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59
CA791. 박동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여기서 ‘이상한 나라’는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 걸까. 위쪽일까, 아래쪽일까. 저쪽일까, 이쪽일까. 그들의 나라일까, 우리의 나라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이 세상에는 없는 ‘이상한’ 나라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수학자든 과학자든 정치가든 예술가든, 결국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값이어야 할 테다. 이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야기, 또는 서사라는 것이 왜 필요할까.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피터 위어)와 〈여인의 향기〉(1992, 마틴 브레스트) 사이에서. 또는 그것을 뛰어넘어서.
CA792.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무서운 영화〉(2000)
좌충우돌 패러디의 일대 향연. 영화라는 방식의 카니발. 문제는 이 향연을 얼마나 신나게 즐기느냐, 하는 것. 신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신나게 즐기게 되는 것은 아닐 터이므로.
CA793. 나카다 히데오, 〈링 2〉(2005)
공포도 반복되면 그 감흥이 반감된다는 엄연한 사실. 아니, 공포야말로 다른 그 어떤 장르보다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그러니 모든 공포영화는 차라리 〈스크림〉(1996, 웨스 크레이브) 시리즈의 전략, 요컨대 숫제 공포를 포기해 버리는 전략을 채택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기어이 ‘계속’ 하겠다면.
CA794. 존 폴슨, 〈시암 선셋〉(1999)
세상에 없는 ‘평화의 색깔’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과 맞먹는다? 그가 온갖 불행의 운명을 그 대가로 지불하지, 곧 기꺼이 짊어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영원한 진리. 이 엄정한 대차대조표. 인간의 조건.
CA795. 신상옥, 〈불가사리〉(1985)
극 전개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야기의 졸가리를 잡아채기가 곤혹스러울 만큼 어렵다는 것. 하지만 이는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하는 특수효과의 시연은 웬만한 퀄리티와 자신감이 아니고는 언감생심일 터이니까. 그가 신상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