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백 쉰여섯 스푼
먼저 글에 앞서서 간단한 질문 몇 개를 던져보겠다.
지금 당장 10만 원을 받는 것 vs 일주일 뒤 11만 원을 받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10만 원을 당장 받을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질문을 한 번 바꿔보겠다.
52주 뒤에 10만 원을 받는 것 vs 53주 뒤에 11만 원을 받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53주 뒤에 11만 원을 받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동일한 기간을 기다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전자에서는 지금 당장 받으려고 하고 뒤에서는 대부분 한 주 기다리려고 할까?
그 이유는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를 할인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현재와 가까운 보상은 먼 미래의 보상보다 항상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만족을 뒤로 미루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의 가치는 1주, 2주 3주 한 달이 지나갈수록 점차 떨어지다가 먼 미래가 되게 되면 거의 평탄하게 인식이 된다. 52주나 53주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과 일주일 후의 가치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52주와 53주의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동일한 시간을 더 기다린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여기서 어떤 뇌의 작용이 있을까? 신경과학자 샘 매클루어와 조너선 코언은 재밌는 실험을 했다. 뇌 스캐너에 사람들에게 눕힌 상태에서 '지금 보상을 받을까 아니면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을까?'라는 경제 문제를 제시했다.
여기서 즉각적인 보상과 가까운 미래의 보상을 받을 때는 감정적인 부위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반면에 미래에 더 높은 보상을 받는 활동은 고등 인지 기능과 신중한 사고를 담당하는 피질 측면들이 활성화되었다. 이 부위들이 활성화될수록 피험자들은 기꺼이 만족을 뒤로 미루었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데이비드 이글먼 165-166p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면, 현재 보다 미래를 생각해서 만족을 지연시킬 줄 알아야 한다.
투자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고
살 빼기 위해선 하기 힘든 운동을 하고 치킨을 참아야 하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선 폰을 내려놓고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감정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뇌 영역을 잠재우고 이성적인 영역은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김주환 교수님이 이야기하시는 편안전활(편도체 안정화 전전두피질 활성화)이다.
편안전활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명상이다.
호흡명상을 통해 현재의 이 순간에 주의력을 모을 때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감정적이지 않게 될 수 있다.
재미있는 모순은 생각이 과거로 가서 후회하거나 미래로 가서 불안할 때, 감정적인 뇌가 활성화되어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생각을 잠재우고 나의 마음이 현재 상태에 현존할 때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늘 일상에서 우리 2개의 자아가 전쟁 중이다.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감정적인 자아와 미래를 위하는 이성적 자아다
치킨을 먹을까? 운동을 할까?
폰을 볼까? 책을 볼까?
모두들 운동을 하고 책을 보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오늘 스트레스받고 힘들고 짜증 나니 폰으로 재미있는 것을 보며 치킨을 먹고 싶은 것이다. 즉각적인 만족을 위해서다.
명상을 한다고 해서 한 순간에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두 자아의 전투에서 100번 중 10번 이기고 90번을 졌다면
명상을 통해 승리 횟수가 15번 20번 천천히 이겨나갔으면 한다.
그렇게 우리는 죽기 전까지 매일 자아와의 대립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행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후회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책하지 말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우리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