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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Oct 25. 2024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_11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11.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10. 또르씨 사제

   이번에는 일종의 선배 격인 또르씨―이 ‘씨’는 ‘氏(씨)’가 아닙니다―사제 차례입니다.

   사제관에서 젊은 사제와 또르씨 사제, 그 둘이 나누는 대화 또한 가볍지가 않습니다.

   먼저 또르씨 사제가 말합니다. 표정은 온화하지만, 언중유골이지요.

   “대주교께서 자네한테 교구를 맡기시려고 사제들을 불러 모으신 적이 있네. 충고를 해줄 수도 있네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젊은 사제는 조용히 항변합니다.

   “제가 뭐 잘못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또르씨 사제는 단호합니다.

   “한 마디로 자넨 너무 설쳐서 탈인 거야. 벌 한 마리가 병 속에 갇힌 꼴이라고 하면 될까. 하지만 자네가 기도에 대해서 각별한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은 내 잘 알고 있네. 수도승들은 교활해. 한데, 자네는 현실감각이 없지. 자네가 마음에 두고 있는 계획은 도무지 이치에 맞질 않거든.”

   또다시 젊은 사제의 얼굴에는 수심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집니다.

   이쯤 오면, 이 젊은 사제가 왜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 어지간히 헤아려집니다.

   한마디로, 그는 뭔가 허황된 이상주의자로서 주제넘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사람들 눈에 못마땅하고 고깝게 보이는 것이지요. 또는, 뭔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정반대의 이미지입니다.

   백작의 개인사에 간섭하고 드는 점을 제외한다면, 사제는 그저 견디기 힘든 육체의 고통에 시달리면서, 더불어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색하고, 기록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하염없이 ‘버텨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여튼 상황은 점점 더 고약하게 사제를 괴롭히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젊고 허약한 사제의 앞날은 어찌 되려는 걸까요?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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