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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준우 May 13. 2022

캐스팅 (2018)

구단 섭외 요청 그리고 어려움

"준우야, 평양에 갈 수 있는 해외 축구팀을 한번 알아봐 줄 수 있겠니?"
  

제1차 남북정상 회담으로 대북 관계에 조금씩 훈풍이 불던 2018년의 초여름.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 즉슨 평양에서 열리는 유소년 국제 대회에 초청할 구단을 물색해 달라는 것. 여태 세계의 많은 도시를 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내용으로 의뢰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한이요?”
예상하지 못했던 요청에 당황했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네 한번 알아볼게요.”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의 주소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느 구단에 연락을 해야 할까…’ 요청받았을 때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구단들이 이미 대회 참가 확정이 되어 있었다. 깊은 고민을 하던 나는 일단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던 캐나다와 미국 연고의 프로 구단들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연락했던 구단 중에 다소 황당한 요청이라며 거절하는 구단이 있었던 반면, 크게 관심이 있는 구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지난해인 2017년, 미국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북한에 대한 서방의 인식이 좋지 못한 시기였고, 미성년인 15세 유소년 선수를 이런 곳에 보낼 구단과 부모는 당연하게도 없었다.


‘미국 캐나다는 안 되겠네…. 유럽 쪽을 한번 연락해 볼까?’ 당시 유소년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던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구단에 연락했지만 그들의 반응 또한 북미 구단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색적인 제안이긴 한데, 우리는 참가할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우리 측 외교부에 알아봤는데 허가해줄 수 없다고 하네.”

몇 번을 비슷한 이유로 거절당한 나는 다른 나라들을 시도하기 전에 현재 상황을 한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보통 UN의 북한 제재에 협조 잘하는 나라들은 국가 차원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을 것 같고….’ 고민하던 나는 참가가 확정된 나라들의 조건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평양 김일성 경기장 내부

대회 참가가 확정된 러시아, 중국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세 나라 모두 북한과 현재 동맹 관계이거나 구소련 (우즈베키스탄) 국가였다. 한참을 구글 지도를 마우스로 돌려가며 세계 지도와 참가 나라들을 보던 나에게 문득 떠오른 키워드는 '공산주의'와 '소련' 이었다.


‘구소련 소속 국가 구단들에 접촉을 해봐야겠다.’ 해당 키워드가 적용되는 나라들이어야 조그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나는 구소련 소속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동유럽을 타겟으로 잡고 해당 국가 구단들과 해외 파트너들에게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연락을 한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시큰둥한 반응들에 거의 포기해가던 나에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즈베키스탄 에이전트에게 연락이 왔다.


“주노, 이 팀 어때? 대회에 관심도 있고 심지어 몇 해 전까지 여기서 평양까지 직항 항공 노선도 있었네!”



-대한민국 서울에서 (2022)

*본 글의 북한말은 실제 워딩과 다를 수 있음

*글에 사용된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직접 촬영한 것으로 허락 없이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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