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백 쉰 다섯 스푼
손절매의 정의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손절매(損切賣)란 '손해(損)를 잘라(切) 버리는 매도(賣渡)'를 가리킨다. 영어로는 'loss cut(로스 컷)이라고 한다.
출처 : 나무 위키
손절매는 주식, 투자에서 나오는 용어다. 예를 들어 어떤 A라는 주식을 10,000원에 산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산 이유는 이 주식이 오를 거라 생각해서 산 것일 테다. 그런데 세상만사 100%가 어디 있겠는가? 5000원이 될 수도 100원 있다. 그렇기에 나는 주식이 8,000원 즉2,00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면 그때는 매도를 하겠다고 하는 게 손절매다.
이론은 쉬워 보인다. 실제로는 쉽지가 않다. 2000원 손해 보고 손절 쳤는데 얼마 후에 갑자기 20,000가 되어있다. 이런 것을 반복하다 보면 손절을 안 하려고 할 수 있다. 나락 가는 길이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2500원 손실 : 500원이야 뭐 조금 더 보지 뭐
3000원 손실 : 1000원까지는 조금 더 볼 수 있지
4500원 손실 : 아 올라가야 해 제발 좀 가자 가즈아!!
4000원 손실 : 그래 올라가네 이제는 가야지..
갑자기 훅떨어진다.
8000원 손실 : 다 까먹을 수는 없다... 2000원이라도 건지자....매도...
결국 2000원의 손해를 보면 끝났을 것을 8000원의 손해를 보고 마무리한다.
내가 고민하고 마음을 졸였던 시간, 기회비용들은 매몰비용이 되어 손절을 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나는 실제로도 몇 년 전 트레이딩을 했었다. 많이 벌지는 못하고 거의 원금 수준에서 머물렀다. 트레이딩 시장은 냉혹하고 완전한 제로섬 게임인데, 여기서 빈털터리가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다. 유명 트레이더도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날릴 수 있는 곳이 선물 시장이다. 이런 곳에서 그래도 죽지 않은 이유는 손절을 잘해서 가능했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도 손절라인을 잘 지켰다. (100%, 200% 올라가는 성공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ㅎㅎ)
무언가를 할 때 결과가 어떤 수준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미련 없이 접었었다.
사례 1) 공중보건의 때 갑자기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1년간 소설만 썼다. 그러다가 내가 있던 도시의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상도 받고 재미도 있으니 기세를 몰아 정말 1년간 글만 썼다. 목표는 1년을 딱 잡고 상이든 뭐든 1000만 원의 부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지속해보려고 했었다. 밥만 먹고 글만 썼고, 여러 군데의 신춘문예, 공모전에 투고했다.
혹시나 제 소설이 궁금하시다면 ㅎㅎ...
https://www.imaeil.com/page/view/2020022519254901692
결과적으로 잘 안되었다. 다 떨어졌다. 1년 지나고 딱 접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고뇌했던 시간들, 생각했던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순가들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들이다. 이따금씩 컴퓨터 안의 내 소설집들을 살펴본다. 내 자식새끼들이다. 그래도 나중에 50~60대 은퇴하고 나서 시간이 많으면 또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사례 2) 소설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니 뭐해볼까 하다 트레이딩에 관심이 생겨 역시 트레이딩을 열심히 공부했다. 차트를 하루 종일보고 차트로 부자가 된 사람을 찾아가서 그 집에서 먹고 자며 기술을 배웠다. 목표는 내 원금의 2배를 만들고 출금을 할 수 있으면 계속해보자!라고 했는데 결국 도달하지 못했다. 2년 정도하고 마무리했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을 깨달았다. 후회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에게 다양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내가 최근에 결혼했으니, 자기가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생각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꿈을 찾아서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혹은 공무원 시험, 미국 의사 시험, 편입 등에 대한 생각 등이다.
근데 내가 답을 어떻게 알겠나.
나는 고민하고 있는 사람의 결혼 상대를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업의 분야를 그 사람이 더 잘 알겠지 내가 더 잘 알겠나.
공무원 시험, 미국 의사 시험 이런 거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고민하는 기간에도 손절선이 중요하다.
- 사람들은 고민을 얕게 오랫동안 한다. 깊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다. 고민하는 시간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적당히 고민하다 머리 아프니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지지부진하게 고민하는 시간만 길어지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한 달이면 한 달, 일주일이면 일주일 그 문제만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할까 말까 하는 것도 당신의 정신에 굉장한 피로도를 주는 것이다. 고민하는 시간에 대해서 손절선을 정해야 당신의 뇌가 더욱 깊게 고민한다.
2. 시험이든 사업이든 뭐든 시작하기 전에 손절라인이 중요하다.
- 예를 들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현실에 맞춰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 안에 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포기해야 한다. 손절라인을 자꾸 변경하려고도 하는데, 그러면 의미가 없어진다. 손절라인은 본디 울면서 내 팔을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결혼 상대를 고민하는 것도, 지지부진하게 되면 서로의 소중한 황금같은 시간을 날려버리게 된다. 결혼할 상대가 아니라면 상대를 위해 놓아줘야 한다. 결혼을 안 할건데 서로 보냈던 시간이 소중하고... 어쩌고 저쩌고.. 당신의 아쉬운 감정 때문에 그 사람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심정으로 소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다.
3. 결정을 내렸다면 후회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선택한 답을 최선이 되게 해야 한다.
- 고민이 되는 경우는 사실 5.5:4.5 /6:4의 문제다. 100억 받기 VS 1000만 원 잃기 이런 문제는 고민이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고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어떤 경우를 선택하던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양 선택지 사이에서 내가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렇기에 손절라인을 정하고 선택을 했다면 후회를 그만두고 선택한 것을 내 인생의 정답이 되도력 만들어야 한다.
4. 손절선이 닿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 사실 이건 내가 잘 못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 -2,000원에 손절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1,900원이 되면 쫄려서 미리 손절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1,980원까지 가고 -2000원은 건드리지 않고 다시 올라가서 +20,000원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보았다. 내가 손절한 기간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3년간 공부했다고 하면 3년간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그 전에 2년간 공부하고 포기하면 나중에 또 아쉬운 마음이 든다.
+) 손절라인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함에 있어서 소명처럼 느껴지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면 손절라인이 필요 없다. 그저 행하면 된다.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니 힘도 들지 않을 테다.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이다. 만약에 앞에서 소설을 쓰는 것처럼 손절라인을 설정했다면 '몇 년의 기간 동안 구독자 2000명이 되지 않으면 접는다'라는 것을 세웠겠지만. 브런치 스토리 글을 쓰면서는 그런 접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평생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빈도수가 낮아질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겠다.
길게 썼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다.
손절을 안지켰는데 대박이 날 수 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손절을 잘 지키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돌이켜보자면 나의 스타일은 보수적이고 망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큰 듯하다.
P.S 손절매를 못하면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이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에서는 투자한 시간이 있다.
아래의 표를 보며 시간으로 각자 환산해보자 6개월, 1년의 시간을 허비한다면 복구해야되는 시간을 얼마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