한 영화평도

빼놓지 않으셨어!


"재미 드럽게 없더라!"

"볼만했어!"

"무척 재밌더라!"


그런데 이 냉정한 평가 속에서도

아빠의 극찬을 항상 받아가시던

배우님이 있었는데...

바로 마동석 배우님!

아빠에게는 믿고보는 배우였지!


묵직한 액션, 유쾌한 말투,

툭툭 던지는 유머들.

그 모든 게 아빠의 취향이었어.


지금도 생생해.

마동석 배우님 영화만 보면

나오는 아빠의 가장 솔직한 모습!

정말 즐거울 때만 나오는 그 웃음소리.

나는 아빠의 그런 모습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곤 했었는데...


2024년 말, 아빠가 세상을 떠난 그 해에

배우님이 여러 작품에서 열일했는데도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하나도 못 받은 걸

진심으로 속상해하셨어...


“지은아, 마동석이는 왜 상을 하나도 못 받았냐?

아니, 대상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웃으면서,

“아빠가 상 하나 만들어서 드려~” 했더니

아빠는 정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해.

그때 아빠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느껴졌거든...


올해 마동석 배우님이 출연한

새로운 영화 개봉했더라!


제일 먼저 아빠가 생각났어.


“아빠 이 영화 진짜 좋아하셨을 텐데…”

“아마 영화관 가자고 난리셨겠지.”

“돈은 아빠가 줄 테니,

나보고 예매하라고 했을 거야.”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어.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영화보고 또 즐겁게 웃었겠지?


넷플릭스 고화질 결제한 게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본전 제대로 뽑던 아빠.


일 없는 날엔 하루 종일 영화만 보시고,

[대열차강도] 같은 고전 영화도

집중해서 보던 아빠...


정말 많이 보고 싶다.


2025년엔

마동석 배우님이 꼭 상 받았으면 좋겠어.

아빠가 정말 좋아하실 것 같거든


어디선가 그 큼직한 웃음소리 내면서

기뻐하고 계시겠지?


예전에 아빠가 영화 너무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 가준다고 진솔이랑 대신 갔잖아.

그런데 갑자기 약속 생겼다고

진솔이 버리고가서...

진솔이가 아빠랑 먹으려고 산

맥주랑 오징어 땅콩, 팝콘 혼자 먹은

얘기하면서 한참 웃었어...


요즘도 영화 잘 보고 계세요, 아빠?

보고 싶은 영화 마음껏 보고 계세요?


그 웃음, 그 순간들,

다시 볼 수는 없지만

내 기억속에는 영원히 남아있어!


아직도 아빠가 없다는 게 실감 안 나고

멀리 여행 간 것 같아 잊고 지내다가도

이럴 때 문득 실감이나...


아빠에 대해 많이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좋아하던 걸 하나씩 떠올리다보니

생각보다 내가 참 많이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아빠를 잃고 나서야

아빠를 알아가고 있다는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드네...


아빠,

마동석 배우님 영화 개봉하면

이제는 내가 예매하고

티켓 파워 써볼게.

아빠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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