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만나기 전 까지는
아기의 몸은 이 세상에 한 번도 없던 새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새로 태어난 머리카락, 아직 햇빛에 닿은 적 없는 피부, 써보지 못한 눈, 무언가를 처음으로 맛보는 혓바닥. 오물거리는 입술조차 이 작은 인간에게는 처음이다.
너무나 여리고 부드럽다.
살이 차오른 줄기와 부끄러운 듯 돌돌 말린 어린 손. 연약한 고사리 같은 손,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여리고 부드러운 살, 작지만 단단히 쥔 손바닥과 통통한 다섯 개의 손가락. 아기의 손은 그 여림으로 모든 것을 움켜쥐려 한다.
이 백지 같은 깨끗함은 언젠가 구겨지고 물들 것이다. 오늘 아침 허벅지가 손톱에 긁혀 처음으로 피가 난 것처럼. 살다 보면 그렇다고. 당연한 거라고 그러면서도 혼자 남겨질 때면 문득 어떻게든 슬픔을 배우지 않는 삶을 살게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부서지지 않는 마음은 없어. 첫눈같이 소중한 아이가 언젠가 고통과 슬픔을 배워야 한다면, 손 잡아주며 옆에서 지켜보는 게 내 역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눈에서 눈물이 맺힌다. 투명하게 맑고 따뜻한 것이 주렁주렁 열린다. 나는 큰 두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조심스레 훑어 귀로 쓸어내린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아직 무슨 뜻인진 모를 텐데, 아기는 눈물을 멈추고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근데 사실 나도 몰라. 이게 모든게 다 무슨 뜻인지.
가슴 어딘가 턱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지켜주고 싶은 이 마음이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