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부터, 뉴욕 #11
매일 같은 장소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업무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턱 막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었어요.
아니 사실,
아주 많았어요.
나의 1년 뒤, 5년 뒤, 10년 뒤를
이미 봐 버린 것 같은 답답함.
과거, 현재, 미래가 똑같은
감옥에 갇혀버린 것 같은 절망감.
하지만 막상 그로부터
멀리 도망치려고 맘먹고 보니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어쩌면 매일의 루틴은
나를 정의하는 큰 그릇.
나를 더 견고하게 해주는 단단한 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난 어디에도 갇혀있지 않은 사람.
틀 안팎을 뛰놀며
매일을 변주하는 연주자.
나의 매일을 사랑하지 않고는
일상을 떠나온 이 여행도 사랑할 수 없는 법.
그러니 매일 저에게 안부를 물어봐주세요.
아마 늘 같은 대답뿐일지라도
늘 곰곰이 생각해보고 대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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