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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49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49

by 김정수

CA241. 이원세, 〈매일 죽는 남자〉(1980)

영화에 관한 영화, 또는 영화를 제재 또는 소재로 한 영화. 그리고 형사가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토리에 멜로 구성을 결합한 시도.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현실의 냉혹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보다도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형사(박근형)의 사색적인 태도에 더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는 특장.


CA242. 안톤 레이사, 〈목수의 연필〉(2003)

스페인 내전은 계급전쟁이었다. 이게 핵심이다.


CA243. 유위강, 〈무간도〉(2002)

홍콩 누아르가 더는 액션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또는,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품위 있는 선언. 주윤발과 장국영과 성룡과 이연걸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두 사내, 유덕화와 양조위는 액션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한다. 홍콩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거둔 가장 중요한 성취가 아닌지.


CA244. 박구, 〈물망초〉(1960)

어쩌면 당시 한국영화의 리얼리티가 수준 이하인 것은 시대의 한계와 더불어 당시에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던 유교 특유의 체면 문화 탓일까. 그 탓인지, 당시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은 감정의 결을 표현하는 데에 정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짙다. 선의는 선의대로 악의는 악의대로 모조리 위장되어 있다는 느낌. 박암은 왜 끝내 도금봉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또는, 무시하는 것일까. 그녀의 사랑이 외사랑이라는 사실 자체보다도 그 외사랑의 양상 자체가 더 문제다. 쌍둥이가 아니면서도 똑같이 생긴 인물(1인 2역. 일종의 도플갱어?)의 설정이 당시 한국 영화에 존재했다는 사실. 과감한 생략과 비약이 리얼리티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당시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 일본 영화의 ‘서민극’ 장르를 우리는 제대로 치밀하게 벤치마킹을 하지 못한 듯, 또는 않은 듯.


CA245. 사이토 고이치, 〈미션 바라바〉(2000)

폭력배는, 아니, 영화 속 폭력배는 왜 단순한 것일까. 단순하다는 것은 입체적이 아니라, 평면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가 개심하는 과정에서나, 그 이후에서나, 그 단순함이 그들 신앙의 기준이 된다. 십자가를 메고 전국을 순례하고, 나중에는 이웃 나라 한국에까지 그 순례의 길을 넓히지만, 그들은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 사이에서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한다. 물론 결론은 이것이다. “Jesus is my boss!” 그들은 ‘오야붕’을 바꿔치기한 것일 뿐이다. 또는, 그들은 예수를 오야붕으로 인식한다. 왜냐하면, 단순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은 변화시킬 수 있어도 그 단순함만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 왜냐하면 인간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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