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의 맛 02화

변신의 귀재

맥주

by Becky

술자리의 즐거움을 게임에 비유하면 대화는 원딜러고 서포터는 ‘술’이다. 소주부터 막걸리, 와인, 위스키 등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모든 술을 다 마셔본 건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술에 관한 신조를 세워둔 덕에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는 편이다. 커다란 냄비에 팔팔 끓인 찌개를 한 숟갈씩 나눠 먹으며 사는 얘기를 나누기에는 쓰고 다디단 소주가,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날에 친구와 테라스에 앉아 자글자글 끓는 기름에 부친 부침개 한 점 먹으며 추억을 얘기하기에는 정성 들여 숙성한 막걸리가 참 잘 어울린다.


그런데 맥주는 어떠한가?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만큼 천천히 취하는 덕에 술자리 초반과 끝의 대화 역시 천지 차이고, 안주의 종류도 다양해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부침개와 잘 어울리고, 찌개와도 궁합이 나쁘지 않다.) 맥주는 세세한 스타일까지 따지면 종류가 수백 가지로 나뉜다. 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만의 대표 브랜드가 있어 해당 지역의 음식 맛에 맞춰 맥주 맛이 제각각이다. 중국에 가면 하얼빈과 칭따오, 독일에 가면 바이엘슈테판, 미국에 가면 밀러, 뉴질랜드에 가면 우드스탁, 덴마크에 가면 칼스버그를 마셔야 하는 것처럼 여행을 가면 여행지의 시그니처 맥주를 여행 시작부터 끊임없이 마시는 사람도 꽤 많다.


최근 500mL 수입 맥주 4캔을 만 원에 판매하는 이른바 ‘4캔 만 원’ 마케팅 전략이 만연하다. 동네 구멍가게가 아닌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 흐름에 동조하는 마트나 가게가 속속 등장했고, 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캔 가격이 아무리 비싼 맥주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캔맥주가 본토 맥주 맛을 온전히 구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방구석에 앉아 혼자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맥주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아주 소박하지만, 고단한 업무나 하루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집에 들어가 TV를 켜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벌컥벌컥 마시는 행복을 가끔 누린다. 아무런 잡음 없이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되,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서포터인 맥주가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시원함과 적당한 알코올을 내게 전달해주면 그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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