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아빠에게 잘해드린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못해드린 것들만
끝없이 기억나고...
아빠가 나한테 못해준 건
생각조차 안 나고,
잘해줬던 기억만
마음에 남아 있는 거였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날이었지...
어느 날,
“딸, 아빠랑 통닭에 맥주나 한잔할래?” 하고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미리 짜증부터 냈어.
“무슨 얘길 하려고 그러지, 또 잔소리하려나…”
하는 마음에 전화에서도 퉁명스럽게
짜증을 부렸는데,
아빠는 그런 내 기분을 달래며
“그냥 나와서 같이 먹자” 하고 부드럽게 말해줬지.
결국 나갔지만, 짜증스런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도 계속 짜증을 냈어.
결국 아빠는 화를 내며
먹지도 않고 집으로 가버렸지.
뒤늦게 미안해져서
“아빠, 같이 먹자. 내가 미안해.” 했지만,
이미 상처받은 아빠는 돌아보지 않더라.
그 이후에도…
그날이 몇 번이나 생각나서
아빠를 볼 때마다 미안했는데,
지금은 그게 후회로 남았어.
만회하고 싶어도 아빠가 없어서 할 수가 없지.
술 드시고 전화하셨을 때,
좀 더 다정하게 받아드릴 걸…
“지은아, 라면 좀 끓여줘라!” 했을 때,
짜증 내지 말고 끓여드릴 걸…
술 취해서 집에 들어오셨을 때,
귀찮다고 투덜대지 말고
좀 더 웃으며 받아줄 걸…
왜 그땐 그렇게 못해드렸을까.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려와...
얼마 전 우연히 5년 전, 아빠 영상을 찾았어.
아빠의 얼굴과 목소리가 선명하게 담긴 영상이었지.
영상 속 아빠는 내 기억과 달리
살도 찌고 밝고 건강한 모습이더라.
그런데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아빠는
다리도 얇고 팔도 얇고, 얼굴도 헬쓱하고
힘도 없는 모습이었는데, 영상과 너무 달라서
가슴이 더 아팠어.
아빠가 언제부터 아프셨던 건지,
내가 봐왔던 아빠의 모습들이
전조증상인데...
내가 못 알아챈 건 아닐까?
생각하니까, 더 후회스럽고,
더 한스럽고 그렇네…
아빠가 거기서도 나를 생각할지 모르겠어.
내가 하도 짜증만 내고 잘해드리지 못해서,
오히려 내 얼굴 안 봐서 좋다고 생각할까 봐…
그런데 아빠,
아빠가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아.
아빠만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면,
나는 그걸로 괜찮아.
49재 때 부처님께 간절히 빌었어.
교회며 절이고 어디든 가지 않던 내가,
종교도 없던 내가…
“부처님, 우리 아빠가 혹시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좋은 곳 보내주세요.
제가 살아서 대신 좋은 일 많이 하고 갈게요.
혹시 제가 살아생전에 다 갚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다 받을 테니
우리 아빠는 꼭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
하고 간절히 빌었어.
아빠, 미안해.
그때 치킨집에서 짜증 내서 미안해…
못해줘서 정말 미안해…
이 미안한 마음, 나만의 방법으로
천천히 다 갚아나갈게.
사랑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