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택, 《연애시집》
P08.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 - 김용택, 《연애시집》(마음산책)
시인은 말합니다.
그리움에 대해서요.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이라고요.
그렇겠지요.
그리움이 지극하면
말로 어찌
그걸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시인은 역시
그걸
아는 거겠지요.
‘사랑’의 어원이 ‘생각하다’라는 것은
결국
그리움을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이겠지요.
사랑하기에
그리워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털어놓은 것일 테지요.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이라고요.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그리움으로 내 가슴은 봄빛처럼 야위어가고……’
아, 시인의 이런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도 나는 당신 속에 저뭅니다.’
‘저물다’라는 동사가
이토록
가슴을 미어지게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시인도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나 봅니다.
이렇듯 도저하게
정의를 내린 걸 보면요.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것이더이다’라고요.
‘사랑은’ 다음에 놓인
쉼표가
제 눈길을
간절하게
잠시
붙잡아둡니다.
그리움이
가슴 가득
들어차 있는 사람은
텅 빈 들을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당신으로밖에는 채울 수 없는 하얀 빈 들’이라고요.
아마
그토록 간절한 그리움이기에
이토록 신박한 시어를
낳은 거겠지요?
‘당신께 대한 정성을 늘 새롭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새롭히는’이라는 시어가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