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보물단지 1호
우리 아빠한테는
특별한 보물단지가 있어.
바로 이지아.
막내 동생(진솔이)의 딸이자, 아빠의 첫 손녀야.
아빠는 늘 지아를 보물단지 1호라고 불렀어.
어느 날은 햄버거를 세 개 사들고 오시더니
이렇게 말하시더라.
“이거는 우리 집 보물단지 1, 2, 3호 거야!”
1호는 지아, 2호는 진솔이, 3호는 옥희 이모였지.
나와 엄마는 번호 밖이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오히려 귀엽고 웃음이 났지.
지아가 집에 올 때면 아빠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보물단지 1호 왔어?”
하고 반겼어.
술을 드시고 들어오신 날도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5만원짜리를 꺼내서 손녀 손에 꼭 쥐여주곤 했지.
무엇을 먹어도, 좋은 걸 보면 항상 지아 생각부터 했어.
아빠는 입버릇처럼 말했어.
“나는 우리 지아
대신 죽을 수도 있어.”
지아를 향한 아빠의 마음은
항상 그랬어. 진심이었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도
아빠는 아끼던 목걸이를 지아에게 주고
지갑 속 돈의 절반을 지아 손에 쥐여줬어.
그렇게 사랑을 듬뿍 주고는,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어.
장례식장에서 지아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얼마 전, 지아가 잠들기 전에
할아버지가 그립다며 눈물을 흘렸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하늘나라에 있다는 걸 알지만...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은 게 아닐까?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
어린 아이도 다 느끼고 있었구나…
지아는 핸드폰에 담긴 할아버지 사진을
절대 지우지 않겠다고 말했어.
그게 자기에게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말이야.
지아는 할아버지를 얼마나 기억할까?
나중에 커서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다 기억해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아빠가 더 보고 싶어지더라...
자식들 다 키우고 손주들 커가는 모습 보면서
즐거운 인생을 보낼 일만 남았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떠난 게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려왔어.
그래서 마음먹었어.
앞으로 지아가 갖고 싶은 건
할아버지 이름으로 사줘야겠다고
“이건 내가 해주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해주는 거라고.”
요즘 부쩍 예쁘고 귀여운
도담이...
500일이 지난 둘째 동생의 아들!
이 모습을 아빠가 보지 못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아빠가 좋은 곳에서
다 보고 계실 거라고 믿어.
아빠...
입버릇처럼 말했지...
"지아 결혼할때까지는
살아야하는데..."
아빠 약속 못지켰다고
지아한테 너무 미안해하지마...
내가 아빠가 못해주고 간 거
다 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