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난히,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물지 않는 감정이 있다는 걸 실감하며 살아.
누군가는 말했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그리움'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옅어지지 않더라.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더 아릿해져.
만약 지금.
"아버지를 잃은 이후
가장 자주 떠오르는 건 뭐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거야.
'가장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가장 크게 생각난다'
퇴근 후, 혼자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 때. TV 속 어느 광고에서,
아빠가 좋아하던 브랜드 로고가 보일 때.
다이소 진열대에 놓인 콧털깎이 하나를 보고,
눈물을 참느라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어느 날처럼...
그리움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스며들어
별안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어쩌면 다 지나간 줄 알았던
감정을 다시 꺼내어 묻게 만들어.
아빠는 평소에 말이 많지 않았어.
“사랑한다”는 말도,
“고생했다”는 말도 아끼셨지.
늘 무뚝뚝하고, 조용하고,
걱정은 말없이 표현하는 사람이었어.
그래서일까. 그 침묵이, 지금은 더 크게 들려.
그 무심한 듯했던 눈빛이,
이젠 너무 따뜻하게 기억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많은 순간들이
아쉽고 후회돼. 무심했던 나의 기준들 때문에
그 별일 아닌 것들이 전부 후회로 남아.
그리움이란,
'사라진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라기보단,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떠올리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일까.
매번 아빠 생각을 하면,
아빠가 나에게 해주셨던 말보다
내가 아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먼저 떠올라.
그게 자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도 덜해질 거라 했지만,
난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
아빠가 좋아했던 음식, 영화, 음악...
모든 게 기억의 퍼즐 조각처럼 남아서
나를 부르고...
멈춰 있던 감정을 다시 움직이게 해.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땐 더 그래.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분명 엄마와 함께 꽃구경 가자고 했을 거야.
아파드 장서는 날에는 동동주 한잔하자고 했겠지.
그런 장면들이 너무 또렷하게 떠오르니까,
내가 없는 그 자리에
아빠가 있음직한 풍경이 그려지니까…
그게 너무 아프면서도 따뜻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들이
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리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같아.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슬픔에 익숙해지는 거겠지.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
그리움은 늘 거기 있어.
잠깐 눈을 돌리면 안 보일 뿐이지.
내가 가만히 숨을 고르면,
그때 다시 내 곁으로 와.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로,
나는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기회가 있을 때 고맙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누군가에게는 꼭 전해주고 싶었거든.
아빠가 지금 어디에 계신지는 몰라.
하늘일까? 바람일까? 아니면
내가 꾸는 꿈 어딘가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아직도 내 마음 한편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립다는 마음조차 소중하게 느껴.
아빠가 나에게 남긴 사랑이,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내 안에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아빠, 오늘도 참 많이 보고 싶어.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감정 덕분에 나는 여전히 따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