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난 날, 그리고 그 후
아빠가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을 때,
“착한 암”이라는 말에
우리 가족 모두 안심하고 있었어.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회복 중이었으니까.
그날 아침, 엄마랑 통화하는데
옆에서 아빠 목소리도 들었어.
정말 평범한 하루였는데…
몇 시간 뒤,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
“언니!!! 아빠 심정지가 왔고, 지금 심폐소생 중이래!!!”
순간 머리가 하얘졌지만,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
“괜찮겠지. 숨 돌아오겠지.” 그런 생각만 했어.
병원으로 달려가는 내내
울부짖는 동생들과 달리
나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어.
당연히 아빠가 다시 깨어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빠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어
마지막 순간
의사 선생님이 와서 아빠를 보라고 했어.
기계가 아빠의 가슴을 계속 누르고 있었고,
이마에는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어.
그제야, 이게 현실이라는 게 실감 나더라...
“우리 아빠, 정말 갔구나…”
눈물이 터졌어.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 속에서
나는 아빠를 붙잡고 울고 있었어.
“아빠 정말 간 거 맞아요?
다시 숨 쉬는 거 아닐까요?”
“그냥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깨어날 수도 있잖아요.”
도무지 믿을 수 없었어.
이제 산소호흡기를 떼야한다는 말에,
“가족이 원하면 계속하고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살아나는 건 아니다.”
라는 의사 말에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빠한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
아빠 발을 조심스럽게 만졌고
얼굴도 만져보고, 뽀뽀도 해줬어.
살아 계실 때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못 하는 거니까...
아빠를 보내는 과정
아빠를 장례식장으로 모시기 위해
병원비를 결제하고, 사망진단서도 발급받고,
아빠를 옮길 기사님과 통화도 해야 했고,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데,
죽은 아빠를 위해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어.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는
수의를 고르고, 음식 주문하고, 유골함 정하고,
납골당 자리도 확인해야 했어.
이 모든 게 반나절 만에 이루어진 일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느 정도 정리하고 챙길 물건이 있어
집으로 향했는데...
현관에 놓인 아빠가 좋아하는 신발을 보고
다시 한번 실감 나더라…
"아빠가 좋아하는 신발은 있는데..."
"아빠는 없구나..."
“이건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 지독한 꿈에서 하루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아빠의 마지막 순간, 그리고 내 손길
염 하는 날...
응급실에서 본 이후 처음으로
아빠를 다시 마주하는 순간...
그냥 눈만 감고 계시는 것 같았어,
차가운 것 빼고는 그대로인 모습이라...
나는 항상 부적처럼 차고 다니던
빨간 염주를 아빠 손목에 끼워드렸지.
이제는 내가 아닌,
아빠가 가지고 계셔야 할 것 같았어…
이 염주가 아빠 좋은 곳 갈 수 있게 도와줄 거라는
막연함…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빠의 이마를 만졌어,
누군가 그랬거든.
“생각이 많을 때는 이마를 만지면 차분해진다.”
왠지, 아빠의 이마를 꼭 만져주고 싶더라고
그 촉감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어.
차가운 그 온기와
아빠의 촉감이...
49재, 그리고 그 후
장례 중에…
아빠 49재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가까운 절에 모시기로 하고,
장례를 마치자마자 바로 절로 향했어.
지금 생각해도
49재는 정말 잘 한 선택 같아.
49일 동안, 아빠 사진이 절에 있으니까
마치 아빠를 보러 간다는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서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빠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챙겨서 찾아갔어.
어떤 날은 울고, 어떤 날은 웃고,
스님들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어.
나름 정말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마지막 49재 날, 어른들이 그러시더라.
“영정사진이 활활 타오르면,
좋은 곳으로 가신 거라고.”
나는 우느라 보지 못했는데,
동생이 나중에 이야기해 주더라고...
사진이 하늘로 훨훨 날아가듯이 타버렸다고...
그 후, 남겨진 나
절에 매주 가고 있어.
아빠 영구위패를 절에 모셨으니
그것도 아빠가 있는 거라 생각하고
찾아가서 울기도 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아빠를 향한 그리운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리움을 조금 더…
차분하게 안고 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