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노인과 젊은이들이
바둑판 위에 박혀 있다
검고 흰 마음들이
사선을 넘지 못한 채 굳어 있다
해진 소맷단 사이로 바람이 들면
노인은 잃어버린 집들을 헤아리고
젊은이들은 가보지 못한 행성들을 향해
눈동자를 굴린다
승부는 이미 끝났으나
아무도 일어서지 않는 판
죽은 돌들이
산 돌의 발목을 낚아채는 저녁
검은 눈들이
흰 눈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지워가고
격자들은 일제히 팽팽하게 당겨진다
누구도 거두지 않은 돌 위로
식은 찻잔의 수면이 깨진다
마른 입술 사이로
비명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