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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May 07. 2024

3. 오차미지인오지인하인야, 불인오지인하인야 ……

  - 〈애오잠병서〉 /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대처하는 자세

   무시옹은 부연 설명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吾且未知人吾之人何人也(오차미지인오지인하인야), 不人吾之人何人也(불인오지인하인야).

   저는 다음과 같은 정도로 번역합니다.

   ‘나는 또 나를 사람답다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끊어 읽기는 ‘오차/미지/인오지/인/하인야, 불인오지/인/하인야’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이 문장에서는 의미 단위로, ‘人吾之人(인오지인)’ 곧 ‘나를 사람답다고 하는 사람’과 ‘不人吾之人(불인오지인)’ 곧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서로 대조되고 있다는 점만 구별할 수 있으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 이 문장은 내용의 흐름에 비추어 빼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달충은 굳이 무시옹의 입으로 이 말을 하도록 하였네요. 그만큼 친절하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의미는 번역 그대로입니다.

   실제로 지금 무시옹은 자신에 대해서,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어떤 됨됨이의 사람들인지 모르는 처지니까요. 어렵지 않지요? 다음부터가 본격적인 설명입니다.

   무시옹은 이어 말합니다.

   人而人吾(인이인오), 則可喜也(즉가희야). 不人而不人吾(불인이불인오), 則亦可喜也(즉역가희야).

   여기서는 ‘말 이을 이(而)’자의 해석이 문제가 됩니다. 이걸 그냥 접속사로 보면 ‘人而人吾(인이인오)’는 ‘사람다우면서 나를 사람답다고 하다’가 될 것이고, ‘不人而不人吾(불인이불인오)’는 ‘사람답지 않으면서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다’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전체 문장은 다음과 같은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지요.

   ‘사람다우면서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기뻐할 만하다. 사람답지 않으면서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또한 기뻐할 만하다.

   사람답다고 하고,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주체, 곧 주어가 생략된 문장인 셈입니다.

   끊어 읽기는 ‘인이/인오, 즉/가희야. 불인이/불인오, 즉/역/가희야’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다.

   한데, 여기에 나온 ‘말 이을 이(而)’자는 드물게 주격조사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그래서 문장의 주어를 드러내어 번역하고 싶다면, 앞서 ‘其人(기인)’을 ‘좋은 사람’으로, ‘其不人(기불인)’을 ‘좋지 않은 사람’으로 번역했던 경우처럼, 앞에 ‘기(其)’자가 생략된 것으로 간주하여 ‘人而(인이)’를 ‘其人而(기인이)’로, ‘不人而(불인이)’를 ‘其不人而(기불인이)’로 보고, 각각 ‘좋은 사람이’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전체 문장은 이렇게 될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기뻐할 만하다.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또한 기뻐할 만하다.’

   여기서 저는 ‘可喜(가희)’를 ‘기뻐할 만하다’라고 번역했지만, ‘기뻐할 수 있다’라고 번역해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옳을 가(可)’자는 형용사와 동사의 두 가지 쓰임새가 있어서, 형용사로는 ‘~할 만하다’로, 동사로는 ‘~할 수 있다’로 새길 수 있는 글자니까요.

   문제는 이 문장의 의미입니다.

   가만히 읽어보면, 어딘가 조금 이상합니다. 좋은 사람이 나를 칭찬하는 경우 내가 기뻐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좋지 않다고 비난하는 경우에도 내가 기뻐하다니요?

   대개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자기를 칭찬하면 기뻐하고, 자기를 비난하면 기뻐하지 않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요.

   하지만 무시옹은 지금 좋지 않은 사람의 비난도 좋은 사람의 칭찬과 마찬가지로 기뻐할 만하다고, ‘또한 역(亦)’자까지 써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시옹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언인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무시옹은 이제 반대의 예를 들어서 한마디 더 합니다.

   人而不人吾(인이불인오), 則可懼也(즉가구야). 不人而人吾(불인이인오), 則亦可懼也(즉역가구야).

   구조가 앞의 문장과 똑같지요? 번역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사람다우면서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걱정할 만하다. 사람답지 않으면서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또한 걱정할 만하다.

   물론 이 문장도 ‘좋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걱정할 만하다.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또한 걱정할 만하다’라고 해도 됩니다. 당연히 ‘걱정할 만하다’를 ‘두려워할 만하다’라고 해도 되겠고요.

   끊어 읽기는 ‘인이/불인오, 즉/가구야. 불인이/인오, 즉/역/가구야’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니, 무시옹이 정말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느낌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면 그것은 정말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만한 일 아니겠습니까. 칭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할 까닭이 없으니까요. 그것은 분명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충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칭찬한다면요? 이는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시 근거 없는 칭찬이기 쉽습니다. 또는, 무슨 음흉한 꿍꿍이속이 있는 아부성 칭찬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마땅히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조심하고 경계해야겠지요.

   이로써, 무시옹은 칭찬이나 비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칭찬과 비난의 주체가 어떤 됨됨이의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드러난 셈입니다.

   이제부터 무시옹은 조금 더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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