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예순 다섯 스푼
최근 바람의 나라 클래식이 24년 11월 9일에 출시되었다.
바람의 나라는 사실 아주 오래된 게임이다.
96년도에 나온 게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 되고 있는 MMOPRG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바람의 나라과 인연이 깊은데 초등학생 시절 미쳐 있었던 게임이다.
(어머니한테 게임하다가 등짝 스매시도 많이 맞았었다..;)
최근에 옛 감성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바람의 나라 클래식이 다시 출시되어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접하고 있다.
갑자기 바람의 나라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람의 나라에서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내가 바람의 나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고통과 지루함'이다.
일명 막일 라고 한다. 모든 RPG게임도 그렇겠지만 이 막일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맨 처음 시작을 하면 다람쥐와 토끼를 잡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지
5 레벨을 만들 수 있고, 그다음에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직업을 가져서 기술을 배우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많이 주는 상위 던전으로 갈 수 있다.
상위 던전을 들어갈 때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나 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있기에 한 두 마리 잡다가 죽는 것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레벨을 올리고, 좀 더 상위 던전을 가고, 돈을 모으고 좋은 아이템을 사고.....
결국 이 과정이 RPG 게임의 핵심 모드이다.
여기 과정 중에서 게임을 접는 사람들이 나온다.
다음 상위 사냥터로 가기에는 내 캐릭터가 약하니 자꾸 죽어서 고통을 받고
지금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게임해야 한다.
여기서 지루한 과정을 견뎌내는 사람은 어떻게든 빠르게 성장하고, 그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면 정체된다.
게임에서 사냥하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퀘스트와 이벤트들을 준비해놓았는데,
알맹이 없는 것들을 이리저리 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여기서 다시 사냥에 집중하면 성장해 나가고, 변두리의 것들을 하다 보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게임을 접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에서 고통과 지루함은 기본 값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열정으로 시작을 하다가, 한계와 벽에 부딪히는 순간에 고통은 찾아온다.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힘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더 성장하기에는 고통을 겪고, 지금 현실은 매우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 감정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자극적인 것들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순간일 뿐이다.
그곳에는 해답이 없다.
지루함과 고통을 직접 마주하고 해 나가야지 성장이 있다.
+) 열정이 식을 때 하는 방법은 주언규 님의 유튜브에 잘 나와 있어서 첨부한다.
https://youtube.com/shorts/KlByKOdY-0A?si=h0fBOvVP8wNwhNaX
역설적으로 지루함과 고통이 있기에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루함을 이겨냈을 때 보람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 단계에 도전을 한다.
수 천, 수 만 마리의 몬스터를 잡는 지루함, 죽을 뻔 한 경험들
이 경험들이 모두 값지기에 내 캐릭터를 소중하게 만들고 더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만약 지루함의 시간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다 가질 수 있다면?
게임이 쉽게 재미없어진다. 극도의 권태가 찾아온다.
이건 내가 실제로 접해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다. 극도의 권태 때문에 바람의 나라를 접었다.
다시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보자면
바람의 나라에서 레벨을 올려서 멋진 기술들도 쓰고 싶고, 좋은 아이템도 가지고 싶은데 할 수가 없으니 머리를 굴려보다가
'프리 바람의 나라'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공식적인 게임은 아니고, 일반인들이 바람의 나라를 편집해서 만들어 마치 치트키를 쓴 것처럼
아주 좋은 아이템도 쉽게 가질 수 있고, 잠깐의 사냥만 하면 최고 레벨이 되어 모든 기술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장 좋은 아이템을 끼고, 모든 기술들을 쉽게 하게 되자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져 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았다는 느낌에 게임을 지속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나는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재벌 2세의 삶과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들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삶인 것이다.
돈이 너무나 풍족하게 많으니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노력할 이유를 모른다.
그러니 쉽게 마약에 노출이 되는 것이다.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4086
일상의 자극에 대해서는 모두 무감각하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도 나오는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마지막에 부자 할아버지 오일남의 대사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한다.
"도대체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인생이 고통과 권태 사이에 있다고 했다.
바람의 나라 게임을 하면서 이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저렙일 때는 몬스터들에 치이고 돈이 없어서 좋은 아이템을 못 사느라 괴로웠고
막상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자, 더 이상 아무 재미도 느끼지 못해 게임을 지속할 수 없었다.
고통과 권태사이에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우리.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다시 쇼펜하우어의 말을 들어보자.
쇼펜하우어가 정의한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라는 것은 주관적이지만, 나이가 들어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은 영위할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 모은 돈을 Yolo Yolo 외치며 쾌락을 추구하기보다 저축하고 재테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돈뿐만 아니라 나의 여가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미리 파악해 두고
일이 아닌 다른 여가 생활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둬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평생 마음 챙김과 명상을 하고, 글을 쓰며 보낼 것이다.
그리고 명상 수련원을 만들어 사람들을 지도하고, 아픈 환자들을 치유할 것이다.
이 길에 확신을 가지고 있고, 먼저 내 앞에 계신 분들도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한국명상학회 전대 회장이셨던 조이옥경 교수님이 몇 년 전 학술대회에서 하셨던 말을 각색해서 옮겨본다.
너무 기억에 남는 말이라 필기했던 것을 옮겨 적느라 뜻이 약간 바뀌었을 수도 있다.
"저는 요새 너무 행복합니다. 교수에서 은퇴했고, 자녀들은 결혼해서 손주도 보고, 아 물론 손주가 내 자녀를 너무 힘들게 할 때면 손주가 미울 때도 있다. 아마도 나도 내 새끼가 더 좋은가 보네요. 아무튼 은퇴하고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하루종일 내 마음이 어떤지 관찰해 보고 마음 챙김하고 명상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평온하고 즐겁네요 남들은 치매 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는데, 뭐 치매 오면 어때요 하하하 아무튼 여러분들도 나중에 은퇴하시고 나면 마음 챙김에 더 온전히 집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의 삶은 고통과 권태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